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이 제일 반갑지 않은 사람은 차례상 준비를 도맡아야 하는 맏며느리일 것이다.
그래선지 이 맘때가 되면 포탈 사이트 게시판에는 차례를 준비하는 며느리의 애환을 그린 ‘맏며느리 타령’, ‘며느리를 위한 시’라는 제목의 글이 심심찮게 올라온다.
이 시조에는 ‘차례에 얽힌 여인네들의 한(恨)을 4언 절구의 시조로 승화시킨 작품’이라는 다소 학구적인 설명이 붙기도 한다.
“이제서야 동서오네 낯짝보니 치고싶네/윗사람이 참는다네 안참으면 어쩔거네.”
“명절되면 죽고싶네 일주일만 죽고싶네/이십년을 이짓했네 사십년은 더남았네.”
구어체로 생생하고 실감나게 묘사한 탓에 언뜻 보면 “맞다! 바로 내 얘기야!”하고 호응하는 며느리들도 많다.
기발하고 재치있는 표현 덕에 글을 읽는 내내 눈물이 찔끔찔끔 나오도록 자지러지게 웃었다는 주부 누리꾼(네티즌)들도 간간히 눈에 띈다.
그러나 다 읽고 나니 자기 연민이랄까 씁쓸한 감정이 밀려와 쓴웃음을 지을 수 밖에 없었다는 게 주부 누리꾼들의 중평이다.
간혹 일부 남성 누리꾼들이 “남자들도 명절 때면 운전하느라 힘들다”고 항의라도 할라치면, 당장 “‘명절 증후군’을 앓았다는 며느리는 들어봤어도, 그런 사위는 듣도 보도 못했다”는 댓글이 빗발치기 십상이다.
주부들의 ‘노기’를 눈치 챈 한 남성 누리꾼은 재빨리 “존경하올 전국의 대단한 며느리 여러분, 힘내십시오. 올해는 저도 돕겠습니다”는 ‘센스 만점’의 글을 올려 호응을 얻기도 한다.
다음은 ‘맏며느리 타령’ 전문이다.
저번제사 지나갔네 두달만에 명절이네
냄비꺼내 탕끓이네 친정엄마 생각나네
동그랑땡 차례라네 돼지고기 두근이네
남자들은 티비보네 뒤통수를 노려봤네
내색않고 음식하네 말했다간 구박이네
밥떠주고 한숨쉬네 폼발역시 안난다네
그래봤자 내가하네 지들끼리 먹는다네
바리바리 싸준다네 내가한거 다준다네
시계보니 새벽두시 오늘아침 출근이네
다음제사 또온다네 그때역시 똑같다네
그렇지만 힘들다네 이거정말 하기싫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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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현정 동아닷컴기자 phoeb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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