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왜 이제서야 당신의 눈물을 알게 된걸까요”

  • 입력 2005년 2월 16일 15시 22분


《지난 14일은 연인에게 값비싼 초콜릿을 선물하며 사랑을 고백한다는 밸런타인데이. 매년 이때가 되면 밸런타인이 누군지도 모르는 한국에서도 초콜릿 업계는 호황을 누려왔다. 그러나 올해는 초콜릿 특수가 실종됐다고 한다. 대신 아버지께 드릴 작은 초콜릿과 선물을 챙기는 여성들이 늘어났다.》

“아빠 힘내세요. 우리가 있잖아요.”

언젠가부터 TV에서 자주 듣는 광고다. 이 시대 고달픈 아버지들을 응원하는 이 광고가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공감을 얻고 있다. 힘든 시대일수록 희망은 ‘가족’이기 때문일까.

인터넷에 ‘패밀리즘’(가족주의)이 확산되고 있다.

‘효도하자닷컴’은 매달 8일을 ‘누룽지데이’로 정해 평소에 못한 효를 실천하자는 캠페인을 벌여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최근 한 인기 포털 사이트는‘아빠에게 사랑을 전하자’는 이벤트를 마련했는데, 누리꾼(네티즌)들의 참여가 거의 폭발적이다.

단 하루 만에 약 4000여건이 넘는 사연이 게시판에 올라와 보는 사람의 가슴을 뭉클하게 한다.

“스물넷이나 나이를 먹고도 아버지와 말도 잘 안 했습니다. 이제껏 고생만 하시고 건강마저 나빠진 아버지, 군대갔다 와서도 밖으로만 나돌던 이 아들은 ‘사랑합니다’ 보단 ‘죄송합니다’라는 말을 먼저 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아버지 죄송합니다.”

“술을 지긋지긋하게도 드셨던 아버지. 용돈을 드리면 또 술을 드실까봐 잘 안 드렸습니다. 고깃집에 모시고 가 맛 나는 고기 한점에 술 한잔 대접도 못했습니다. 아버지, 당신께 너무도 마음을 잠가버린 이 딸을 용서 해 주실런지….”

“언제나 저를 위해 힘들어도 묵묵히 참으셨던 아버지, 그런 당신을 보면서 전 뒤에서 혼자 울었답니다. 수술 후 장애 5급 판정을 받으셨음에도 저녁 늦게까지 일하시고 제 옆을 지켜주셨죠. 이젠 제가 당신을 지켜 드릴께요.”

“9년간 엄마가 두고 간 두 딸을 홀로 키우신 아버지. 무뚝뚝한 탓에 아빠 얼굴 제대로 바라본 적 없고 손 한번 잡아 드리지 못했지만, 아버지 정말 사랑해요.”

“어릴땐 아버지를 무척 싫어했어요. 그 분은 제게 손님 같은 존재였거든요. 왜 이제서야 알게 된 걸까요? 아버지 존경합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

그런가 하면 지금은 보고 싶어도 볼 수 없는 돌아가신 아버지를 그리는 사연도 많았다.

“하늘나라에 가신 아버님이 오늘따라 유난히 그립습니다. 이번 명절에는 온 가족이 저희 집에 모였지만 당신의 자리는 빈자리였습니다. 아버지… 목이 메여오지만 인터넷으로 나마 당신을 불러 보고 싶습니다. 당신은 영원히 제 마음 속의 영웅입니다.”

“아버지는 뇌출혈로 2년간 식물인간으로 계시다 가셨습니다. 홀로 저희 3남매 키우느라 고생만 하셨는데….아버지, 정말 보고 싶습니다.”

어려운 시대일수록 마음의 쉼터인 가족을 되돌아보게 된다. 사오정, 오륙도…어려워진 살림, 가벼워진 주머니로 어깨가 축 처진 이 땅의 아버지들에게 전하는 자녀들의 ‘사랑 메세지’가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최현정 동아닷컴기자 phoeb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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