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술년은 역술인들 사이에선 흔히 꺼져가는 불씨가 다시 살아나는 해로 평가된다. 밝고 따뜻한 불(火)의 기운이 강해 어두운 기운을 몰아낼 수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올 해는 대선의 전초전이라고 할 수 있는 지방선거가 치러지고, 정치권 잠룡들이 기지개를 펼치는 등 변혁이 예상된다. 무거운 북핵 문제도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서민들에게는 체감 경기가 언제쯤 술술 풀릴 것인지가 큰 관심사다. 불안한 상황일수록 미래를 엿보고 싶은 욕구는 강해진다.
동아닷컴은 국민들의 궁금증을 대신해 국내 유명 역술인 3명에게 2006년 대한민국의 운세를 물어봤다. 물론 운세대로 미래가 결정된다고 할 수는 없으나, ‘믿거나 말거나’ 편한 마음으로 한번 천기누설(?)을 엿보고 미래를 준비하는 것도 나름대로 재미있는 일일 것이다.
▽“국운 상승기, 경기 호전”=역술인과 예언가들은 대체로 올해의 국운을 밝게 내다봤다. 지난해까지 바닥을 친 국운이 서서히 상승세를 탄다는 것. 노무현 대통령의 운도 힘을 받는 형국이라고 평가했다.
북한 김일성 주석의 사망과 김대중 전 대통령의 당선을 예언해 일약 이 방면에서 스타가 된 무속인 심진송(55) 씨는 “을유년(乙酉年)의 ‘닭’은 모든 것을 파헤치고 어지러뜨리는 동물이라 세계적으로 천재지변이 많았고, 우리나라도 정치·경제·사회 전 분야가 어수선했다”며 “그러나 병술년의 ‘개’는 친구와도 같은 동물이므로 우리나라도 차츰 안정되면서 성장기에 접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심 씨는 “다만 정치계의 경우 음력 3∼4월까지 조금 시끄럽고, 6∼7월께 안정을 취하고 나아지게 될 것”이라며 “경제도 정치 바람을 타기 마련이므로 비슷한 상승곡선을 그릴 것”이라고 말했다.
‘김봉준역학원’의 김봉준(63) 원장은 “나라님의 운세가 평안하기 때문에 별다른 대과없이 한 해가 흘러갈 것”이라며 “국내 경기도 금년 상반기부터 피부로 느껴질 만큼 나아질 것”이라고 예언했다.
‘남덕역학연구원’의 남덕(65) 원장은 “특히 반도체 자동차 전기 전자 LCD 관련 주가가 전 세계적으로 폭발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울시장? 강금실 글쎄…”=세 사람 모두 지방선거에서 야당의 강세를 예언했다. 현재 자천타천으로 열린우리당 서울시장 후보로 거론되는 강금실 전 장관(사진)의 경우도 높은 지명도와 인기에도 불구하고 야당 후보와 쉽지 않은 대결을 펼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 원장은 “강 전 장관의 경우 (선거에) 나왔다 하면 폭발적으로 매스컴을 타는 운”이라면서도 “그러나 한나라당이라는 ‘복병’이 기다리고 있어, 특별한 변수가 없는 당선까지 가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남 원장은 “지방 선거가 여당의 참패로 끝나면 필연적으로 정개개편이 일어날 것”이라며 “결국 고건 씨가 여당에 입당해 대선 후보로 나설 수도 있다”고 말했다.
심 씨는 ‘걸걸한’ 입담을 자랑하는 야당의 H의원이 차기 서울 시장이 된다고 예언하기도 했다.
▽유시민은 진짜 ‘왕의 남자’!=연초 보건복지부 장관에 내정된 많은 논란을 낳았던 열린우리당 유시민 의원(사진)의 올 해 운세는 ‘맑음’이다. 더구나 사주로만 봐도 노 대통령과의 궁합이 착착 맞아 떨어지는 형국이라고.
남 원장은 “한국 나이로 48세인 유 의원은 57세까지 운이 트여 공무를 아주 잘 수행 할 것”이라며 “노무현 대통령과의 사주 궁합을 보니 아주 잘 맞아, 대통령 임기 말까지 함께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좀 더 노골적으로 “노 대통령과는 궁합만 봐도 합(合)관계로, 남녀 사이였다면 천생연분”이라며 “‘왕의 남자’라고 말해도 맞을 것 같다. 연모의 정을 느끼고 서로 사랑하는 궁합”이라고 말했다.
한편 한나라당은 노무현 대통령의 두터운 신임을 받는 유 의원을 영화 ‘왕의 남자’에서 연산군의 사랑을 독차지 하는 광대 ‘공길’에 빗대 꼬집기도 했다.
▽잠룡 6인 비상할까=관심을 모으고 있는 차기 대선 대권예비주자 중 열린우리당의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에 대해 남 원장은 “올 한해 기운은 좋으나, 언변을 조심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전형적인 언론인 사주의 정 전 장관은 뛰어난 언변을 자랑하지만, 자칫 잘못하다간 지난 총선의 ‘노인 폄하’ 발언처럼 구설수에 오를 수도 있다는 것.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의 경우 앞으로 10년가량 좋은 기운이 들어올 운세다. 남 원장은 “지금으로선 박 대표에게 강한 운이 느껴진다”고 말했다. 김 원장도 “박근혜 대표가 올해 천군만마를 끌어들여 살생부를 틀어쥐는 운”이라고 말했다.
강력한 뚝심의 소유자 이명박 서울시장은 내년까지 용과 호랑이가 감투를 놓고 싸우는 운이 이어진다고. 김 원장은 “아주 큰 기운이 느껴지나, 잘못하면 예상치 못한 사람에게 박빙으로 탈락할 수 있다”며 “잘생긴 이마에 비해 부실한 하관을 보완해주기 위해 안경을 쓰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역시 학자풍의 손학규 경기도지사는 향후 5년간 운이 살아 있는 것으로 보인다. 남 원장은 “올해 운이 아주 좋다. 전심을 다해 지지도를 끌어올린다면 큰 꿈을 꿔 볼만 하다”고 말했다.
‘타고난 관운’의 소유자 고건 전 총리의 경우 신년 운세는 좋으나 ‘무위’형 처신이 올 해까지 이어진다면 대권이 어려울 수 있다는 것이 역술인들의 설명. 남 원장은 “내년 운보다 올해 운이 좋다. 기운이 좋을 때 활발히 움직이는 게 좋다”고 충고했다.
무속인 심진송 씨는 “누가 당선될 지 정확히 알고 있으나, 아직은 말 할 순 없다. 다만 지금 거론되고 있는 6명 중에 한 분”이라고 말했다.
▽남북 정상회담 성사될까?=역술인들은 대체적으로 남북 정상회담이 올해 안에 가능하고 남북간 화해 무드가 조성될 것이라고 봤다.
남 원장은 “올해는 남북관계 재도약에 아주 좋은 시기”라며 “남한의 주도하에 북한이 국제무대에 등장하게 될 것이다. 남북간 직항기가 설치될 정도로 관계가 호전된다”고 전했다.
김 원장은 “김정일 북한국방위원장의 사주가 금수상관(金水傷官) 요견관(要見官)격으로 관운이 들어오는 해”라며 “세계를 보는 눈이 달라져 국위선양에 상당히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올해 정상회담이 가능 할 것 같다”며 “현 정상이 아니면 묵은 정상(김대중 전 대통령)이라도 왕래를 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김 전 대통령이 중개자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심 씨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경우 올해는 많이 움직여야 하는 때”라며 “아마 지난해 9월께 남한에 오고 싶었지만 못 온 것 같다. 올해도 음력 후반쯤에 제대로 한국땅을 밟아볼 생각이 있는 것 같다”고 밝게 내다봤다.
최현정 동아닷컴 기자 phoeb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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