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에서 한라까지 전국 8도의 산과 강에서 떠온 ‘8도 물’이 합쳐져 청계천의 새 물길을 반세기 만에 열었다.
1일 오후 6시 광화문 동아일보 앞 청계광장에서는 노무현 대통령 내외와 이명박 서울시장, 정부요인, 여야정치인, 시민 등 40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청계천 새물맞이 축제’가 성대하게 열렸다.
"웰컴 청계천" 서울시민의 ‘생명수’가 흐른다 (동영상)
대취타의 나팔소리를 앞세워 서울광장을 출발한 ‘8도 물’은 물 수호군, 취타대 등 300여명의 호위를 받으며 청계광장으로 옮겨졌다.
물이 30여분 만에 청계광장에 도착하자 무대위에는 ‘8도 물’의 여정을 알리는 영상기록물이 상영됐다.
이어 선녀들이 무대에 올라 청계천의 물길을 여는 공연을 하고, 노 대통령 내외와 이명박 시장, 8도 어린이들이 ‘8도 물’을 통수항아리에 담는 합수식이 진행됐다. 합수식이 끝난 뒤 무대 아래에서 기다리던 각계 인사들이 오색 갈래천을 당기자 항아리물은 곧바로 청계천에 흘러들었고 참석자들의 박수와 환호가 이어졌다.
이로써 1958년 6월 급속한 사업화에 밀려 회색 콘크리트에 갇혔던 청계천이 반세기 만에 옛 모습을 되찾았다.
노무현 대통령은 축사에서 “청계천 복원은 서울의 미래를 바꿔가는 이정표적 사건”이라고 평가하고 “이제 서울은 양적인 성장이 아니라 질적인 발전을 추구해야 한다. 서울을 본보기로 해서 지역의 많은 도시들이 고루 성장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명박 서울시장은 “청계천이 반세기의 기다림 끝에 어둠속에서 나와 우리에게 왔다”며 “청계천은 꿈과 도전, 사랑, 번영, 국운융성의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시하라 도쿄도 지사, 왕치산 베이징 시장, 김수환 추기경, 황우석 박사, 소설가 박경리 씨 등 국내외 유명인사들의 축사가 영상으로 상영됐다.
축하공연에서는 보아, 김건모, 조수미 등 유명 가수와 성악가들의 흥겨운 노래무대가 이어졌고 어린이 합창, 북 공연 및 퓨전음악도 흥겨움을 더했다.
시민 홍두연(44·서울 동대문구) 씨는 “퇴근길에 잠깐 들렸는데 내일은 가족들과 함께 청계천을 찾을 생각”이라며 “도심속에 이런 멋진 하천과 산책로가 생겨 너무 기쁘다”고 말했다.
김진옥(33·여·서울 신림동) 씨도 “나라의 나쁜 일이 청계천 물에 모두 떠내려갔으면 좋겠다”며 “청계천 복원을 계기로 서울이 자연과 사람이 함께 공존하는 도시가 됐으면 좋겠다”고 기뻐했다.
축하행사가 끝난 뒤에는 전날 비로 연기된 서울시향의 ‘청계천 새물맞이 전야음악회’가 정명훈 씨의 지휘로 서울광장에서 오후 8시30분부터 2시간동안 열린다.
이밖에 청계천 복원을 축하하는 문화행사가 이날 곳곳에서 풍성하게 열렸다.
서울문화재단이 오디션을 통해 선발한 36개의 ‘청계천 아티스트’들은 1일 오후 광통교, 세운교 등 청계천 곳곳에서 석고마임 퍼포먼스, 즉석연주, 스트리트 댄스, 풍물놀이 등을 선보여 시민들을 즐겁게 했다.
이날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는 ‘서울시청소년교향악단과 함께하는 새물맞이 콘서트’가 열렸다. 피아니스트 스티븐 프루츠먼의 협연으로 베토벤의 피아노협주곡 5번 ‘황제’와 스메타나의 ‘몰다우’가 연주됐다.
2일에는 ‘정명훈과 서울시향, 새로운 출발’이 세종문화회관에서, 국악과 전통무용을 감상할 수 있는 ‘국악한마당’이 서울광장에서 열린다. 이 행사에는 소리꾼 장사익, 뿌리패, 벽사춤 무용단, 가수 윤도현 등이 출연한다.
3일에 오후 7시부터 서울광장에서는 통기타 가수들이 출연하는 ‘7080 추억콘서트’가 열린다. 콘서트에는 김세환, 이정선, 사랑과 평화, 강은철, 홍서범, 김수철 등이 출연한다.
▽청계천 새물맞이 통수식 이모저모▽
0…청계천에 새물맞이 행사가 열린 1일 오후 6시 행사장을 찾은 일반 시민들이 적잖이 고생했다. 노무현 대통령이 이날 행사에 참석예정 이었기 때문에 초대장이 없는 시민들은 행사장 주변에 접근할 수 없었다. 시민들은 서울시측이 서울광장 등에 준비한 멀티비젼을 통해 행사를 관람했다.
0…청계천 광장에서 열린 이번 행사에는 곳곳에 대형 멀티비젼이 설치됐다. 그러나 행사 시작부터 무대 옆 멀티비젼 1개가 고장나 서울시 관계자들을 당혹케 했다. 참석자들 역시 불편을 호소했지만 본 행사 이후 서울시측이 긴급 수리에 나서 축하공연에서는 정상적으로 시민들의 관람을 도왔다.
0…‘청계천 새물맞이 행사’에는 20만의(경찰추산)의 시민들이 나와 청계천 복원을 환호했다. 가을 밤 청계천에 나온 시민들은 “잃어 버렸던 청계천을 되찾았다”, “아이들에게 좋은 것을 물려 줄 수 있어 기분 좋다”고 감탄했다. 다소 쌀쌀한 가을밤 날씨였지만 시민들은 보아, 김건모, 조수미 등이 출연한 축하공연에 자리를 지켰다.
▽싱글 벙글…가족단위 시민 청계천 가득▽
47년 만에 복원된 청계천이 1일 완전 개방되자 수많은 시민들이 몰려들었다.
▲ 청계천 전 구간이 공식 개방된 1일 수많은 시민들이 청계천을 찾았다. / 구민회 동아닷컴 기자 |
오전까지 내리던 비가 오후 들어 그치면서 청계천 산책로 5.8km 복원 양쪽 구간은 가족단위 시민들로 가득 메워졌다. 삼일교, 광교, 수표교 등 다리 위에도 많은 인파가 몰렸다.
특히 나이 드신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달라진 청계천을 많이 찾았다. 징검다리를 건너며 소녀처럼 즐거워하는 할머니와 바위위에 앉아 옛 추억에 잠기는 할아버지도 있었다.
김상민(55) 씨는 “요즘 사람들은 잘 모르겠지만 나는 어렷을 적 황학동에서 살아 청계천에서 수영하고 놀던 기억이 있다”며 “청계천이 복원됐다는 소식이 반가워 아침부터 아내와 함께 찾았다. 와서 보니 정말 잘 해놓은 것 같아 기쁘다”고 말했다.
이명숙(66) 씨도 “예전에는 여기 주변이 판자촌이 즐비해 비가 오면 빨래하는 아낙네들과 물놀이 하는 아이들이 많았다”며 “물도 정말 깨끗하고 감개무량하다”고 말했다.
▲ 시민들이 1일 청계천 산책로를 거닐고 있다. / 구민회 동아닷컴 기자 |
흐르는 물에 발을 담그고 장난 치는 아이들도 간간히 눈에 띈다. 안전사고를 우려한 자원봉사자들에게 붙들려 이내 물 밖으로 끌려 나오긴 했지만 아이들은 마냥 즐거운 듯 했다.
초등학생 양지연(12) 양은 “친구들과 물을 튀기고 노니까 정말 기분 좋다”며 “서울에 이런 시골 같은 물길이 생겨 신나고 즐겁다”고 말했다.
같이 온 친구 심정은(12) 양은 “시골에서도 이렇게 좋은 곳은 찾기 힘들 것”이라며 “시원한 물에 발을 담그면 답답함이 싹 가시는 것 같다”고 말했다.
▲ 초등학생들이 1일 오전 청계천 나래교 등에서 물놀이를 하고 있다./구민회 동아닷컴 기자 |
간혹 아쉬움을 토로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경기도 부천에서 온 오정화(34) 씨는 “역사적으로도 의미 있는 행사라 두 딸을 데리고 왔는데 천변 산책만 하게 돼 조금 안타깝다”며 “청계천의 역사에 대해 아이들에게 설명해 줄 수 있도록 표지판이 곳곳에 마련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밖에 삼일교부터 청계광장 곳곳도 거리 공연을 구경하기 위해 몰려든 시민들로 가득찼다.
서울시가 선발한 세계 각국의 거리 예술가들이 아카펠라, 탭 댄스, 민속 놀이, 마임 등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했다. 3인조 외국인 아카펠라팀은 파란색 스킨스쿠버 복장에 상어 지느러미와 같은 모자를 쓰고 유쾌한 공연을 펼쳐 공연해 많은 시민들로부터 박수 갈채를 받았다.
▲ 1일 오전 복원된 청계천의 오간주교 부근 모습 / 구민회 동아닷컴 기자 |
조창현 동아닷컴 기자 cch@donga.com
최현정 동아닷컴 기자 phoebe@donga.com
구민회 동아닷컴 기자 dann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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