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홍준 “박정희前대통령 문화유산에 제일 큰 관심”

  • 입력 2005년 2월 8일 15시 01분


130만부가 팔린 밀리언셀러 ‘나의문화유산 답사기’로 유명한 유홍준(56)문화재청장.

말 잘하기로 소문난 그가 최근 ‘경솔한 입’ 때문에 곤욕을 치렀다.

“노무현 대통령이 정조를 닮았다”고 ‘아부’ 했다는 의혹을 받았는가 하면 아산 현충사에 대해 “이순신 장군 사당이라기보다는 박정희 대통령 기념관 같은 곳”이라고 발언했다 비난이 쏟아지자 공개사과를 하기도 했다.

이런 와중에 신동아 2월호에 실린 유 청장의 인터뷰 기사가 새삼 주목을 받고 있다.

앞서 언급 된 유청장의 발언이 우발적인 것이 아니었음을 이 인터뷰 기사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유 청장의 인터뷰 내용 중 박 전 대통령 관련 내용 등 중요 부분을 요약 정리한다.

▼정조와 노 대통령 가는 길이 가장 비슷▼

유 청장은 “역대 왕 중에서 정조가 노 대통령하고 가는 길이 가장 비슷하다”며 “우선 수도를 옮기려다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천도는 권력분산 의도였다”며 “정조는 수원으로 수도이전을 하려다 노론세력에 의해 못했고 노 대통령은 보수세력이 반대해 실패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정조의 개혁에 관해서도 (노 대통령께) 얘기를 했더니 흥미를 느끼시는지 정조에 대한 책을 보고 싶다고 해 ‘영조와 정조의 나라’, ‘정조시대의 문화’를 보내드렸다”고 밝혔다.

▼역대 대통령 중 박 전 대통령이 문화유산에 가장 큰 관심▼

유 청장은 “경주 천마총과 불국사 복원은 박정희 시대의 작품”이라면서 “역대 대통령 중 박 대통령만큼 문화유산에 관심을 가졌던 사람이 없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관심이 지나쳐서 문제가 되었다”며 아쉬움도 나타내며 “아산 현충사, 칠백의총, 신사임당 기념관은 천편일률적으로 콘크리트 한옥에다 미색 수성페인트를 칠해놓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계속해서 “지역적 환경에 맞춰 건물을 지었다면 근사한 근대 유산으로 남을 수 있었을 텐데 아주 박제화하고 획일화해 놓았다”며 “그 시절엔 대단한 것이었지만 소득이 1만 달러를 넘어가니까 우스운 집이 돼버렸다”고 덧붙였다.

유 청장은 또 박 전 대통령이 군사쿠데타의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해 이순신을 비롯한 군사 영웅관을 조성한 것은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영웅주의 사관으로 인해 마치 임진 왜란 때 이순신 장군 혼자 싸우고 나머지는 무서워 도망간 것 처럼 돼 버렸다”며 “(원래있던 현충사를 옆으로 밀어내고 영웅주의 사관에 맞춰 새로 꾸민)현충사는 이순신 장군 유적인지, 박정희 기념관인지 모를 정도로 과장돼 있다”고 주장했다.

▼“김지하 영향 속에서 컸다”▼

유 청장은 학창시절 서울대 미학과 8년 선배인 김지하 시인으로부터 큰 영향을 받았다.

그는 “59학번인 김지하 시인은 폐병으로 요양소 생활을 하느라 대학을 7년 반이나 다녔다”며 “대학에서 학생운동과 문화 딴따라 선배로서 지휘를 했다”고 회상했다.

이어지는 유 총장의 말.

“음악 김민기, 미술 오윤, 춤 이애주 채희완, 연극 홍세화, 미학 유홍준, 판소리 임진택…. 이 사람들이 전부 김지하 사단 출신이다.김지하 시인은 재야 문화운동의 교주였다. 그는 문화운동의 탁월한 리더였다. 우리가 따라갈 수 없는 천재성, 포용력, 지식을 갖고 있었다. 나를 포함해 내 또래 사람들은 다 그 선배의 영향을 받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세로 20억 벌어▼

유 청장은 나의문화유산 답사기 인세로 20억 원 정도를 벌었다고 밝혔다.

그는 이 책의 성공 요인 중 하나로 1980년대 말부터 90년대 초 사이에 ‘마이카 시대’가 개막한 것을 꼽았다. 강준만 전북대 교수는 마이카를 놀이문화에 어떻게 이용해야 할지 곤혹스러운 중산층에게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가 해답을 주었다고 분석했다.

유 청장은 “문화유산에 여행이라는 매체를 집어넣으면 볼 거라는 생각을 했다”면서 “여행 자유화로 대다수 사람이 외국여행을 해봤다. 그런데 외국에 나가본 사람일수록 정작 우리 것을 모른다는 자괴감을 갖게 마련인데 그분들에게 우리 것의 민족적 아이덴티티를 제시했다는 자부심이 있다”고 밝혔다.

박해식 동아닷컴 기자 pistol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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