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재’ 원희룡 “내 영어는 된장 영어”

  • 입력 2005년 10월 19일 17시 22분


“영어 못한다고 기죽지 맙시다.”

학력고사 전국수석, 서울대 수석 입학, 사시 수석 합격, 다보스 선정 ‘2005 영 글로벌 리더’…. 화려한 이력을 소유한 한나라당 원희룡(元喜龍·사진) 의원의 영어회화 실력은 어느 정도일까.

원 의원이 최근 개인 블로그에 자신의 ‘형편없는’ 영어회화 실력을 솔직히 고백해 화제가 되고 있다.

원 의원은 지난 16일 ‘프렌즈, 원희룡의 영어교재’라는 글에서 “학력고사 수석, 영 글로벌 리더라는 수식어만 보면 제 영어실력이 대단할 것 같지만, 실은 전혀 대단한 수준이 아니다”며 “외국인들과 의사소통을 겨우 하는 수준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그는 “요즘 미국 드라마 ‘프렌즈’와 ‘웨스트 윙’을 보는 재미에 푹 빠져 살면서 이동하는 중간에도 빼먹지 않고 보고 있는데, 그 두 드라마가 주는 재미도 재미지만 실은 영어회화 공부 때문에 열심히 보고 있다”고 우는 것을 알리는 이모티콘(T-T)까지 써가며 고백했다.

원 의원은 “소위 말하는 ‘버터 발음’이 안돼서 한국식 억양이 가득한 ‘된장 발음’의 영어로 말한다”며 “때로는 문법에 맞는 문장보다는 단어 나열의 ‘브로큰 잉글리쉬’로 말할 때도 많다”고 실토하기도 했다.

그는 “영어도 유창하게 못하는 주제에 어떻게 영 글로벌 리더가 될 수 있고 국제회의에 가서 외국인들과 토론을 할 수 있냐구요? 비법은 간단하다”며 “그들의 형편없는 한국어 실력보다는 제 영어 실력이 더 낫다는 자신감”이라고 말했다.

그는 “당연히 자신감과 용기를 가지고 먼저 다가가 말을 걸고 그들에게 문제제기와 화제를 제시하기 때문”이라며 “된장 영어와 브로큰 잉글리쉬로도 국제회의서 만난 외국 인사들과 이메일과 전화 등을 주고받으며 돈독한 우정을 쌓아가는 데 전혀 지장이 없다”고 말했다.

원 의원은 끝으로 “세계에 도전하는 한국인에게 중요한 것은 세련된 영어 발음과 유창한 영어 실력이 아니다”며 “가장 중요한 것은 ‘용기’라는 탑승권과 ‘도전’이라는 여권”이라고 강조했다.

최현정 동아닷컴 기자 phoeb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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