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파란 하늘 아래 홀로 처연히 선 소녀…세계보도사진전

  • 입력 2005년 6월 9일 12시 07분


바닷물에 퉁퉁 분채 떠밀려온 친지의 주검을 보고 모랫 벌에 엎드려 오열하는 여인. 이 한 장의 사진은 지난해 쓰나미에 휩쓸린 인도 타밀나두 주 사람들의 아픔을 그대로 전해준다. ‘올해의 사진’으로 뽑힌 인도 기자 아코 다타의 작품이다.

세계적 권위의 '2005년 세계보도사진전'이 서울에서 열렸다.

8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개막된 ‘2005 세계보도사진전’에는 전 세계 123개국 4266명의 사진기자 및 사진작가들의 출품작 6만9000여 점에서 뽑힌 199점이 전시됐다.

'2005 세계보도사진전' 동영상 보기

▶ '2005 세계 보도사진전' 특집페이지

격동의 21세기를 담은 보도사진들은 재난, 전쟁의 참상과 비인간성에 주목하지만 그 속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서정성을 놓치지 않는다.

새파란 하늘, 푸르른 들판에 홀로 서 있는 에이즈 고아 소녀의 처연한 모습(남아공, 브렌트 스터튼), 네덜란드 정부의 추방 명령에 항의해 입술과 눈꺼풀을 꿰맨 이란 망명자(네덜란드, 파울 브리커), 의족을 벗어던지고 수영장 물 속으로 뛰어드는 장애인 선수(영국, 보브 마틴) 그리고 이라크 저항세력의 공격으로 벌집이 된 차량을 쳐다보는 신참병의 얼굴(미국, 로버트 스완손)까지 진실과 인간의 기록이 한데 펼쳐진다.

‘화상입은 천사’ 이지선 씨는 “이번 사진전을 통해 그동안 잊고 지냈던 쓰나미 참사를 다시 떠올리게 됐다”며 “아직도 고통에서 벗어나지 못한 분들을 돌아볼 수 있는 기회가 된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지선씨는 2000년 이화여대 재학시절 교통사고로 전신화상을 입어 재활치료를 받았으며, 지금은 장애인들을 위한 재활 병원을 설립하는 ‘푸르메 재단’의 홍보대사로 활동 중이다.

관람객 정유진(32·영어강사) 씨는 “사진들 마다 사실감이 넘쳐 많이 놀랐다”고 말했고, 이효진(24·대학생)씨도 “뉴스를 통해서 많이 접했지만 실제로 이렇게 크게 확대된 사진을 보니까 피해현장이 더 처참하게 다가왔다”고 말했다.

행사에 참여한 푸르메 재단 공동대표 강지원 변호사는 “세계보도사진전이 열린다는 소식에 주최측인 동아일보사에 장애인들에게 무료감상 기회를 달라고 부탁했는데 흔쾌히 받아주셨다”며 “9월에는 동아일보사와 공동으로 장애인을 대상으로 하는 사진전을 개최한다”고 밝혔다.

동아일보와 동아닷컴이 세계보도사진재단과 함께 후원한 이번 행사는 오는 7월 3일까지 계속된다. 입장료는 성인 7천원, 대학생 5천원, 초중고생 3천500원. 장애인 한명과 보호자 한명 무료관람. ☎02-736-2260

최현정 동아닷컴 기자 phoeb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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