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주택 화재사건 보험금 노린 남편 자작극

  • 입력 2005년 8월 29일 11시 30분


일 때문에 밤늦게 귀가하는 아빠를 기다리다 지쳐 잠 든 세 아들과 아내 등 일가족 4명의 생명을 앗아갔던 화재…. 지난 18일 대전시 문화동 주택 화재사건이 보험금을 노린 남편의 자작극인 것으로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다.

대전중부경찰서는 인터넷으로 구입한 청산염을 보리차에 타 아내 김씨(35)와 10살(초등 4년), 8살(초등 2년) 두 아들에게 먹이고 막내아들(4)은 목 졸라 살해한 뒤 화재로 위장인 장모(35) 씨를 살인 등의 혐의로 29일 구속했다.

경찰에 따르면 장 씨는 18일 오전 가족을 살해 한 뒤 오후 11시 경 자신의 집에 불을 질러 화재로 위장한 뒤 직장 일 때문에 늦게 귀가한 것으로 꾸몄다.

장씨는 최근 사업에 실패하고 신용불량자가 되는 등 생활이 궁핍해지자 지난 7월 보험사 2곳에 아내 명의로 6억원 상당의 생명보험에 가입한 뒤 이를 타낼 목적에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당초 장 씨의 말에 따라 누전으로 인한 화재 가능성에 무게를 뒀으나,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부검결과 김 씨 등이 극약을 먹은 사실을 밝혀내고 장 씨를 추궁해 범행 일체를 자백 받았다.

당시 장 씨는 일 때문에 늦게 귀가해 화를 피한척하며 “나만 살아서 뭐 하느냐”며 통곡해 주위사람들을 울렸다.

장 씨의 동생도 “형은 세 아들을 키우느라 밤낮없이 일만 했고 형수도 얼마 전까지 보험회사에 다니며 돈을 보탰다”며 침통해 했고, 이웃들도 “장 씨 부부는 집안에서 큰소리 한번 내지 않을 정도로 금실이 좋은 것 같았다”고 전했다.

경찰도 당시 “김 씨는 막내아들을 품에 안고 거실에서 숨졌으며 큰 아들과 둘째 아들은 방문과 현관 앞에서 각각 발견돼 필사적으로 탈출하려던 당시의 상황을 짐작하게 했다”고 말해 안타까움을 더하기도 했다.

조창현 동아닷컴 기자 cch@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