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장관과 전현직 대학 총장, 교수, 변호사 등 사회 각계의 원로들이 수능 부정 사건 등 우리 사회의 윤리붕괴에 대해 책임을 지고 회초리를 들어 자신의 종아리를 때렸다.
윤리 운동 단체인 ‘성숙한 사회 가꾸기 모임’은 4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컨퍼런스 홀에서 인성 교육의 위기에 대한 대안을 모색하는 ‘열린 사회와 윤리’ 토론마당을 열고 이 같은 참회의 퍼포먼스를 벌였다.
김태길(85·대한민국 학술원 회장), 손봉호(67·동덕여대 총장) 공동대표는 국민에 대한 속죄의 의미로 하얀 소복을 입은 채 돗자리 위에 꿇어 앉아 고개를 숙이고 ‘석고대죄’를 했다.
김 대표는 “윤리학을 전공하고 다년간 대학에서 인간의 도리를 가르쳤건만 지금 한국의 도덕지수는 OECD국가중에 최하위권이다. 국민 여러분 앞에 참회 한다”고 소회를 밝혔다.
손 대표도 “그동안 성숙한 사회 가꾸기를 외쳐왔으나 말 뿐이었고 제대로 한 게 없다. 책임을 통감 한다”고 자성했다.
이후 과거 교육부 장관직을 지낸 박영식 광운대 총장(71), 이명현 서울대 교수(63)를 필두로 수십 여명의 참가자들이 바지를 걷은 채 싸리나무 회초리로 자신의 종아리를 때리는 ‘편달치기(선생 회초리 치기)’ 행사를 가졌다.
이명현 교수는 “젊은 세대에 대한 인성 교육의 궁극적 책임은 삶의 본을 보여줘야 할 어른 세대에 있다”면서 “선생들이 지도 편달을 소홀히 했단 탓이니 스스로의 종아리에 매질을 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영식 총장은 “반성의 의미도 있지만, 인성 교육의 중요성을 설파하고 그 바탕을 마련하고자 나왔다”며 “경쟁적인 교육 속에서 우리사회가 점점 사악해지고, 거칠어져만 간다. 몸으로라도 막아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한편 행사를 주도한 강지원 변호사(56)는 “회초리 때리기나 석교대죄 퍼포먼스가 국민 여러분들께 장난처럼 보일까봐 걱정스럽기도 하다”면서 “기성세대의 자기반성을 촉구하는 윤리회복운동으로 봐 달라”고 강조했다.
이날 행사에는 김경동 서울대 명예교수, 김용균 고려대 명예교수, 김태련 전 이화여대 교수 , 노재식 서울대 명예교수, 민병찬 전 서경대 총장, 박이문 연세대 특별교수, 서지문 고려대 교수, 정명환 서울대 명예교수 등 70 여명이 참석했다.
최현정 동아닷컴 기자 phoeb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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