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관리공단(이하 공단) 직원들이 안티 국민연금운동가와 그 배우자의 개인정보를 무차별로 열람한 사실이 추가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한국납세자연맹 김선택(44·경기도 고양시) 회장에 따르면 전국의 공단직원 261명이 지난 2004년부터 올초까지 김 회장의 개인정보를 열어봤고 배우자에 대해서도 67명이나 열람했다.
이 같은 사실은 김 회장이 지난 2월 공단에 신상정보 열람자 명단 공개를 요청해 이달 초 회신 받은 자료를 통해 밝혀졌다.
김 회장의 정보를 열람한 공단직원들은 노동조합, 시설사업팀 등 고객서비스와 관련이 없는 부서가 포함돼 있으며, 전국 14개 본부에 70여개 지사 소속이다.
현재 공단이 관리중인 가입자 개인정보에는 주민등록번호와 가족관계, 직장이력, 연봉, 건강보험 진료기록, 자동차 보유 여부, 세금납부실적 등이 기록돼 있다.
김 회장은 “직원들에게 ‘왜 봤느냐?’고 물었더니 ‘그냥 궁금해서 봤다’고 하더라”며 “아무런 통제가 없어 죄의식도 느끼지 못한 채 가입자의 개인정보를 무차별 열람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은 “이처럼 개인정보 관리가 허술하다면 언제든지 정보가 외부로 유출될 수도 있을 것”이라며 “또 유출된 정보가 범죄에 악용되지 않는다고 누가 장담할 수 있는가”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와 별도로 김 회장은 지난해 6월 인터넷에 ‘연금납부실적’ 등 자신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것에 대해 공단직원이 관련됐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공단직원이 아니라면 알 수 없는 개인정보가 인터넷 사이트에 올라와 검찰에 고소했다”며 “검찰조사결과 서울의 모 지사에서 80m 떨어진 PC방에서 올린 개인정보로 드러났는데, 공교롭게도 약 1주일 전에 해당 지사 직원 2명이 내 신상정보를 열람했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은 “업무와 관련 없이 개인정보를 조회한 것은 개인정보보호법 및 헌법상 사생활보호 조항을 위반한 명백한 인권침해”라며 “지난 10일 국가인권위에 민원을 접수했고 앞으로 공단을 상대로 민·형사상 소송을 제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공단 관계자는 “TV와 인터넷 토론 등에 대한 답변 자료를 작성할 때 참고자료로 활용하기 위해 조회했다”며 “열람자의 명단을 공개했고 외부로 유출하지도 않았기 때문에 문제될 게 없다”고 말했다.
한편 공단은 지난 4월에도 안티국민연금운동가인 박형두(39·경기도 성남시) 씨와 배우자의 개인정보를 무차별로 열람해 논란을 일으켰다. 당시 박 씨는 “공단을 방문했을 때 직원들이 내 뒤에서 9살 연상인 아내와 산다고 수군거렸다”고 밝힌 바 있다.
공단은 자신의 개인정보를 열람한 공단직원들의 명단을 인터넷에 올린 박 씨를 지난달 검찰에 고발했다.
최현정 동아닷컴 기자 phoeb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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