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갑제 "유홍준 무엇에 쫓기듯…왜그러나"

  • 입력 2005년 1월 31일 15시 57분


조갑제 월간조선 대표이사는 ‘광화문 현판 교체 논란’과 관련해 “유홍준 문화재청장이 영남대에서 교수로 근무한 사실을 반성하는 차원에서 여론의 불리를 무릅쓰고 박정희를 공격하는 것 아닌가”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조 대표는 지난 29일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린 ‘유홍준씨의 이력서를 보았더니’라는 글을 통해 “유 청장은 1991년부터 10년간 ‘정관상 교주(校主)가 박정희’인 영남대 교수로 근무했다”면서 “혹시 盧정권내의 좌파들이 이런 경력을 들춰내 압박을 가하자 결벽을 증명하기 위해 무리를 하는 것인가”라고 물었다.

그는 “영남대는 박 전 대통령이 퇴임 후 총장으로 가려고 만든 대학으로 소유재단의 정관 1조는 ‘이 법인은 교주 박정희 선생의 창학정신에 입각해 교육을 실시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돼있다”면서 “유 청장은 그런 대학에서 교수로 10년, 그중 3년은 박정희 교주의 건학이념이 투영된 박물관장, 즉 박정희 기념관의 관리자를 지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이런 경력은 부끄러운 일이 아니고 오히려 그와 같은 저명한 교수가 지방대학의 교단을 지켜준 것은 고마운 일이다. 그러나 문제는 유 청장의 최근 행태에 무엇에 쫓기듯 죽은 박정희에 흠집을 내려는 강박관념이 느껴지는 것”이라면서 “이런 흠집 내기는 그에게 이로운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조 대표는 “박정희 이순신 같은 인기 1~2위의 역사적 인물에 대해 누가 보아도 말이 되지 않는 공박을 하면 반드시 역풍을 맞는데, 그런 사실을 모를리 없는 유씨가 왜 이러는 것일까”라고 자문했다.

곧바로 “혹시 盧정권내의 좌파들이 유씨의 영남대 근무 사실을 들추어내 압박을 가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아니면 그런 분위기를 의식한 유씨가 결벽증명을 만들기 위하여 무리를 하는 것인가. 그것도 아니면 유씨는 진정으로 영남대 근무 사실을 반성하는 차원에서 여론에서의 불리를 무릅쓰고서 박정희를 공격하는 것인가.”라고 스스로 답했다.

그는 이어 “현학적인 지식인들은 의외로 권력욕도 강해 자신을 중용해주는 사람을 위해 목숨이나 체면까지 바치는 것을 의리로 알기도 한다”면서 “권력이란 완장을 채워주면 사람이 달라지는 것은 예외가 아니라 인간사의 상례(常例)이고 특히 약점이 있는 사람은 배전의 충성을 하는 수가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독립군을 때려잡던 친일경찰을 이승만 정부가 부리니 수사기술을 마음껏 발휘해 좌익뿐 아니라 이 대통령의 정적들을 못살게 굴었다”고 예를 들었다.

조 대표는 또 “아버지가 만주경찰의 특무간부였음에도 독립군이라 조작한 뒤 친일파 청산의 기치를 높이 들었던 열린당의 김희선 의원과 독립군 잡던 헌병 출신을 아버지로 두었던 여당의 대표도 진짜 독립군 후손들보다도 더 소위 친일파 청산에 열심이었다”고 덧붙였다.

그는 마지막으로 “유씨는 자신의 이력서에서 영남대 근무 사실을 지울 필요가 없듯이 ‘광화문’글씨도 없앨 이유가 없고 현충사도 철거할 것이 아니다”면서 “그가 문화유산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가장 값진 문화유산인 민족사의 위인들도 사랑할 줄 알아야 한다”고 충고했다.

조창현 동아닷컴기자 cch@donga.com

▽김형오도 '우정의 비판' 제3탄▽

‘광화문 현판 교체’ 문제로 서울대 67학번 동기로 ‘40년 지기’인 유홍준 문화재청장과 서신공방을 펼쳤던 한나라당 김형오 의원이 31일 오전에 이어 오후에 다시 편지를 보내 문화재청의 방침을 재고해 줄 것을 요청했다.

앞서 26일 김 의원은 문화재청이 광화문을 복원하면서 박 전 대통령의 한글 현판을 조선 정조의 한문글씨체로 바꾸기로 하자 유 청장에게 “승자에 의한 역사파괴를 막아야 한다”는 공개 서한을 보냈었다.

이에 유 청장은 27일 답신에서 “광화문 현판 교체는 1995년에 결정된 일”이라고 반박하고 “광화문과 달리 현충사는 박 전대통령의 기념관 같은 곳이라 친필 현판을 바꾸지 않을 것”이라고 밝혀 누리꾼들의 반발을 불러왔었다. 사태가 악화되자 유 청장은 28일 밤 자신의 발언에 대해 사과했다.

김 의원은 3번째 편지에서 “먼저 나로 인해 유청장이 곤경에 빠지게 된 것 같아 참으로 민망한 마음” 이라고 소회를 밝히면서 “문제가 된 ‘현충사’ 발언은 유청장이 광화문 현판의 교체를 강조하기 위해 ‘다소 과한 비유’를 한 것으로 이해한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이 글을 보는 분들도 유청장이 사과성명까지 낸 마당에 더 이상 핵심에서 벗어난 인신공격은 그만두기를 희망한다”고 당부하기도 했다.

김 의원은 다시 ‘광화문’으로 논점을 옮겨 “청장 답신에도 나의 의문은 아직 해소되지 않은 부분이 있다”며 “유청장은 근정전 앞 광복 60주년행사에 맞춰 광화문 현판을 교체하기로 돼 있었다고 했으나, ‘한글 광화문’이 있다고 그곳에서 행사를 못할 것도 없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이어 “제1신에서도 지적했듯이 ‘광화문’ 복원사업이 시작도 안된 상태에서 ‘박정희 한글 광화문’ 현판이 교체된다면 그야말로 정치적 오해를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거듭 주장했다.

김 의원은 “잘 아는 대로 박정희 유산을 지우겠다는 유형무형의 세력이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라며 “이미 밝혔듯이 역사를 권력의 힘으로 재단(裁斷)하려는 어떤 세력에 대해서도 강력히 반대한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문화재청이 대안으로 언급한 ‘正祖 글씨 집자 현판’도 지적했다.

그는 “유 청장은 아직 결정된 바가 없다면서도 고궁의 격에 맞추기 위해 한석봉과 김정희, 그리고 正祖 세분 글씨 중에서 집자해서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며 “집자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은 불변인가, 광화문과 관계없는 분들의 글씨를 집자해서 현판을 달아야 고궁의 격에 맞는지 다시한번 생각해 달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박정희 대통령의 글씨가 35년간 걸려 있었음에도 그동안 문제제기가 없었던 것은 이 나라 지성인들이 시대적 소명과 역사의식이 부족해서만은 아닐 것”이라면서 “많은 국민들은 광화문을 경복궁의 일부라는 인식에 앞서 서울 중심대로의 상징적 건물로 생각하고 있고 따라서 현판 바꾸는데 대해 예민한 반응을 보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유청장 말대로 현재 진행되는 일이 경복궁을 복원하는 것이지 광화문 건물 자체를 복원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옛것을 본받으면서도 변통할 줄 아는 법고창신(法古創新)의 정신을 살려 단안을 내린다면 그것이 역사와 미래가 손잡는 계기가 되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마지막으로 “지조와 양심 있는 선비 내 친구 유홍준이 문화재 청장으로 길이 성공하기를 진심으로 바라마지 않는다”며 “오해와 불신이 많은 공직사회에서 선비정신으로 꿋꿋이 헤쳐 나가는 모습을 계속 지켜 볼 것”이라고 글을 맺었다.

최현정 동아닷컴 기자 phoebe@donga.com

▶김형오 의원, 유홍준 문화재청장에 보낸 공개서한 전문

▶김형오의원의 공개서한에 대한 답신 전문

▶김형오의 두번째 편지 "유청장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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