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율스님 단식은 ‘계속’…이총리 방문 헛걸음

  • 입력 2005년 2월 3일 13시 53분


지율스님의 단식이 100일째로 접어든 가운데 3일 오전 스님이 단식중인 서울 서초동 정토회관에서 정토회 지도법사 법륜스님이 지율스님의 건강상태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연합]
지율스님의 단식이 100일째로 접어든 가운데 3일 오전 스님이 단식중인 서울 서초동 정토회관에서 정토회 지도법사 법륜스님이 지율스님의 건강상태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연합]
“저의 단식에만 너무 초점을 맞추지 말고 환경가치의 중요성에 눈을 돌려 주세요.”

고속철도 천성산 터널공사를 반대하며 100일째 단식중인 지율스님이 입을 열었다.

지율스님을 돌보고 있는 정토법회의 법륜스님은 3일 오전 서울 서초동 정토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오랜 단식으로 거동조차 힘들어진 지율스님을 대신해 그의 메시지를 낭독했다.

▶ 지율스님 단식, 어떻게 생각? (긴급 POLL)

지율스님은 “죄송하기도 하고 감사하기도 하다”며 “여기까지 온 것은 내가 아니라 여러 언론들이 꾸준히 다루어 줬기 때문”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지율스님은 이어 “이제는 우리 사회가 생명 가치와 자연의 가치를 느끼고 알아야 한다”며 “나는 좀더 그것을 예민하게 느낄 뿐이다”고 말했다.

지율스님은 “지금은 세간의 관심이 천성산에 집중돼 있지만 이제는 모든 자연에게 돌려져야 한다”면서 “지금 우리 사회는 개발 가치와 환경 가치에 대해 혼란을 겪고 있지만 점차 환경가치에 대한 비중이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단식 해제에 대해선 어떤 얘기도 하지 않았다.

현재 지율스님은 병원치료도 거부한 채 정토회관에 머물며 물과 소금을 섭취하며 단식을 계속하고 있다.

여전히 몸 상태는 좋지 않지만 정신적인 면에서는 많이 안정을 되찾았다고 한다.

법륜스님은 “지율 스님이 어제(2일) 저녁부터 말도 많아지시고 기분이 한결 나아지셨다”며 “물도 제대로 못 넘기던 분이 둥글레 차도 조금씩 드시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기자회견에 앞서 법률스님은 “사회 각계에서 관심과 염려를 보내주고 있어 고맙다. 청와대와 정부에도 감사하다”며 “불가능의 벽에 가능의 금이 생기는 것 같다”고 말해 정부와의 막후 교섭에서 약간의 진전이 있었음을 시사했다.

▽정부 “공사 중단은 어렵다”난색 ▽

정부는 지율스님이 요구한 ‘발파 중지 및 환경영향평가 재실시’ 방안은 수용하지 않지만 대신 시민·환경단체가 참여하는 환경영향공동조사를 실시키로 방침을 정했다.

강동석 건설교통부 장관은 이날 오전 국회 건설교통위원회 회의에 출석해 “공동조사는 환경평가 이행 실태와 공사의 환경영향 조사를 위한 것이며, 공동조사단은 사업자와 지율스님 측에서 동수로 추천한 전문가로 구성하고, 공동조사 기간(3개월)은 조정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강 장관은 “공사를 중단할 경우 경제적 손실뿐만 아니라 경부고속철도 대구-부산 신선구간 개통 지연에 따른 지역개발 지체 등 커다란 사회적 비용이 발생한다”고 난색을 표했다.

강 장관은 “천성산 구간공사가 이미 두 차례에 걸쳐 12개월이나 공사가 중단돼 2조5000여억원의 손실을 본데다, 터널공사 특성상 공기 단축은 기술적으로 곤란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결국 '공사 중단’이라는 지율스님의 핵심 요구사항은 반영되지 않은 것.

이 때문에 이번 방침이 지율 스님의 단식 해제를 이끌어 낼지는 미지수다.

이에 이해찬 국무총리는 이날 오후 2시경 지율 스님을 설득하기 위해 정토회관에 방문했으나 면담이 성사되지는 않았다.

현재 지율스님은 어떤 외부 인사도 만나지 않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저녁에는 지율스님과 천성산을 살리자는 대규모 촛불집회도 열린다.

시민단체 ‘도룡뇽의 친구들’과 민주노동당 등은 서울 광화문 네거리와 부산 서면, 그리고 광주 우체국 앞 등 전국 곳곳에서 촛불집회를 열고, 공사 중단과 환경영향평가 재실시를 요구할 예정이다.

최현정 동아닷컴기자 phoebe@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