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다치고 아파요”…전·의경 까페장 인터뷰

  • 입력 2006년 1월 6일 16시 28분


“방패로 시위대를 찍는 행위를 공격이라고 생각합니까. 사실 그것은 대각선으로 쇠파이프를 휘두르며 다가오는 시위대를 막아내고 다가오지 못하게 하는 ‘처절한 몸부림’입니다.”

전현직 전ㆍ의경 등 6만 여명이 가입한 다음 까페 ‘전ㆍ의경 그들의 삶’(cafe.daum.net/ap1004)의 운영자 오대민(23·학생) 씨는 경찰이 폭력배로 매도되는 현실이 안타깝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전ㆍ의경 부모들과 함께 오는 7일 오후 2시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폭력시위추방’ ‘폴리스라인 준수’ 등을 촉구하는 평화집회를 개최한다. 최근 시위 도중 농민 두 명이 사망한 책임이 고스란히 경찰에게 돌아오고, 경찰청장까지 사임하자 억울한 마음에 길 위로 나선 것.

오 씨 역시 지난해까지만 해도 서울 시위현장에 투입되던 전경이어서 일선 전ㆍ의경들의 고충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

“오늘 어디서 시위가 있다고 하면 얼마나 긴장 되는지 모릅니다. 시위현장에서 시위대들이 대나무 끝을 여러 가닥으로 갈라지도록 다듬어 얼굴과 배를 쑤셔대면 ‘이러다 내가 죽지’하는 생각까지 듭니다. 시위대 수십 명이 대원을 붙잡아 질질 끌고 다니며 쇠파이프로 폭행해도 대응하지 못할 때가 많습니다. 전쟁터 같은 시위현장에서 방패 하나로 버티다가 다치는 대원도 부지기수입니다.”

전체 4만7000명의 전ㆍ의경 중에서 재작년 한 해 동안 586명이 시위현장에서 다쳤고, 작년에도 747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이들 중에는 방석모의 철망을 뚫고 들어온 죽창에 눈을 찔려 실명하거나 쇠파이프에 팔다리가 부서지고 코뼈가 주저앉은 대원들도 있다.

오 씨는 농민 전용철ㆍ홍덕표 씨의 죽음에는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 집행부의 잘못된 인식 탓도 크다고 말했다.

“전농은 강력한 폭력시위를 벌여야 주목을 받는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죽창이니, 쇠파이프니, 화염병을 치밀하게 준비하고, 폴리스라인을 넘어와선 보도블럭을 깨서 던지고…. 언론도 제발 평화시위가 아니면 관심을 가져주지 마십시오.”

그는 또 외국처럼 정당한 공권력 집행에 대해선 이의를 제기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에서는 폴리스라인을 넘는 불법시위자를 곤봉으로 가차 없이 가격해 체포하고 자동차나 흉기를 이용하는 불법파업에 대해서는 발포도 합니다. 기마경찰이나 오토바이 경찰이 진압부대로 동원되고, 언론의 태도도 불법 집회에 대해선 단호합니다.”

그는 농민시위 때 강경진압을 지휘한 책임으로 직위해제된 이종우 전 서울지방경찰청 기동단장에 대해서 안타깝다고 말했다.

“자식 같은 어린 부하들이 시위대에게 맞고 있는데, 어떤 상관이 그걸 그냥 보겠습니까. 부상자가 생기니까 ‘폭력을 행사하면 그대로 받아쳐라’, ‘우리 애들 때리지 마’, ‘내가 책임진다. 절대 맞지마’, ‘맞받아쳐라, 밭쪽으로 밀어내라’는 소리가 나가는 겁니다. 그걸 과장해서 폭력진압을 지휘했다고 하더군요.”

그는 “6일 현재 집회의 참가신청자는 100여명이지만 관련 인터넷 사이트 등을 통해 전역한 전ㆍ의경과 부모들의 참여의사가 줄을 잇고 있어 집회 규모는 더욱 커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전농측에서 부상당한 전ㆍ의경들을 문병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이번 집회는 농민단체에 대한 항의가 아니고 ‘평화시위 정착’을 호소하는데 의미가 있기 때문에 그대로 진행한다”고 밝혔다.

오 씨는 끝으로 “전ㆍ의경들은 국가의 부름을 받아 병역의 의무를 다하고 있는 대한민국의 아들들”이라며 “왜 그들이 다치고 아파하는 것은 신경 쓰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도깨비 뉴스] 전의경 그들의 삶 동영상보기

최현정 동아닷컴 기자 phoeb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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