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선측 "전봉애 씨와 식사한 적 있다"

  • 입력 2004년 9월 23일 13시 08분


'독립운동가 후손 사칭 논란'에 휩싸여 있는 열린우리당 김희선 의원은 23일 "지금까지 가족들과 30~40년간 연을 끊고 살았는데 이제 와서 가족들을 모으고 의논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고 발언, '가족 회의'가 실제로 있었던 게 아닌가 하는 궁금증을 낳고 있다.

김 의원은 이날 열린우리당 정책의원총회에서 신상 발언을 통해 이같이 밝히고, "이렇게 한 가족사를 치졸하게 들쑤셔야 할 만큼 조선일보가 위기인가 하는 데 연민의 정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같은 김 의원의 발언은 '김 의원이 최근 가족회의를 열어 독립운동가 김학규 장군의 본관을 의성 김씨로 하기로 했다'는 조선일보 보도에 대해 22일 "전혀 사실이 아니다"며 강력 부인했던 입장에서 다소 물러선 것으로 보인다.

김 의원은 이날 "조선일보 기사에서 인용한 '전씨의 한 가족'이 누구인지 당당히 밝히라"고 요구했었다. 그러나 '가족 회의'가 열린 사실을 부인한 것인지, '의성 김씨로 입을 맞추기로 했다'는 보도 내용을 부인한 것인지는 명확히 밝히지 않았었다.

김의원측 "가족회의 없었고, 전봉애씨와 식사한 적은 있어"

이에 대해 김 의원측은 "지난 기자회견 이전에 '가족 회의'는 단 한 차례도 없었다"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으나, 김 의원이 월간조선 인터뷰(9월 2일경) 이후 기자회견(9월 17일) 이전에 전봉애 여사를 만나 식사를 한 적이 있음은 인정했다.

김 의원의 한 측근은 동아닷컴과의 전화 통화에서 "(신상 발언 내용은) 앞으로 가족들끼리 자주 만나야겠다는 의지를 표출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측근은 "월간조선 인터뷰 이후 김 의원이 전봉애 씨와 전씨의 딸 내외를 함께 만난 적이 있는 건 사실"이라며 "전씨의 딸이 '남편이 뵙고 싶어한다'며 연락해와 김 의원이 이에 응했는데, 이때 전씨가 동행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측근은 또 "현재 변호사측에 의뢰, 월간조선과 해당 기사를 쓴 기자를 상대로 민형사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측근은 "민사, 형사 등 걸 수 있는 모든 것을 포함해 소송을 검토하고 있다"며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걸 지, 해당 기자도 포함될 지는 변호사측에서 법리적으로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월간조선측 "만나서 식사한 게 가족회의 아닌가"

월간조선측은 이에 대해 "김 의원측이 인정한 '식사' 자리엔 전 여사와 딸 내외 말고도 여러 식구들이 참석한 것으로 안다"며 "그게 가족회의가 아니라고 부인하는 건 변명이 궁색한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월간조선측은 또 "김희선 의원이 22일 전씨측을 '김학규 장군과 거의 만난 적이 없으며 김학규 장군에게 처와 자식으로 인정받지 못해 호적에조차 올려지지 못하고 가슴에 30여 년 동안 한을 묻고 살아가는 사람들'이라고 매도함으로써, 그 가족들이 분개하고 있다"며 "전씨의 손녀딸이 22일 김의원 보좌관에게 전화해 강력히 항의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김 의원 "제 개인 문제만은 아니라고 본다"

한편 김 의원은 23일 의원총회에서 "당이나 동지들에게 송구스럽게 생각하고, 미안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면서도 "저의 개인 문제만으로는 보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제가 친일파 708명의 명단을 공개할 때 '목숨을 걸어야 한다'는 말을 들었다"며 "그때는 그 말을 아무 생각 없이 넘겼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지난 세기 동안 분단과 전쟁을 겪으면서 우리나라 대부분의 가족은 말하지 않을 권리를 가진 가족사를 갖기 마련"이라며 "그런데 3류 잡지로 전락한 조선일보의 이같은 행태에 연민의 정을 느낄 정도"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앞으로도 친일진상규명에 모든 것을 걸 것"이라며 "일단 (자신의 개인 가족사에 대한) 사실규명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재준 동아닷컴기자 zz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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