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금의환향' 컴플렉스

  • 입력 2005년 9월 16일 15시 32분


즐거운 추석. 고향 앞으로 가는 우리시대 가장들의 가장 큰 고민은 무엇일까.

추석을 앞두고 한 인터넷 쇼핑몰에서 귀향하는 가장들의 추석 스트레스를 묻는 여론조사를 실시해 눈길을 끌었다.

조사 결과 30대(37%)와 40대(34%) 모두 ‘경제력에 대한 상대적 빈곤감’을 1위로 꼽았다.

명절 때 고급 승용차에 선물을 가득 싣고 귀향한 가장들의 모습은 집안 자랑이요 마을 사람들의 부러움의 대상. 고향을 떠나온 가장들의 한쪽 마음에는 항상 금의환향(錦衣還鄕)의 꿈이 자리하고 있다.

그러나 IMF이후 좀처럼 회복되지 않는 경기와 계속 벌어지는 빈부격차는 이 시대 가장들에게 가장 큰 스트레스.

▽고향에서 느끼는 상대적 빈곤감▽

지난해 대기업에서 명예퇴직 후 온라인 유통업에 뛰어든 40대 가장 최모 씨는 이번 추석이 너무 부담스럽다.

최씨는 “사업이 아직 자리를 잡지 못했다. 고향에 가면 ‘옆집에 누가 이번에 새로 나온 차를 타고 왔다더라. 누가 돈을 얼마를 벌었다더라’는 말을 할텐데 그냥 흘려듣기 어렵다”며 “고향사람들이 잘 되면 좋지만 자꾸 비교해서보니 한편으로는 걱정이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설에 고향 갔을 때 성공한 친척들과 소위 잘나가는 사업가 친구들 몇 명 만났다. 상대적으로 내 자신이 초라해 보이는 것 같아서 마음이 좋지 않았다”며 “그래서 이번 추석에는 좀 무리해서라도 새 차 구입해서 고향 가볼까라는 생각 들었지만 실천에 옮기지는 못 했다”고 털어놨다.

▽추석 전 고급 승용차 판매 증가▽

자동차도 귀향길 가장들의 스트레스 주범.

과거 일부가 귀향길에 은근히 경제력을 과시하기 위해 새 자동차를 구입했다.

최근에는 이 같은 현상이 많이 사라졌지만, 명절을 앞두고 차량구입이 증가하는 것을 보면 자동차의 상징성은 여전한 것으로 보인다.

직장인 김두진(43) 씨는 명절만 되면 자가용 때문에 걱정이다.

10년째 타는 소형차가 아직은 쓸만한데 귀향해서 만난 부모나 친척, 친구들의 눈초리가 심상치 않게 느껴지기 때문.

김 씨는 “고장도 없고 기름도 적게 먹어 차를 바꿀 생각이 전혀 없는데 고향에만 가면 생각이 달라진다. 친구들이 좋은 차를 타고 오면 가족과 아이들에게 미안한 생각도 든다”며 “충동적으로 자동차를 구입하고 싶은 생각이 들지만 미래를 위해서 참는다”고 말했다.

그는 “주택구입 대출금만 다 갚으면 바로 차부터 바꿀 생각이다”고 덧붙였다.

현대자동차 홍보실 관계자는 “명절 전에는 자동차 판매 실적이 일시적으로 증가한다”며 “과거처럼 몇 배 이상의 특수는 아니지만 하루 기준 판매량으로 볼 때 평상시 보다 2~3배 정도 판매가 증가한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명절 전 자동차 판매 증가는 업계 전반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고 고향을 찾는 사람들의 과시욕도 작용하는 것 같다”며 “특히 소형차 보다는 무리해서 대형차를 구입하는 사람들이 그렇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자동차 딜러 김병수 씨도 “경기 불황으로 예전 같지는 않지만 아직까지 자신의 경제력을 보여줄 수 있는 것이 자동차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며 “이런 분위기가 완전히 사라지기는 어려운 것 같다”고 말했다.

구민회 동아닷컴 기자 dann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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