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 종주국 한국 중국산에 밀려 흔들

  • 입력 2005년 6월 14일 17시 32분


값싼 중국산 김치가 김치 종주국 한국의 자존심을 흔들고 있다.

중국산 김치 수입물량이 최근 3년 사이 180배나 증가했다. 중국산 김치가 국산보다 50~60%나 싸기 때문.

농림부에 따르면 2001년 393톤, 2002년 1051톤, 2003년 2만8700톤, 그리고 지난해 7만2800톤으로 매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올 들어 3월까지 작년 동기(1만 240톤)보다 114.5% 증가한 2만1964톤이 수입됐다.

중국의 김치산업은 최근 급성장해 현대식 생산시스템을 갖추고 아예 무, 배추, 고추 등 한국 종자를 가져다가 현지에서 키워 한국식 김치를 만들고 있다.

지금까지 수입된 중국산 김치는 단체급식소와 식당 위주로 판매됐으나, 얼마 전에는 대형 할인점에서도 판매하는 일이 벌어졌다. 끝내 농민단체의 반발에 부딪혀 판매 한 달 만에 중단했으나 가격대비 소비자 반응이 좋은 편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중국산 김치가 소비는 물론 유통까지 진출하자 국내 김치제조 업체에 비상이 걸렸다.

하지만 더 심각한 문제는 중국김치가 배추와 고추 마늘 파 등 양념류를 생산하는 전체 농가의 생산기반까지 흔들고 있다는 것.

한민수 한농연 정책조정실 차장은 “국내 배추 시세가 2003년과 2004년 사이 1통에 200원이나 떨어졌다”며 “고랭지 농가들이 아예 밭을 갈아엎고 콩을 심어야 하는지를 상담해 오곤 하는데 이대로 생산기반이 무너진다면 다시 세우기는 힘들 것”이라고 우려했다.

농민단체 등에서는 중국산 김치의 파상공세를 막기 위해 김치 원산지제 표시와 관세율 상향 조정, 수입검역 강화 등 다각적인 조치를 취해줄 것을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농협 관계자는 “중국산이 대량 납품되는 단체 급식소와 일반 식당 등에 김치 원산지를 표시하라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 할것 같다”고 말했다. 농림부도 “중국산 김치에 대한 관세율 인상 등은 무역마찰 때문에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김치 제조업체들은 고급화로 맞서겠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화학조미료를 일절 쓰지 않고 100% 국산 해산물과 야채로 버무린 ‘천연양념김치’, 상온에서도 변질을 막아주는 ‘유산균 김치’ 등이 잇따라 출시됐다.

그러나 중국산 김치 수입이 확대될 경우 비싼 가격의 국산 프리미엄 김치만으로 김치 종주국의 자존심을 지킬 수 있을지 현재로선 미지수다.

최현정 동아닷컴 기자 phoeb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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