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인 “대통령이 국민과 국회를 속였다”

  • 입력 2006년 1월 24일 10시 42분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임종인(사진) 열린우리당 의원은 24일 “전략적 유연성 합의는 이미 지난 6월11일 노무현 대통령과 미국 부시 대통령 사이에 이뤄졌을 것”이라며 “노 대통령과 정부 관료들이 국민과 국회를 속였다”고 주장해 파문이 예상된다.

임종인 의원은 이날 평화방송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장성민입니다’에 출연해 “(노 대통령이)국민과 국회를 속이고 미국과 전략적 유연성을 합의한 것은 위헌에 해당한다”며 “국민적 규탄이 있어야 한다”고 거세게 비판했다.

임 의원은 “전략적 유연성을 인정한다는 것은 주한미군이 세계 분쟁에 마음대로 개입하는 것을 우리 정부가 용인한다는 얘기로, 한미상호방위조약에도 어긋난다”며 “지금 우리가 주한 미군에게 돈을 대는 것은 북한을 억제해 달라는 것이다. 미국이 세계를 휘젓고 다니는데 우리가 돈을 댈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은 ‘자주국방은 그런 것’이라며 대북억제력 문제는 한국이 다 맡으라고 한다”며 “그러면서도 자기들은 한국 땅에 저렴하게 주둔하고 아시아나 세계 관계에 모두 개입하겠다는 것이다. 여기에 우리가 합의해준 것은 우리 안보나 세계 평화를 위해서도 매우 잘못 된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6월11일 노 대통령과 부시 대통령의 미국 회담 때 이 문제가 논의되지 않았다면 이번 1월 달에 라이스 장관과 반기문 장관 간에 이런 합의가 이뤄지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사전 합의에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이번 합의로 동북아 균형자론은 파탄이 났고 참여정부의 외교 정책도 파산을 선고한 상태”라며 “우리 정부는 주둔비 문제, 전시 작전권문제에 대한 아무런 양보도 받아내지 못한 채 미국이 일으키는 분쟁에 계속 따라다니는 꼴이 될 가능성만 커졌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국민들에게 실상이 전혀 알려지지 않은 것도 문제”라며 “참여정부 외교정책의 큰 실패이므로 국민감정의 악화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야당하고 협의해서 책임을 묻겠다”며 “이번 합의가 조약이 아니고 공동성명 형식으로 발표된 것은 국회의 동의를 피한 것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에 앞서 반기문 외교부 장관과 라이스 미국 국무부장관은 지난 19일 워싱턴에서 양국 간 첫 고위전략대화를 갖고 주한미군의 한반도 이외 지역 투입을 허용하는 전략적 유연성에 합의했다. 다만 미국은 한국민의 의지와 관계없이 동북아 지역분쟁에 개입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한국의 입장을 존중키로 했다.

양국은 오는 4월께 양국 외교 차관을 수석대표로 서울에서 열리는 차관급 전략대화에서 구체적인 의제들을 논의하고 올 하반기쯤 장관급 고위전략대화를 다시 열어 후속 협의를 계속 해 나갈 예정이다.

최현정 동아닷컴 기자 phoeb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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