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요 한 장으로 버텨온 1년, 후회는 없었다

  • 입력 2004년 11월 2일 14시 13분


아빠! 유치원 가고 싶어요 그러나….

담요 한 장으로 버텨온 1년, 후회는 없다.

정치패러디 ‘대선자객’으로 유명한 패러디전문사이트 라이브이즈닷컴 김태일(37) 대표가 ‘라이브이즈 1년’을 돌아보며 쓴 글이 친여 네티즌들 사이에서 화제다.

김 대표는 지난달 29일 쓴 글에서 작년 이맘때 라이브이즈를 출범 시킨 일과 ‘대선자객’ 시리즈의 폭발적인 반응, 그리고 이 일로 인해 사이트 오픈 후 한달여 만인 지난 12월 ‘선거법 위반’ 조사로 약 9개월 가까이 고초를 겪으며 경제적 어려움에빠지게 된 일 등에 대해 담담한 어조로 적었다.

그에 따르면 라이브이즈의 운영비는 네티즌들이 보내준 후원금이 전부였다고 한다. 백방으로 노력했지만 선거법 위반으로 ‘뻑하면 잡혀가고 재판받는 곳’이라 아무도 광고나 일거리를 주지 않았다고.

그 돈 가지고는 월급은 커녕 식비만 겨우 해결할 수 있었기에, 김 대표를 비롯한 전 직원이 우유 배달 등 아르바이트를 하며 사무실에서 담요를 깔고 잘 수 밖에 없었다고 한다.

결국 김 대표는 사무실 임대료를 내기 위해 살고 있던 집을 전세에서 월세로 바꿔야 했고 가족들은 난민 신세가 됐다면서 딸에 얽힌 애틋한 사연을 소개했다.

그는 “서울에서 파주인근까지 옮겨 다니다 보니 큰 딸이 친구도 없는 외톨이가 된 것 같다”고 걱정하면서 “유치원 보낼 돈이 없어 큰 딸을 집에 있게 했는데 어느 날 아침, 아이가 금방 일어나 부스스한 눈을 비비며 ‘아빠! 나 유치원 가고 싶어요! 아빠 돈 없어?’라고 울먹거렸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아이가 무슨 죄가 있는가, 다 못난 애비 만난 죄”라고 자책했다.

하지만 김 대표는 “그토록 하고 싶었던 일을 이제야 하고 있는데 이대로 주저 앉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들의 활동에 가장 큰 장애물이 현행 선거법 상 ‘사전선거운동’이라고 밝힌 뒤, 투쟁으로 맞설 것을 다짐했다.

김 대표는 “미국의 선거법에도 없는 사전선거운동, 그것도 6개월 동안 곰이 동굴에 갇혀 마늘 먹으며 인내하듯이 자기 생각을 참아야만 하는, 미개한 나라에서나 있을 법한 일이 현실로 남아 있다”면서 “라이브이즈 식구들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표현할 것이며, 인권위가 안 되면 국제 인권위를 찾아가서라도 사상과 표현의 자유를 탄압하는 현행 선거법과 맞설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김 대표의 글이 알려진 뒤 친노 성향의 네티즌들은 성금을 보내는 등 ‘라이브이즈 살리기’ 운동에 나서고 있다.

서프라이즈 대표필진 김동렬씨는 “이미 노출된 노사모를 대신해, 이런 분들을 불러 모아야 한다”며 “3년 후 이분들이 일제히 모습을 드러내면 다시 한번 세상을 바꾸어 놓을 수 있다”며 모금을 독려하기도 했다.

박해식 동아닷컴기자 pistols@donga.com

최현정 동아닷컴기자 phoeb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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