최근 정보화촉진기금을 지원하는 댓가로 해당업체로부터 주식을 무상이나 헐값에 상납받은 것으로 밝혀진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이 내부적으로 이미 심각한 도덕적 해이 상태에 빠져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연구원 노조는 최근 발행된 노조 소식지에 이같은 내용을 공개하며 자성을 촉구했다.
소식지는 “연구원을 출입하는 납품 업자로부터 골프채 세트를 상납 받은 연구원들이 내부 징계를 받는 등 부정부패 수준이 도를 넘었다”고 지적했다.
노조 관계자는 ‘골프채 상납’에 대해 “전임 원장 시절에 발생한 일인데 3~4명의 연구원이 내부 징계를 받았다”며 “부정이 있어도 잘 알려지지 않고 설혹 징계를 한다 해도 그 내용이 공개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소식지에 따르면 공금 횡령에 해당하는 사건도 있었다.
공로상을 받을 직원에게 주기위해 회사가 보관하고 있던 금 100돈(700만원 상당)이 없어졌는데 알고 보니 임기를 마친 회사 고위 간부가 집에 가져다 뒀다는 것.
7개월째 행방이 묘연하던 이 금메달은 노동조합이 나서서 도난 신고를 하려하자 이 임원이 “직원에게 직접 주려 했다”고 해명하며 가져왔다는 것.
노조는 “노동조합만 눈감고 있었다면, 이 금덩이는 연구원 밖의 어느 개인의 주머니에 들어가 있었을 것”이라며 감사실의 징계 의견 제시에도 연구원측이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는데 대해 의문을 나타냈다.
노조는 이미 지난 5월 연구원측에 이같은 부패사례들을 밝히며 “이밖에도 연구용역 상의 각종 비리와 위탁과제 선정 비리 등도 알려지고 있어 부정부패가 구조화 조직화되어 가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러운 상황”이라며 관련자 문책까지 요구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국내 최대의 정보통신 국책연구기관인 한국전자통신연구원은 지난 1996년 세계 최초로 CDMA 이동통신 기술의 상용화에 성공, 주목을 받아왔다.
그러나 지난 27일 국책 연구사업 수주와 관련해 기업으로부터 거액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전 ·현직 간부, 연구원 2∼3명이 긴급 체포된 데 이어 29일에는 주식부당취득 혐의로 감사원이 적발한 공직자 33명 가운데 가장 많은 18명이 이곳 직원이어서 ‘국책사업 비리’의 정점에 놓이게 됐다.
김현 동아닷컴기자 h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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