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의 달팽이 플래시 논란

  • 입력 2005년 9월 20일 14시 21분


청와대가 지난 16일 홈페이지를 통해 발표한 ‘달팽이’ 플래시 애니메이션이 누리꾼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달팽이의 꿈 - 사랑은 얼마나 멀고 긴 것일까’라는 제목의 이 애니메이션은 노무현 대통령이 달팽이와 같이 우직하게 외롭게 오직 한길을 간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애니메이션은 “자기희생과 불이익을 무릅쓰고 불확실성에도 용기 있게 도전하는 대한민국 당신께 이 플래시를 바칩니다.”는 메시지로 시작한다.

이어 한 여성 유권자가 “저는 부산 사람이지만 우리 애는 호적상으로는 전라도다. 말씨는 부산에서 컸기 때문에 부산이다. 현재 정치인들이 만드는 지역감정 때문에 우리가 아니라 내 아이가 피해를 본다”는 말을 한다. 이후 달팽이가 등장해 어떤 유혹에도 굴하지 않고 비바람 속 험난한 길을 해치고 나가는 모습이 묘사된다.

마지막에 노 대통령이 “광주에서 콩이면 부산에서도 콩이고 대구에서도 콩일 수 있는 옳고 그름을 중심으로 해서, 인물과 정책을 중심으로 해서, 그렇게 정치를 해 나갈 수 있는 새로운 정치를 노무현이 하겠다”고 말한 지난 2000년 4.13 총선 당시의 유세 장면이 나온다.

이 애니메이션을 본 누리꾼들의 반응은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Rhctls’은 “노 대통령의 진정성을 믿고 싶다”며 “감동적이어서 나도 모르게 왈칵 눈물이 나왔다. 모든 국민들이 딱 한번만이라도 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하나울’도 “어느 누구도 가보지 않은 험난한 가시밭길일지라도 그 길이 옳음을 알기에 작은 힘이나마 보태고 싶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반면, ‘ararechang’은 “지역구도 타파를 싫어하는 국민이 어디 있다고 국민의 혈세로 이런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것이냐”며 “감성의 호소가 아닌 논리적으로 하라”고 비난했다.

‘소양강’도 “청와대는 이런 영상을 만들어 국민들을 세뇌시키려는 것이냐”며 “청와대 홈페이지는 정책을 알리는 곳이다. 대한민국 최고 국가기관에서 이런 일이나 하는 것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의 ‘대연정’ 제안에 대한 논쟁도 다시 일고 있다.

‘달팽이’는 “연정은 한 번쯤 검토해볼 수 있는 방안”이라며 “지역주의 청산은 옳은 길이다. 지역주의가 청산되지 않고서는 우리 정치의 미래는 암울하다. 적어도 이것만은 우리 모두가 알고 있는 상식이 아닌가?”라고 말했다.

‘나원참’은 “연정을 하면 지역구도가 해소될 것 같은가”라고 반문한 뒤 “서민을 위한 정책 개발과 실행은 뒷전인 채 연정이니 선거구제니 정치이야기는 그만하라”고 말했다.

한편 한나라당은 19일 논평을 내고 “이 플래시는 국민의 감성을 자극하고 호소하는 수법”이라고 비판했다.

한나라당 전여옥 한나라당 대변인은 ‘감성대신 이성으로 답할 때이다’는 제목의 논평에서 “플래시는 국민들과 동떨어져있고 지금 이 나라의 실상도 외면하고 있다”며 “지금 국민은 먹고 살 수 있는 '생존'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그 플래시는 국민을 가르치고 나무라며 그들만의 고매한 이상을 이야기하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전 대변인은 또 “많은 국민들은 플래시로 제작된 추석메시지를 보며 선거캠페인을 연상했을 것”이라며 “국민은 ‘영원한 선거캠페인’의 볼모이며 인질이 되어야 하는지 한탄했을 것이다”고 말했다.

플래시 애니메이션 보기 http://www.president.go.kr/share/flash/president_way.swf

김수연 동아닷컴 기자 si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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