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게임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여당 국회의원 32명이 모여 만든 ‘e스포츠&게임산업 발전을 위한 국회의원 모임’(회장 정청래 의원 ㆍ이하 ‘의원모임’)은 지난달 30일 국내 게임업체 10여 곳을 상대로“정부가 지원하고 국회가 후원하는 대한민국 최고 권위의 e스포츠제전이 개최된다”며 “행사에 대한 공식종목 협찬을 제안한다”는 내용의 협조 공문을 보냈다.
이 공문을 받은 모 업체로부터 입수한 공문에 따르면 ‘대통령배 대한민국e스포츠제전’(가칭)이 올 5~8월에 열리고 문화관광부를 비롯해 정보통신부, 교육인적자원부, 행정자치부 등이 후원한다고 돼있다.
이 공문을 받은 일부 게임업체들은 동아닷컴과의 통화에서 “공문을 받았을 뿐만 아니라 실무자가 직접 찾아와 구체적인 금액도 제안했다”고 말했다.
▲ 모임 사무국이 게임업체들에 보낸 공문의 일부분. |
익명을 요구한 유명 게임업체의 한 관계자는 “공문을 받은 후 ‘의원모임’ 사무국 국장이라며 정모씨가 직접 찾아와 대회에서 우리가 개발한 게임이 선정되면 마케팅 효과가 클 것이라며 3~5억 원의 협찬금을 제안했다”고 밝혔다. 그는 “아무래도 의원들이 추진하는 행사라 쉽게 거절하기가 힘든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업체 관계자도 같은 사람으로부터 유사한 제안을 받았다면서 “대회 개최의 취지는 좋다고도 할 수 있지만 대회 개최여부도 불확실하고 마케팅 비용이 워낙 커서 업체들에게는 큰 부담이 된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의원모임’은 국내에서 인지도가 있는 게임업체 10여 곳을 상대로 대통령배 게임대회에 해당업체가 개발한 한 개의 게임이 대회 종목으로 선정되면 3억 원, 두 개의 게임이 선정될 경우 5억 원의 협찬금을 요구한 것으로 보인다.
‘의원모임’의 회장인 열린우리당 정창래 의원실은 이를 대부분 시인했지만 법률상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정 의원실의 박용수 비서관은 “게임 유저들에게 유명한 10개 업체에 대회 협조 요청을 했다”면서“대회를 통해 마케팅효과가 있다고 판단하는 게임업체가 있다면 협찬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모임사무국에서 대회가 확정되기도 전에 회사 측에 후원을 요청하는 절차상의 잘못이 있었다”라며 “업체에 보낸 공문의 내용은 기획 안이다. 물의를 일으킨 담당자에게 책임을 묻겠다”고 말했다.
게임업체를 방문, 협찬금을 제시한 사람은 ‘의원모임’의 사무국장으로 그는 이날 오후 면직 처리됐다.
정 씨는“게임업체들에게 대회에 따른 마케팅 가치를 보고 협찬을 할 수 있는지 의사를 물은 것”이라며 “다만 대회 개최가 확정되기 전에 앞서 이루어진 점은 실수였다”고 해명했다.
정 의원 측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대회를 계속 진행하면서 협찬금을 받겠다고 밝혔다.
박 비서관은 “e스포츠와 게임산업 발전을 위해 국산게임이 중심이 되는 게임대회를 추진하겠다”며 “이 대회를 통해 마케팅효과가 있다고 판단하는 업체에 협조를 구하겠다. 협찬금은 전액 대회진행비로 쓰겠다”고 말했다.
● ‘대통령배 대한민국e스포츠제전’ = 이 대회의 취지는 게임을 통해 지역간, 계층간, 남북간 문화격차를 해소하겠다는 것.
‘의원모임’이 게임업체에 보낸 제안서에 따르면 이 대회는 전국 학교 단위의 대항전을 거쳐 전국체전을 개최하고 남북 게임 상호 교류, 장애인 게임 참여 확대 등을 목표로 삼았다.
박 비서관은 “현재까지 기획단계로 모임 소속의원들의 최종 합의를 거쳐 정부 부처에 승인을 요청하겠다”고 말했다.
김수연 동아닷컴 기자 si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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