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따라 올 정기국회는 초반부터 국보법 개폐논란과 과거사 진상규명을 둘러싼 여야의 대립으로 파행운영이 우려된다.
▽우리당=우리당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정책의원총회를 열어 국가보안법을 폐지하는 동시에 안보 공백에 대한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형법을 보완하거나 독립된 특별법을 제정하는 형태로 보완책을 마련하기로 당론을 확정하고 당내 태스크포스팀을 만들어 국민여론과 각계 의견을 수렴하기로 했다.
천정배(千正培) 원내대표는 이날 의총에서 "국보법 폐지를 반대하는 사람은 민주주의 질서를 논한 자격도 없다"며 "매가 꿩만 잡아야지 닭과 오리를 잡아서는 안된다"고 국보법의 폐해를 강조했다.
그는 의총 직후 기자 브리핑을 통해 "우리당은 국보법의 반민주적이고 반인권적인 성격을 고려해 이 법을 폐지키로 결정했다"면서 "다만 폐지로 인해 있을 수 있는 안보공백에 대한 불안을 보완하기 위한 방법을 동시에 만들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는 보완책에 대해 "구체적으로 형법 보완 또는 독립된 특별법 형태를 취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우리당은 이날 의총에서 우윤근(禹潤根) 의원이 마련한 형법 보완안과 최재천(崔載千) 의원이 입안한 `파괴활동 금지법'이라는 명칭의 별도 입법안을 보고받았으나, 결론을 내리지는 못했다.
형법 보완안은 형법상 내란죄의 대상을 넓혀 테러집단과 국헌문란을 목적으로 한 단체로까지 포함시키고, 헌법의 국토조항에 따라 외국으로 분류되지 않는 북한을 규정하기 위해 형법상의 `준적국' 개념에 `국토를 참절할 목적으로 지휘통제를 갖춘 단체'를 포함시키는 내용이다.
파괴활동금지 입법안은 7개조 14개항으로 구성된 법안을 제정해 국보법상의 `반국가단체' 조항을 `헌법에 규정된 민주적 기본질서를 파괴하려는 목적으로 구성된 국가에 준하는 단체'로 규정하고, 반국가단체 구성 및 가입, 간첩죄, 금품수수죄 등은 일부 변경하며, 잠입.탈출과 찬양.고무, 회합.통신, 불고지죄 등의 조항은 삭제했다.
▽한나라당=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는 9일 노무현 대통령에게 “국가보위와 체제수호의 최후 책임자인 대통령이 앞장서서 국가 체제의 무장해제를 강요하고 이념갈등과 국론분열로 몰아넣고 있다”며 국가보안법 폐지발언 철회를 요구했다.
박 대표는 이날 당사에서 특별기자회견을 열어 이 같이 밝힌 뒤 “만약 국민을 무시하고 끝까지 폐지를 강행한다면 엄청난 국민적 저항에 직면할 것이고, 저도 저의 모든 것을 걸고 막아 내겠다”고 경고했다.
그는 “국민들은 한반도에 평화가 정착돼 국보법이 필요없는 날이 오기를 원하지만, 남북한이 군사적으로 대치한 지금은 추호의 빈틈도 허락해서는 안된다”면서 “(노 대통령은) 대한민국의 정통성과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지키겠다는 확고한 신념과 행동을 보여달라”고 말했다.
그는 “과거 국보법 집행과정에서 일부 인권침해 사례가 있었다는 점은 유감이지만 그것을 이유로 국보법의 순기능까지 없앨 수는 없다”면서 “한나라당은 시대변화에 부응하고 악용소지가 있는 조항에 대해서 국민이 납득하고 안심할 수 있도록 개정하겠다”고 밝혔다.
박 대표는 과거사 논란과 관련, “한나라당은 이 문제에 당당하게 임할 것이고 이를 정략적으로 이용하려는 어떠한 시도로 단호히 배격한다”면서 “과거사 정리는 정치권력으로부터 독립한 중립적인 기구에서 전문성을 갖춘 역사학자에 의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건국과 산업화, 민주화 과정에서 많은 분들이 시대로부터 크고 작은 상처를 받아온 것도 사실”이라며 “이제 새롭게 규명할 것은 규명을 해서 그늘진 역사까지도 햇빛 아래 비춰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 국가의 운명이 위험한 벼랑 끝에 놓여져 무너지고 있는 만큼 노 대통령부터 기본으로 돌아와 정상적인 국정운영을 해야 한다”면서 “국보법 폐지 논란과 과거사 정리 문제로 더 이상 나라를 어지럽히지 말고 경제살리기를 국정운영의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음은 천 원내대표와의 일문일답 내용▼
-의원총회 결과는.
"국보법의 반민주적, 반인권적 역사적 성격을 고려해 폐지키로 결정했다. 다만 폐지로 인해 있을 수 있는 안보 공백과 불안을 보완하기 위한 방법으로 형법보완이나 독립된 특별법 형태를 취하기로 했다. 국민여론과 각계의견 수렴을 위해 최용규(崔龍圭) 제1정조위원장을 단장으로 한 태스크포스팀을 구성키로 했고, 국민적 관심을 고려해 조속히 최종안을 확정키로 했다. 당내에 여러 편차가 있어 조정중이며, 신속하게 마무리지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
-형법보완과 대체입법 중 우세한 것은.
"대체입법이란 용어가 자꾸 과거 민주질서수호법이나 국보법의 또다른 변형을 연상시켜 사용치 않기로 했다. 정확한 용어는 보완으로, 폐지에 따른 공백을 메우기 위한 것이다. 태스크포스팀을 중심으로 면밀히 검토해 당내 의견을 모을 것이다."
-개정을 주장한 의원들이 폐지주장을 수용한 것인가.
"개정을 주장하는 분들이 폐지와 동시에 보완하는 방안을 수용했다고 할 수 있다."
-향후 논의의 진전여부에 따라 헌법개정도 검토하나.
"헌법과는 아무 관련이 없다."
-두가지 안은 어떤 프로세스를 거치나.
"태스크포스팀 내에서 토론을 거쳐 초안을 마련한 뒤 의총을 열어 최종 결정하겠다."
-형법에 보완하는 게 체계적으로 문제는 없나.
"형법의 내란.외환죄 부분에 매우 광범위하게 국가안보를 저해하는 파괴활동의 규제조항이 담겨 있다. 국보법이 48년 만들어졌는데 그 이후 거의 국보법이 필요없을 만큼 형법에 담겨있다. 다만 현재 국보법이 예정하는 반국가단체 범주에 드는 단체가 형법상 내란.외환죄에 들어맞느냐는 데는 의문의 여지가 있다. 형법상에는 `적국을 위해 간첩한 자'로 돼 있는데 (북한이 국가가 아니므로) 형법상 간첩죄 조문으로 이를 처벌할 수 있느냐는 의문의 여지가 있는 것이다. 그간 대법원 판례는 형법 해석을 통해 적용할 수 있다는 판례를 취하고 있기는 하지만, 국회 입법 책임지는 당으로서 법원의 해석에만 맡길게 아니라 분명히 입법을 통해 국민 안보불안도 해결해야 한다고 본다. 우리당으로서는 그래서 보완으로 의견을 모은 것이다. 폐지 후 보완이 아니라 보완은 동시에 이뤄지는 것이다. 폐지와 동시에 보완이다."
-언제쯤 처리하나.
"야당과 국회의 법안심사과정에서 대화와 토론, 타협을 계속할 것이다."
▼다음은 박대표 기자회견문과 일문일답 내용▼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최근‘국가보안법 폐지’논란과 '과거사 정리’문제로 정치권이 커다란 혼란과 갈등을 겪고 있습니다. 하루하루 힘겹게 살아가고 있는 국민여러분께 위로는 드리지 못하고 실망을 안겨드려서 정말 송구스럽습니다.
저희 한나라당은 그동안 정쟁을 지양하고, 오직 국민의 민생을 위해 노력하는 정당으로 다시 태어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왔고, 앞으로도 더욱 노력할 것입니다. 그러나 최근의‘국가보안법 폐지’논란은 정쟁의 차원을 뛰어넘어 국가정체성과 안위에 직결된 문제입니다. 따라서 이에 대한 입장을 분명하게 말씀드리고 국민여러분의 이해를 구해 책임있는 정당으로서 역할을 해야만 한다고 생각합니다.
첫째, 현 상황에서 한나라당은 국가보안법 폐지에 반대합니다.
대한민국 국민이면 누구나 한반도에 진정한 평화체제가 정착되어서 국가보안법이 필요없는 날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러나 남북한간에 군사적 대치상태가 지속되고 있는 지금 우리 체제의 근본인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수호하는데 추호의 빈틈도 허락해서는 안됩니다.
남북한의 교류와 협력을 강화하고, 한반도 평화체제로 가는 길을 안전하게 지켜주는 안전벨트로서 국가보안법은 반드시 필요합니다. 저희 한나라당은 국가보안법을 합리적이고 미래지향적인 방향으로 개정하겠습니다. 과거에 국가보안법의 집행과정에서 일부 인권침해의 사례가 있었다는 점은 매우 유감스런 일입니다.
그러나 그것을 이유로 국가보안법의 순기능마저 없앨 수는 없습니다.
시대의 변화에 부응하고, 악용의 소지가 있는 조항에 대해서는 국민여러분께서 충분히 납득하고 안심하실 수 있도록 개정할 것입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국가보안법을 아예 폐지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국가 보위와 체제 수호의 최후 책임자인 대통령이 앞장서서 대한민국 체제의 무장해제를 강요하고, 대한민국을 엄청난 이념갈등과 국론분열로 몰아넣고 있는 것입니다.
저는 이 자리를 빌어 대통령께서 국가보안법 폐지발언을 철회해 주실 것을 요구합니다.
대다수 국민들이 반대하는 국가보안법 폐지를 과연 누구를 위해서, 무엇 때문에 하려고 합니까?
만약 국민을 무시하고 끝까지 폐지를 강행하려고 한다면, 엄청난 국민적 저항에 직면하게 될 것입니다. 대한민국의 정통성과 자유민주체제를 지키겠다는 확고한 신념과 행동을 보여주시기 바랍니다.
국민여러분께 말씀드립니다.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지키는 마지막 안전장치인 국가보안법을 폐지하는 것은 저의 모든 것을 걸고 막아내겠습니다. 저희 한나라당도 당력을 집중할 것입니다. 국민 여러분의 지지를 부탁드립니다. 국민 여러분과 함께 반드시 막아내겠습니다.
둘째, 한나라당은 과거사 문제에 당당하게 임할 것입니다.
대한민국은 세계 어느 나라도 경험하지 못한 격동의 현대사를 헤쳐왔습니다.
식민지배를 벗어나 건국과 산업화, 민주화의 성과를 압축적으로 달성한 성취와 보람의 자랑스런 역사였습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많은 분들이 시대로부터 크고 작은 상처를 받아온 것도 사실입니다. 이제 새롭게 규명할 것은 규명을 해서 그늘진 역사까지도 햇빛아래 비춰야 합니다.
다만 한나라당은 과거사 문제를 정략적으로 이용하려는 시도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대응할 것입니다.
집권세력의 정략적 입맛에 맞춰 우리의 역사가 흑이 백이 되고 백이 흑이 될 수는 없습니다.
과거사를 연구·조사하고 정리하는 것 역시 권력자나 정치권의 몫이 아닙니다.
한나라당은 과거사 정리가 반드시 정치권력으로부터 독립적이고 중립적인 기구에서 전문성을 갖춘 역사학자에 의해 이루어져야 한다는 원칙을 지켜갈 것입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지금 대한민국의 운명이 위험한 벼랑 끝에 놓여 있습니다.
무너지고 있는 대한민국을 살려내야 합니다.
노대통령부터 기본으로 돌아와서 정상적인 국정운영을 해야 합니다.
국가보안법 문제와 과거사 논란으로 더 이상 나라를 어지럽히지 말고,
'경제살리기'를 국정운영의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합니다.
저와 한나라당도 경제를 살리는데 더욱 더 많은 땀을 흘리겠습니다.
국가보안법 문제와 과거사 논란은 국민의 뜻을 제1의 기준으로 삼아서 가장 합리적인 방법으로 처리를 하고 '경제살리기'에 당력을 집중하겠습니다.
한나라당은 항상 국민과 함께 할 것을 약속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열린우리당이 국보법 폐지를 당론으로 정했는데 어떻게 막을 것이냐. 장외투쟁도 하는가. "여론조사에 따라서 어느 곳은 80% 이상의 국민들이 폐지를 절대 반대하고 있다. 정부 여당이 그런 반대를 무릅쓰고 추진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 과반수 의석만 믿고 밀어부친다고 한다면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놓고 국민과 함께 대정부 투쟁을 추진할 것이다."
-'저의 모든 것을 걸겠다'고 했는데 폐지될 경우 대표직을 사퇴한다는 의미인가.
"모든 것이 포함된다. 보안법 폐지는 친북활동의 합법화이다. 대낮에 우리나라 어떤 곳에서도 인공기를 막 휘두르고 북한을 찬양하고 어떤 제재를 받지 않고 합법화된다는 것인데 체제가 위험하고 우리를 앞서갔던 많은 선배들이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를 지키기 위해 목숨을 내놓기도 했다. 그런 선배들이 있었기에 우리가 있을 수 있는 것이다. 대한민국의 체제를 지키기 위해서는 모든 것을 버릴 수도 있다."
-폐지론자의 주장을 보면 과거에 악용이 많았다는 것이다. 앞으로 미래를 생각할 때 북한이라는 존재에 대해 새로운 개념이 필요한데 보안법이 남북 교류에 걸림돌이 되지 않겠느냐. "보안법 때문에 교류가 잘못된 것은 없다고 본다. 북한에는 엄격한 노동당 규약도 있고 적화통일하겠다는 분명한 목적이 있고 10년 동안 보안법 때문에 인권 침해받은 적 있느냐. 많이 손 보려고 하는데 정부가 보안법으로 인권 침해를 하지 않을 것 아니냐. 보안법이라는 것은 안보를 지키는 최후의 보루로서 친북 활동의 합법화를 막는 유일한 수단인데 이 때문에 남북 교류가 불편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이상한 것 아니냐. 교류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찬성하고 있는데 그러면 이런 사람들이 보안법 폐지에 반대하겠느냐. 교류가 제대로 되기 위해서는 정부 여당이 국가 체제를 확고히 지킨다는 신뢰를 보여줄 때 교류나 양측의 협상이 국민의 공감대를 얻고 잘 해나갈 수 있을 것이다. 모호하고 신뢰를 보여주지 못할 때 국민들이 의심하고 불안해하면 교류를 방해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교류는 교류고 안보는 안보다. 체제를 양보한다면 한반도가 어쨌듯 통일될 수 있을 것이지만 우리가 원하는 것은 적화통일이 아니지 않느냐."
-구체적인 대여 투쟁 방향은.
"한나라당이 국민과 함께 해나갈 수 있을 것이다."
-국보법의 개정 방향을 구체적으로 밝혀달라, 대체 입법을 논의 중인데 보안법이라는 이름 자체가 상징성을 갖고 있는데 개정하면서 이름을 바꿀 수 있는지.
"그런 문제는 당에서 중지를 모아야 한다. 국가보안법이든 국가수호법이든 우리 체제를 안전하게 지키는 법은 필요하다. 반국가단체 문제 등 국가보안법의 참칭 대목은 절대로 양보할 수 없다는 사람도 있고, 생각해볼 여지가 있다는 사람도 있다. 당에서 중지를 보아 결정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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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뉴스팀·조창현 동아닷컴기자 cc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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