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비록 자신의 '용공문건'혐의에 대한 반론형식으로 씌여졌지만, 이해찬 총리와 이부영 열린우리당 의장이 잇달아 동아일보와 조선일보를 공격하고 열린우리당이 4대개혁안의 입법화를 강행하는 가운데 나와 그 의도와 배경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 장관은 ‘참으로 맹랑한 아침’이란 제목의 이 글에서 “아직도 색깔논쟁이 끝나지 않았다”고 개탄했다.
김 장관은 “기사를 읽어 봤지만 (제가 작성한 문건이 ‘용공문서’로) 왜 매도돼야 하는지 알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 장관은 한 편으론 ‘다행’ 이라며 복잡한 심경을 드러냈다.
김 장관은 “김대중, 유시민, 유기홍, 이인영, 임종석, 조정래<태백산맥>, 조세희<난쟁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박세길<다시 쓰는 한국현대사>, 고리끼<어머니>, 테드알렌과 시드니고든<닥터 노먼베쑨>, 한겨레, 월간 말, 노동자 신문, KBS 심야토론, 전국연합, 민주노총, 민언련, 민예총, 한청, 민주노동당…”등 공안문제연구소가 작성한 ‘이적성 감정 목록’을 열거한 뒤 “만약에 이 감정목록에 나의 이름이 없었다면 나는 기분이 어땠을까”라고 자문했다.
김 장관은 “이 목록은 다름 아닌 민주주의를 위해 진실을 말하고 실천했던 사람들의 이름들”이라며 “이 터무니없는 공안문제연구소라는 정부기관의 존재와 활동내역을 보면서 아직도 민주화의 여정은 끝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김 장관은 “비록 정권을 교체하고, 재창출하고, 의회권력조차 바꾸었지만, 코미디는 여전히 계속 되고 있다”며 “이른바 공안문제연구소는 경찰대학이라는 그늘에 숨어서 지금도 그 고약한 냄새를 계속 피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장관은 “우리는 민주화를 이루었지만 삶도 세상도 거시적으로만 이해되고 꾸려지는 것이 아니다”며 “작지만 은밀히 작동하는 미시적인 부문을 놓쳐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김 장관은 “이번 공안문제연구소의 감정목록을 보면서 미시적 민주화가 얼마나 중요한지 또한 지속적인 경각심과 개혁의 지속이 얼마나 중요한지 뼈저리게 느끼게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 장관은 “나 스스로를 반성한다. 민주화 10년을 맞이하는 지금 우리는 모두 각자의 영역에서 자신만의 성을 쌓아올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민주주의와 평화와 통일을 소중히 여겼던 나 역시 어느덧 계산하는 정치인이 되어 모든 것을 타협이라는 이름으로 흥정할 정도로 얄팍해지지는 않았는지, 나 자신을 되돌아본다”고 고백했다.
이어 김 장관은 “동지들, 선후배와 친구들이 그립다”며 “우리는 한참 더 함께 행진해야 한다”고 다짐했다.
김 장관은 “우리가 흔들린다면 우리가 쟁취한 민주주의와 추진 중인 개혁 또한 흔들릴 것”이라며 “그것은 우리가 개혁하고자 했던 독재의 유산과 패배주의가 부활함을 의미한다. 우리는 다시 뭉쳐서 주춤하고 있는 개혁을 온힘으로 밀고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장관은 “오늘은 뼈저린 각성의 아침”이라며 자신의 심정을 브레히트의 시 ‘분서’를 인용하는 것으로 마무리했다.
한편 열린우리당 최규식 의원은 17일 경찰청 산하 공안문제연구소의 ‘이적성 감정목록’을 분석한 결과 1997년 당시 야당 국회의원이던 김근태 보건복지부 장관이 작성한 문건등 모두 5만건 이상을 용공ㆍ이념으로 판정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최 의원에 따르면 이 연구소는 구체적 근거 없이 김 장관이 국민회의 소속의원 시절에 작성한 ‘새로운 정치조직 건설을 위하여’라는 문건을 ‘용공문서’로 규정했다. 또 학생운동권 출신인 우리당 임종석ㆍ이인영 의원이 97년에 함께 작성한 ‘한국 학생운동을 돌아본다’라는 문건과 같은 당 유시민 의원이 쓴 ‘거꾸로 읽는 세계사’ 등도 용공문서로 분류했다.
박해식 동아닷컴기자 pistol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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