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가진 내외신 신년 기자회견에서 “어느 나라 대통령이나 총리가 각료를 임명하는데 당에 가서 표결이나 토론을 붙이는 일이 있느냐. 모든 사람의 지지를 받는 각료 후보가 그렇게 많지는 않다”며 이같이 말했다.
노 대통령은 “오히려 내가 실수했다면 처음부터 못 들은 척하고 바로 임명했으면 될 텐데 ‘의논해보자’고 임명을 유보했던 것이 문제를 크게 만들었고 그 점이 내 실수”라며 “유보해 놓으니까 소리가 크게 나왔다”고 말했다.
○ “부동산 정책 무력화 집요한 세력 있다”
노 대통령은 부동산 정책과 관련해서는 8.31 부동산 대책의 후속대책 작업을 마무리 중이라고 밝혔다.
노 대통령은 “정책은 어떤 면에서는 게임인데 부동산 정책을 무력화하기 위한 집요한 노력들이 우리 사회에서 진행되고 있다”며 “투기하는 사람은 반드시 손해를 보는 완벽한 제도를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정책발표 시기에 대해서는 “이 자리에서 설익은 정책을 불쑥 내놓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정부에서 구체적인 정책을 거의 마무리한 상태니까 곧 내놓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 “검ㆍ경수사권은 양 기관이 합의해야”
노 대통령은 검ㆍ경수사권 조정문제에 대해서는 “대통령의 결단보다는 양 기관간의 합의가 이뤄지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노 대통령은 “계속 협의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아직 제가 어떤 결정을 내릴 단계는 아닌 것 같다”며 “양 기관의 합의가 이뤄지면 좋겠고 아니면 당정협의를 통해서 합의가 이뤄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이어 “이렇게 가다가 ‘아무것도 안되겠다’고 해서 꼭 대통령이 결정을 내려야겠다는 상황이 오면 그때 결정을 내리도록 하겠으나, 아직은 좀더 기다릴 여유가 있다”며 “물론 최종적인 것은 국회가 결정해야 하나 정부가 두 기관간 적절한 조정이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 “대통령이 주장하면 태도 돌변”
“신년연설에서 양극화해소와 미래과제를 제시하면서 답을 내놓기 보다는 과제를 던져 사회적 논쟁을 촉발시켰다”며 논쟁을 유도하는 이유를 묻는 기자의 질문도 있었다.
이에 대해 노 대통령은 “어떤 경우 국민과 언론이 주장해오던 문제도 대통령이 주장하면 바로 태도가 바뀌고 공격의 빌미가 된 일도 있다”며 “모든 문제에 대해서 대통령이 답을 먼저 내놔야 한다는 생각은 반드시 옳지도 않고 현실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대통령이 아무리 문제의식을 갖고 있어도 국민들이 받아들이지 않으면 그 정책은 실현될 수 없다”며 “모든 국민과 함께 문제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 “일본에 정당한 요구 계속할 것”
일본 지도자들의 야스쿠니 신사참배 등 과거사 인식차이에 의한 한일간 외교 갈등에 대해서 노 대통령은 “우리의 정당한 요구가 받아들여지도록 포기하지 않도록 여러 가지 노력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적절하게 요구할 것은 요구하고 항의할 것은 하고 거부할 것은 거부하는 그런 외교가 필요하다”며 “과거사문제에 대해 어떻게 해결하느냐는 것은 이미 세계 여러 나라에서 좋은 선례가 있으며, 그것이 어떤 보편적 절차과정으로 이해되고 세계적으로 승인되느냐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한일관계도 그런 원칙으로 풀어야 한다”며 “신사참배는 고이즈미 총리 혼자서 해명한다고 그 의미가 객관화되는 것은 아니다. 참배행위가 한국민에게 받아들여지는 의미도 고려해야하고 객관적으로 갖는 의미를 존중해야 한다. 이런 원칙이 전제돼야 타협과 양보가 있지 그렇지 않으면 미봉책”이라고 강조했다.
○ “‘탈당하겠다’는 과거형”
최근 자신의 탈당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서 노 대통령은 “탈당하겠다는 뜻으로 말한 것이 아니라 당내에서 그런 얘기도 나오고 있으니 옛날에 있었던 얘기를 과거형으로 얘기한 것”이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지금 당정 관계에 대해 테스크포스가 만들어져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여러 나라 정치에서 지도자와 정당과의 관계가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에 대해 많은 연구가 이뤄질 것”이라며 “(당의) 새 지도부가 뽑히면 그 때가서 모든 문제를 다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과의 통합문제에 대해서 노 대통령은 “당에 이래라 저래라 말하고 싶지 않지만 제 소신과 열린우리당의 창당정신은 어느 지역에서도 정당간 경쟁이 있어야 한다는 원칙을 기본으로 하고 있다”며 “경쟁이 없으면 지방정치는 후퇴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북한 문제, 한미간 이견은 없다”
노 대통령은 북한 문제에 대한 한미간의 인식에 대해서 “한미간의 이견은 없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북한의 체제에 대해서 미국이 문제를 제기하고 압박을 가하는 식의 미국 내의 일부 의견에 대해서는 동의하지 않는다. 미국 정부가 그와 같은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하면 한미간 마찰과 이견이 생긴다”며 “아직은 미국이 그렇게 하지 않아 이견이 없고 협상에 의해 대화로 문제를 해결한다는 데 한미정부는 합의했다”고 밝혔다.
노 대통령은 “북한의 위조지폐, 북한 정권을 압박하고자하는 의도, 핵문제 해결 등 여러 가지에 대해 사실 확인과 함께 주변국과의 의견조율이 필요하다”며 “아직 대통령의 의견을 밝힐 때가 아니다”고 덧붙였다.
조창현 동아닷컴 기자 cch@donga.com
김수연 동아닷컴 기자 sian@dona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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