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선무효'냐 '독자신뢰 추락'이냐

  • 입력 2004년 9월 17일 15시 45분


김학규 장군의 큰 며느리 전봉애 여사가 17일 국회 귀빈식당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동아닷컴
김학규 장군의 큰 며느리 전봉애 여사가 17일 국회 귀빈식당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동아닷컴
열린우리당 김희선 의원의 '후손 사칭' 논란과 관련, 독립운동가 김학규 장군의 큰 며느리인 전봉애 여사가 17일 기자회견에서 월간조선에 보도됐던 자신의 증언과 상반되는 발언을 했다.

그러나 월간조선측은 당초 보도 내용이 진실임을 자신하고 있고, 김 의원측의 '증언 조작 가능성'까지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진실을 둘러싼 공방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김학규장군 며느리 전봉애씨 인터뷰|김희선의원 기자회견

▲전여사 "난 경찰관이란 얘기한 적 없다"

전 여사는 이날 오전 11시 서울 여의도 국회 귀빈식당에서 열린 김희선 의원의 기자회견에 참석해 월간조선 10월호에 보도된 자신의 증언 내용을 번복, 김의원측에 반론의 실마리를 제공했다.

전 여사는 "최근 남편 김일현의 동창생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김창호란 분이 찾아와 반갑게 맞았다"며 "이때 한분이 따라왔는데 '조선일보 기자인 오 선생'이라고 소개받았다"고 말했다.

전 여사는 "기자가 '김 장군이 어디 김씨냐'고 묻길래, 안동김씨라고 답했다"며 "내가 시어머니를 35년간 모시고 살았는데, 시어머니나 우리 양반(남편 김일현)도 그리 얘기하고, 호적에도 그렇길래 그런 줄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전 여사는 "그런데 이후 김일진이 찾아와서 '형수, 아버지는 의성김씨입니다'라고 했다"며 "난 안동김씨인 줄 알았는데, 이제 와선 온 친척들이 '그게 아니고 의성김씨니까 그리 알라' 해서 그렇구나, 우리가 잘못 알았구나 생각했다"고 말했다.

친일 진상 규명 활동을 주도하고 있는 열린우리당 김희선의원이 17일 월간조선에 증언한 김학규장군의 며느리 전봉애(가운데)씨 등과 함께 기자회견을 갖고 월간조선 보도 내용을 반박하고 있다. 연합

전 여사는 "그래서 집에 돌아와 기자에게 전화해서 바로잡아달라고 했다"고 밝혔다.

전 여사는 또 김 의원 부친인 김일련의 '만주국 경찰' 근무에 대해서도 "얼굴도 잘 보지 못했고, 난 경찰관이란 얘기 한 적 없다"며 월간조선 보도 내용을 부인했다.

전 여사는 김일련을 '둘째 시아주버니'로 지칭하며 "시아주버니댁이 유하에 살았는데 동서(김일련의 처)가 '(김일련이) 근무하고 와서 고통스러워 한다'는 얘기를 하는 걸 들은 적이 있다고 기자에게 말했을 뿐"이라며 "경찰관이나 형사 얘기는 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전 여사는 또 "기자가 '그럼 무엇을 입고 다녔냐'고 묻길래 '한번 봤는데 사복이더라'고 대답했다"고 말했다.

전 여사는 이어 "난 사실 시아버지(김 장군)에게 반감을 갖고 있다"면서 "우리 손녀딸이 자료를 찾아보면 왜 할아버지 후손에 '장남 김일현'은 없고 '외아들 김일진'만 나와있느냐고 따지기도 한다"고 말했다.

▲월간조선 "인터뷰 이후 김의원이 전여사 불러 식사"

이같은 증언은 당초 전 여사가 월간조선 인터뷰 때 밝혔다는 내용과는 거리가 있는 것이다.

월간조선은 16일 전봉애 여사의 증언을 인용, △열린우리당 김희선 의원의 부친 고(故) 김일련(金一鍊) 씨는 독립군이 아니라 일제하 만주국 경찰이었다 △김희선 의원은 김학규 장군과 족보상 남남인 것으로 드러났다고 보도했었다.

해당 기사를 쓴 월간조선 오동룡 기자는 17일 동아닷컴과의 전화 통화에서 "지난 9월 2일경 전 여사를 인터뷰했는데, 일주일쯤 뒤인 9월 10일경 김희선 의원이 전 여사와 전 여사의 딸을 초청해 식사를 했다"며 "이날 곧바로 전 여사의 딸이 전화를 해와 '인터뷰 내용은 사실이 아니다'며 비보도를 요청해왔다"고 밝혔다.

오 기자는 "정황상 우리가 최초에 인터뷰한 내용이 진실인 것으로 판단해 보도한 것"이며 "월간조선측의 공식 반응은 오늘 오후에 회의를 가진 뒤 발표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오 기자는 이어 "오늘 기자회견만 해도 전 여사가 처음엔 '김 장군은 의성김씨'라고 했다가, 회견 말미엔 '안동김씨가 맞죠'라고 다시 번복하는 등 석연치 않은 점이 있다"고 말했다.

오 기자는 지난 16일 동아닷컴과의 통화에서 "전봉애 여사의 인터뷰 내용을 모두 녹취해두었으며, 법적 소송으로 갈 경우 이를 공개하겠다"고 밝혔었다.

▲한나라당 "진위 반드시 규명해야"

한나라당은 이날 '김희선의원, 거짓말 그냥 넘어갈 일 아니다'란 제목의 논평을 내고 "김희선 의원이 정말 독립운동가의 후손이 아니라 일제 만주국경찰의 딸이라면 이는 조상을 속여 정치적 이득을 챙긴 행위"라며 "도저히 있을 수 없는 부도덕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정현 부대변인은 "정작 더 큰 문제는 지난 17대 총선때 김 의원이 선거홍보물에 독립운동가 후손이라고 기재했다"며 "이것이 허위사실이라면 명백한 선거법 위반으로 그동안의 판례로 봐 의원직 상실감"이라고 강조했다.

한나라당은 또 "김의원이 독립운동가 자손이 아님이 드러나면 국민 앞에 사과하고 의원직을 즉각 사퇴해야할 것"이라며 "특히 김의원은 민족정기를 바로 세우는 국가보훈처가 포함된 정무위원장직을 계속 맡아서는 안되며 역시 자진 사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정현 부대변인은 "김희선의원 본인이 정직하게 밝히지 않는다면 국민조사단을 구성해서라도 그 진위를 반드시 규명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당선무효'냐 '독자신뢰 추락'이냐

만약 김 의원의 주장이 '허위'로 판명될 경우엔 국민들의 도덕적 비난은 물론, 의원직을 잃을 가능성마저 생긴다.

현행 공직선거 및 선거부정방지법에 따르면 '후보자에게 유리하도록 후보자, 그의 배우자 또는 직계존·비속이나 형제자매의 출생지·신분·직업·경력등·재산·인격·행위·소속단체등에 관하여 허위의 사실을 공표한 자는 5년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명시하고 있다(250조 '허위 사실 공표죄').

또 이같은 조항을 위반해 100만원 이상의 벌금형을 받을 경우 '당선 무효' 처리된다.

월간조선측이 짊어져야 할 부담도 마찬가지로 크다. 만약 보도가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판명될 경우, 월간조선은 현역 국회의원과 그 가족들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점에서 거액의 민형사 소송에 휘말리게 된다.

이와 별개로 당사자의 요청이 있었음에도 인터뷰 내용을 수정하지 않고 그대로 보도한 점은 언론윤리상 잘못된 것이란 지적도 불거지고 있다.

더우기 당사자가 요청한 내용이 진실로 드러날 경우엔 독자 신뢰도가 바닥에 떨어질 수도 있음은 물론이다.

이에 따라 김희선 의원측과 월간조선측은 앞으로도 사활을 건 '진실 게임'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월간조선 "김희선 의원이 회유" 반론제기 전문

이재준 동아닷컴기자 zzlee@donga.com

1 김학규(金學奎, 김성범의 弟, 한국광복군 제3지대장)
2 오광심(吳光心, 김성범의 弟 김학규의 妻)
3 김일선(金一銑, 김성범의 1男)
4 김일진(金一鎭, 김성범의 弟 김학규의 子)


김학규장군 제적등본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