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조인직/군데군데 하자… “새 아파트인데…”

  • 입력 2004년 10월 21일 17시 24분


코멘트
경기 용인시 죽전동에 9월부터 ‘포스홈타운’ 아파트 1307가구의 입주가 시작됐다. 분당선과 연결되는 ‘보정역’과 닿아 있어 그런지 근처 다른 아파트들보다 인기가 좋다. 인근 중개업소에 물어 보면 “포스코건설과 현대건설이 같이 지었는데 무슨 말이 더 필요 있느냐”고 할 정도다.

그러나 이사를 3일 앞두었다는 최모씨(57)의 제보를 받고 찾아간 16일의 현장은 ‘과연 이것이 완성품인가’ 하는 의구심을 들게 했다. 최씨는 “‘하자’라고 하기엔 너무 큰 문제점이 30가지가 넘는다”고 주장했다.

검게 그을린 원목마루, 군데군데 벗겨진 거실 페인트, 깨져 있는 화장실 타일을 비롯해 등의 전깃줄이 삐져나와 있는 드레스룸의 모습 등은 백번 양보해 ‘하자’라고 간주할 수 있었다.

하지만 색이 다른 두 개의 벽지(흰색과 옅은 베이지색)가 벽에 반씩 발라진 모습, 일자로 곧게 지탱하고 있어야 할 천장 몰딩이 ‘V’자로 휘어져 있는 모습 등은 입주자로서는 분명 ‘분양계약 위반’이라고 볼 만한 사안이었다.

발코니와 바로 연결된 화단을 제공한다고 해서 일부러 1층을 분양받았다는 최씨는 페인트 가루와 목재, 판자들이 흩어져 있는 화단을 가리켰다. 그는 “위층에서 마무리 보수공사를 하면서 버린 것들이다. 입주 한 달이 다가오는데 아직도 공사판에 살고 있다. 이 정도면 ‘살인미수’ 아니냐”며 분을 참지 못했다.

불행 중 다행으로 최씨의 ‘신고’에 하자보수센터는 기민하게 움직였다. 현대건설 일꾼들로 구성된 6명이 지난 주말 내내 도배와 타일 수선 등을 해 주었고, 천장 몰딩은 철판을 덧대 직선으로 펴 주었다. 끝까지 책임지겠다는 약속도 받았다.

최씨는 “그렇지만 ‘큰소리’를 쳐야 움직이거나, 구조적 결함도 ‘단순 하자’로 치부하는 관행은 꼭 고쳐져야 한다”고 쓴소리를 보탰다.

‘화려한 마감재’보다는 ‘기본’에 충실한 게 소비자의 신뢰를 쌓는 첫 번째 덕목이다. 건설업체 담당자들이 모델하우스보다 ‘완공 현장’에 더 신경을 써야 하는 이유다.

조인직 기자 cij1999@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