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의 기자는 한국 생활 20년째이며 대표적인 지한파(知韓派)로 알려진 일본 산케이 신문의 서울지국장인 구로다 가스히로.
구로다 기자는 16일 오전 외교부의 내외신 정례브리핑 자리에서 반기문 외교부 장관에게 질문을 던졌다.
“외교부 대변인이 일본의 역사교과서와 관련해 일본이 자국중심주의적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어느 나라나 자국중심적인 게 아닌가. 한국이 유독 일본 교과서만 비판하는 것은 설득력이 없지 않은가”
반기문 장관은 차분하게 맞받았다.
반 장관은 “과거사는 과거에 일어난 일로 진리는 하나다. 역사는 두 가지가 있을 수 없다. 이런 역사를 해석하는데 있어 자기중심적으로 해석하면 왜곡이 일어난다”고 말했다.
반 장관은 “단순한 오류는 수정하면 되지만, 역사 의미 자체를 사실이 아닌 내용으로 기술하기 때문에 왜곡이 일어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비단 일본에 대해서만 역사를 정확히 후손에게 알려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중국에 대해서도 우리의 주장을 강력히 말해 필요한 양해를 얻었고 조치를 진행중”이라며 “세계 각국에서 사용하는 역사, 사회 교과서에 대해서도 정부가 수집해서 오류사항은 시정하고 고쳐야할 사항은 해당 정부의 시정을 촉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일본의 경우는 불행한 과거의 역사가 있다. 특별히 식민역사에 대해서는 일본 정부와 국민이 역사를 정확히 인식하고 미래지향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면서 “사실이 아닌 내용을 후손에게 가르치고, 이들이 이를 교육받는 일은 매우 불행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구로다 기자는 이날 더 이상의 질문을 하지 않았지만, 이런 발언은 한 두 번이 아니다.
구로다 기자는 지난 1일 ‘일본의 진정한 사과와 반성’을 촉구하는 노무현 대통령의 3.1절 기념사에 대해 “한국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사과를 요구하는데, 이것이 정상적인 외교인지, 정상적인 국가인지 의심스럽다”며 정례브리핑 시간에 반 장관과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4일에는 한 방송국의 공개토론프로그램의 패널로 참석해 "다케시마는 일본 땅"이라고 주장해 한국민의 분노를 샀다.
구로다“한국 언론이 선동하면 정부는 따라가고…”
한편 ‘산케이신문’은 이날 “한국 언론이 대일강경론을 선동하는 캠페인을 벌이듯 ‘다케시마’문제에 대한 항의와 반대 움직임을 대대적으로 보도하고 있으며, 정부는 이런 강경여론이 밀려 곤혹스러워하고 있다”는 구로다 기자의 서울발 기사를 보도했다.
구로다 기자는 이 기사에서 “한국 언론은 시마네현의 조례 제정이 마치 한국에 대한 ‘선전포고’라도 되는 양 흥분을 이끌어 내고 있다”며 “실제로 ‘주일대사추방’ ‘일본상품 불매운동’ ‘대마도 한국령 캠페인’ 등 각종 아이디어를 내놓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그러나 “정부도 (여론에)굴복해 단호한 대응을 중비 중이라고 (한국 언론이) 전하지만, 한국이 실력으로 섬을 지배하는 현상에는 변화가 없기 때문에, 한국정부는 반일정책에 소극적이며 특히 교과서 문제와는 분리해 대처한다는 생각”이라고 보도했다.
구로다 기자는 다카노 주일대사의 ‘독도는 일본영토’ 공개주장에 대해서도 “나라를 대표하는 대사가 기자의 질문을 받고 그 나라의 공식견해를 밝힌 것이 왜 망언이냐”면서 “한국 언론이 이에 대해 맹비난을 퍼부어 반일 무드를 일거에 조성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언론의 주도로 반일감정이 높아지면 정부가 여론을 달래기보다는 거기에 영향을 받아 합류하는 것이 한국정부의 대일외교 패턴”이라며 “이번에도 ‘한국이 실효지배를 하고 있으니 시끄럽지 않게 하는 게 상책(노무현 대통령)’이라던 기본자세는 어디론가 사라졌다”고 밝혔다.
조창현 동아닷컴기자 cc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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