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 대통령, 해수부 장관땐 ‘부처이전 반대’

  • 입력 2005년 3월 22일 14시 37분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2000년 해양수산부 장관 재임 시절 ‘업무 비효율’을 이유로 해수부의 부산 이전을 반대했던 것으로 알려져 ‘말 바꾸기’ 논란이 일고 있다.

당시 국책연구소는 중앙정부의 지방 이전차원에서 해수부 이전 문제를 꺼냈고, 부산 시민단체와 언론들도 적극적으로 ‘부산을 해양수도로 하자’는 운동을 펼친 바 있다.

그러나 노 당시 장관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중앙행정기관의 이전은 그 기관의 업무효율성을 극대화하는데 바람직한지를 판단해서 결정해야 한다”며 “부처 이전보다는 실질적인 업무와 권한을 지방에 대폭적으로 이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부산 이전 요구를 반대했다.

노 전 장관은 이어 “예로 장차관은 국무회의와 국회에도 출석해야 하는데 지역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으면 결재 등 업무효율을 떨어뜨릴 수 있다”며 “해양부와 관련 산업이 위축될 수 있으므로 신중하게 검토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노 전 장관은 또 2000년 8월 부산지역 시민연대 주최로 열린 토론회에 참석해 “취임후 30일 만에 39차례 출장을 했는데 그중 3분의 2가 국회, 정당, 국무회의, 청와대 등과 관련된 것”이라며 “해양부가 부산으로 옮긴다면 서울에 따로 사무소를 둬야하고 장관은 거의 서울에 있어야 할 것”이라고 반대 견해를 밝혔다.

노 전 장관은 이 자리에서 지방화와 분권화에 대해 “개별 관청 이전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 국가 통치권적 차원에서 ‘전국민의 합의’로 해결할 문제”라고 말하기도 했다.

결국 장관과 해수부의 반대로 부산 이전은 백지화됐다.

그러나 2002년 대선때 잠잠하던 행정 부처 지방이전이 다시 전면에 부상했다.

해수부의 지방이전을 반대했던 노무현 후보가 대선 공약으로 ‘행정수도 충청 이전’을 들고 나온 것.

이에 이회창 당시 한나라당 후보는 “해수부의 이전을 반대한 노 후보가 중앙부처를 모조리 지방으로 옮긴다는 것은 충청지역 표를 의식한 매표 행위”라며 “나는 서울을 엉뚱한 곳으로 옮긴다는 거짓말 약속을 안 한다”고 몰아 붙이기도 했다.

이같은 내용이 알려지자 누리꾼(네티즌)들의 갑론을박도 뜨겁다.

일부 누리꾼들은 “당시 노 대통령의 논리는 현재 행정도시안에 반대하는 한나라당 의원들의 그것과 똑 같다”, “그건 그때 그때 달라요? 어떻게 한 사람이 정치적 이익에 따라 180도로 바뀔 수 있는지 혼란스럽다”고 비난했다.

반면 다른 누리꾼들은 “장관 때와 대통령 때의 입장이 충분히 다를 수 있다. 최고 자리에 올라오니 옮기는 게 맞다고 생각하게 된 것”, “KTX도 생기고 화상회의도 가능하고 그때와는 시대가 바뀌지 않았나”고 옹호했다.

이같은 논란이 일고 있는데 대해 김만수(金晩洙) 청와대 대변인은 “행정중심 복합도시 이전 문제는 부산 지역사회에서 해양수산부 하나만 보내달라고 한 것과는 논리적으로 다른 얘기”라며 “이것을 바로 등치시켜서 입장이 바뀌었다고 보는 것은 맞지 않다”고 밝혔다.

김 대변인은 “2000년에는 해양수산부만 부산으로 옮겨달라는 지역사회의 요구가 있었다”며 “당시 해수부 장관이었던 노 대통령은 행정부 전체가 서울에 있는 상황에서 해수부만 부산으로 가는 것은 정부 운영의 효율성 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반대했다”고 설명했다.

디지털뉴스팀

최현정 동아닷컴기자 phoeb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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