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보트 태권V’ vs. ‘마징가Z’ … 한일 누리꾼 자존심 대결

  • 입력 2005년 9월 24일 13시 41분



30년 만에 디지털 기술로 복원돼 화제를 낳고 있는 추억의 애니메이션 ‘로보트 태권 브이’(이하 태권V)가 또다시 표절 논란에 휩싸였다.

1976년 제작된 국산 SF(공상과학) 애니메이션의 효시인 ‘태권V’는 일본의 애니메이션 ‘마징가 Z’에 이어 70년대 어린이들에게 큰 사랑을 받았다. 최근엔 2년간의 영상 복원작업을 거쳐 얼마 전에 첫 시사회를 갖기도 했다.

그러나 이 소식을 전해들은 일본 누리꾼들은 “한국의 애니메이션 ‘로보트 태권V’가 1972년에 일본에서 제작된 만화영화 ‘마징가Z’를 베꼈다”며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그들은 자국의 주요 인터넷 사이트에 각각의 애니메이션 캐릭터들을 비교하는 이미지와 글을 싣고 표절을 주장했다.

일본의 언론까지 나서서 “마징가Z의 영향을 강하게 받은 태권V가 독도수호신으로 등장하고 이에 한국인들은 통쾌함을 느낀다”며 “태권V는 애국심의 상징이어서 한국에서는 태권V가 마징가Z를 베꼈다는 말조차 금기시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국내 누리꾼들은 일본 누리꾼들의 의혹 제기에 강하게 반발했다.

누리꾼 ‘별빛의 꿈’은 “어떻게 태권V가 마징가Z를 베꼈다는 거냐. 누구나 상상 속에서의 로보트 모양은 비슷한 것 아니냐”며 “그렇다면 마징가Z 이후에 나온 모든 로보트물 애니메이션은 모두 표절한 것인가”라고 반박했다.

‘진실한 삶’은 “태권V가 마징가Z의 디자인에서 영향을 받았을 뿐”이라며 “그때 당시 마징가Z가 거대 로봇의 표본이기 때문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분명 태권V는 그 만의 독창성이 있고 작품성이 충분히 있다”고 말했다.

‘fighters’도 “태권V와 마징가Z는 엄연히 다르다”며 “태권V의 기본 무기들은 모두 우리나라 전통 무술인 태권도 기술이다. 오프닝시 태권도 선수들이 겨루기 하는 모습은 매우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부는 태권V를 향한 표절 의혹에 대해 수긍하기도 했다.

‘정종훈’은 “태권V는 외형과 여러 가지 기능 등이 대부분 마징가Z의 것을 가져왔다 해도 무리가 없다"며 "계속되는 태권V찬양은 분명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 한다. 일본의 흔적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우리의 것이라고 자랑할 수 없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명상소년’도 “표절이 맞다고 본다”며 “처음엔 반신반의 했지만 각각의 캐릭터를 비교하는 사진을 보고 확신이 들었다. 부끄러워 할 것은 부끄러워하고 비판해야 한다. 감싸준다고 다 해결되는 게 아니다”고 말했다.

1976년에 첫 극장 개봉한 태권V는 어린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국민의 로봇’으로 여겨졌지만 이 전에도 이미 여러 차례 일본 만화영화의 표절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이에 대해 김청기 감독은 동아닷컴과의 전화통화에서 “마징가Z에 영향을 받았지만 표절은 결코 아니다”며 “인간형 로봇이기 때문에 어차피 형태는 같지만 자세히 살펴 보면 디자인조차 전혀 다르다. 과거 제작 당시 마징가Z와 차별화하기 위해 애썼고, 마징가Z의 폭력성을 문제의식으로 삼고 태권V는 휴머니즘을 추구했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또한 “광화문 네거리의 이순신 장군의 동상을 보고 영감을 받았다”며 “어린이들이 마징가Z를 우리 것인양 보고 재밌어해 매우 안타까웠다. 내 꿈은 토종 애니메이션 만드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태권V의 디지털 복원 작품은 다음달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일반 관객들에게 공개될 예정이다.

김수연 동아닷컴 기자 si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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