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부 소속 정우상(33) 기자는 5일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노무현 중독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제목의 글을 통해 “저는 조선일보 기자지만 10월5일자 조선일보에 대해선 비판을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럼 넌 뭐했냐’고 물으면 유구무언이지만 그래도 주둥이는 살아있어 이런 글을 쓴다”고 다소 냉소적으로 밝힌 뒤 이 날자로 보도된 1면 머릿기사들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정 기자가 지적한 기사는 ‘미군 없이 한국군 단독 방어 땐 남침 16일 만에 서울함락’과 ‘701개 교교 민중사관 교과서 수업’ 등 2건.
그는 “‘미군이 없어도 우리나라는 문제없어’식의 단순 논리도 문제지만 ‘미군 없으면 우리는 죽어’식의 극단적 가정 또한 허점이 있다”고 지적한 뒤 “개연성은 있지만 가능성이 낮은 리포트를 기반으로 작성된 기사를 중요하게 다룬 것은 여러 가지 문제를 내포한다”고 주장했다.
정 기자는 “금성출판사의 교과서는 본지(조선일보)의 보도처럼 ’민중사관‘에 철저히 기초한 것이 아니라, 민중사관을 흉내 낸 것”이라면서 “우리 아이들이 그런 교과서로 공부한다고 해도 바보가 아니기 때문에 조금 크면 그것이 정답이 아니라는 것을 쉽게 깨달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두 기사 모두 가치는 있지만 조선일보가 정색을 하며 다뤄야 될 사안은 아니라고 본다”고 의견을 밝혔다.
그는 또 “열린우리당이 ‘참여정부의 기반을 무너뜨리려는 공세’라며 상당한 ‘오버’를 했지만 이 교과서는 노무현 대통령이 아닌 김대중 전 대통령 때 만들어진 것”이라면서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그 교과서를 한번도 제대로 검토한 적도 없으면서 신문만 보고 분기탱천하는 어리석음으로 조선일보의 ‘오버’를 정당화 시켜줬다”고 비판했다.
정 기자는 “텍스트(text)를 보지 않고, 컨텍스트(context)를 비판하는 최근 풍토는 대한민국의 미래를 아주 우울하게 만든다”면서 “조선일보는 노무현 대통령에 중독됐고 열린우리당은 조선일보에 중독됐다. 사랑은 중독돼도 좋지만, 증오는 중독되면 불행해진다”는 말로 글을 끝맺었다.
정 기자의 글이 올라간 뒤 블로그에는 "용기있고 좋은 글이다. 이런 비판으로 조선일보는 발전할 것이다", "덜익은 행동이다. 자중하라"는 등의 찬반 댓글 70여개가 붙어 높은 관심을 나타냈다.
정 기자는 8일 동아닷컴과의 전화통화에서 "개인적인 사견을 개인블로그에 올린 것 뿐인데, 주변에서 관심이 많아 신경이 쓰인다"면서 "더 이상의 관심이나 물음에 답변하고 싶지 않다"고 밝혔다.
조창현 동아닷컴기자 cc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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