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 "국민연금에 뾰족한 수 있겠나"

  • 입력 2004년 10월 19일 11시 03분


열린우리당 유시민(柳時敏) 의원은 “제가 대표 발의해 국회에 제출한 국민연금법 개정안은 미봉책이 맞다”고 시인했다.

유 의원은 19일 CBS라디오에 출연, 전날 국민연금관리공단을 상대로 한 국회 보건복지위 국정감사에서 자금 고갈의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국민연금 문제와 관련해 야당이 ‘열린우리당의 개정안이 현 제도대로 운영될 경우에 적자 시점을 2년 늦추고 기금 고갈시기를 5년 늦추는 미봉책’이라고 비판했다고 진행자가 지적하자 이같이 답했다.

유 의원은 “지금은 새로운 합의가 성립될 때 까지는 일단 미봉책 외에는 어떻게 할 수가 없다”며 답답함을 호소했다.

그는 “정부안대로 보험료를 15.9% 올리더라도 2070년에는 기금 고갈이 되도록 돼 있다”며 “현행 제도대로 가느냐 제가 발의한대로 가느냐 정부안대로 가느냐는 적어도 재정안정성 면에서 볼 때 기금이 소진되는 시점이 조금씩 더 늦춰진다는 차이가 있을 뿐이지 본질적인 차이는 없다”고 덧붙였다.

유 의원은 국민연금 문제가 심각해 진 이유는 “처음부터 잘못 설계된 때문”이라고 국감현장에서와 같은 답변을 내놨다.

그는 “과거 정권을 탓하려는 게 아니다”면서 “처음에 제도를 설계했을 때와는 다른 새로운 사회적 합의를 빨리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 의원은 국민연금의 재정압박이 이뤄지는 이유는 3가지라며

첫째, 내는 보험료율에 비해서 급여 율이 너무 높다. 둘째, 과거에 만든 그 같은 제도(낮은 보험료율에 비해 높은 급여율) 때문에 생긴 기득권이 앞으로도 계속 발효되기 때문에 재정을 압박하게 된다. 셋째, 우리의 경제성장률, 임금상승률 등 인구학적인, 혹은 거시경제 지표들이 과거 고도성장기에 비해 낮아졌는데 이런 것들은 과거에는 고려하지 못했던 요소이기 때문에 재정압박 요인이 된다고 분석했다.

유 의원은 “이런 압박 요인들이 존재하는 한 보험료를 엄청나게 올리고 급여 율은 엄청나게 내리지 않는 한 국민연금 제도를 유지하기 어려운데 제 생각에는 국민들께서 보험료를 더 많이 올리는 데 대해서는 합의해 주시기가 어렵다고 본다”고 밝혀 국민들을 만족시킬만한 뾰족한 대안이 없음을 인정했다.

유시민 의원은 88년 입안 당시의 공무원들 문책과 관련, “설사 정책 실명제로 하더라도 이미 세월이 흘러 당시 책임질 만한 지위에 있는 고위직 공무원은 없다”면서

“결국은 입법부에서 만들었기 때문에 당시에 의회를 지배했던 정당들이 책임져야 한다. 잘못된 것은 서로 상의해서 고쳐나가고 협력해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유 의원은 “그런데 처음 이 제도를 잘못 설계했을 때의 집권당이었던 정당의 후신인 한나라당은 보험 급여를 깎는다고 정부를 비난하고 대통령을 비난하고 여당을 비난하고 있다”며 섭섭함을 표시했다.

한편 유 의원은 전날 자신의 홈페이지 올린 국정감사 소식에서 “제가 발의한 개정안은 당론으로 확정된 것도 아니고 당론으로 확정해 발의할 계획도 없다”고 밝혔다.

그는 “제가 발의한 국민연금법 개정안이 야당의 당론이라는 지난 16일 조선일보 단독보도는 완벽한 오보”라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추정컨대 어느 의원실 보좌진이 아무런 문제의식 없이 조선일보의 취재에 응한 것으로 본다”며 “악의적으로 제보를 했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큰 문제다. 날마다, 가능한 모든 것을 다 동원해서, 대통령과 정부와 우리당을 비방하는 신문사의 직원에게 귀한 정보를 줄줄 흘리는 의원 보좌관이 있다는 것은 정말이지 한심한 일”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번 기회에 국민연금제도를 둘러싼 모든 논의를 전면적으로 개방할 것을 제안한다”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안에 국민연금소위원회를 구성할 수도 있고, 여야 지도부가 동의한다면 국회 차원의 노후소득 보장 특별위원회를 구성해도 좋다. 필요하다면 국회와 정부, 시민사회와 노동조합, 경영자 단체까지 모두 참여하는 사회협약기구를 구성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박해식 동아닷컴기자 pistols@donga.com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