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 "역대정권은 술·밥 사주며 언론을 달랬지만…"

  • 입력 2006년 2월 22일 19시 00분


이해찬 국무총리는 22일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한나라당 의원들의 공세에 언성을 높이며 특유의 고압적인 자세로 맞섰지만, 일부 의원들의 날선 질문에 당황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 총리는 이날 언론관과 1·2개각, 윤상림 게이트 등에 대해서 한나라당 의원들로부터 집중적인 질문을 받았다.

한나라당 박찬숙 의원은 청와대가 조선일보 만평에 대해 법적 대응한 사실을 언급하며 “정부가 언론에 대해 너무 속이 좁다”고 지적하자, 이 총리는 “일부 언론은 보도가 아니고 악의적인 왜곡 수준이라서 신문을 안보는 게 세상을 오히려 옳게 볼지 모르겠다”고 강하게 반박했다.

이총리, 국회 답변서 “일부 신문 안보는 게 좋을지도…”

그는 이어 “역대 정권에서는 이런 악의적 보도를 참고 넘어가거나 술이나 밥을 사주면서 달래서 갔지만 참여정부는 정정 보도를 요구한 것”이라며 “잘못된 보도태도를 근절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박 의원이 장관 인사와 관련된 질문을 던지자 이 총리는 제대로 답변하지 못했다.

박 의원은 “김우식 과학부총리는 19차례나 교통법규를 위반한 경력에, 사고로 사람을 죽게하고 기소유예를 받았는데 문제가 없느냐”고 물었고, 이 총리는 “김 부총리의 교통법규 위반은 검증 과정에서 몰랐던 사실이지만 알았어도 임명에는 영향이 없었을 것”이라고 답변했다.

박 의원은 이어 “그러면 외교통상부의 김숙 국장은 2차례의 음주경력 때문에 승진에서 탈락했는데, 권력과의 친소관계에 따라 인사 잣대의 높낮이가 달라지느냐”고 되묻자, 이 총리의 표정이 굳어졌다.

그는 잠시 시간을 둔 뒤 “여기 있는 의원들 중에서도 교통 법규를 다섯 번 이상 위반한 분들이 대부분 일 것”이라며 “우리나라 교통체계 중 신호체계가 잘못된 경우가 많고 현실과 맞지 않은 경우가 있어 주행을 하다보면 부지불식간에 법규 위반이 일어날 수 있다”고 궁색하게 대답했다.

이에 박 의원은 “신호체계가 잘못된 것은 총리의 책임이 아니냐”고 꼬집었다.

법조 브로커 윤상림 씨와의 관계에 대해서 이 총리는 “2003년에 서너 번 골프를 친 사이일 뿐 더 이상 아는 바가 없다”며 “통상적인 금액의 후원금을 받은 적은 있지만 밝힐 수는 없다. 총리가 된 이후에는 만난 적도 없고 윤 씨가 총리실에 출입한 적도 없다”고 말했다.

구민회 동아닷컴 기자 dann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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