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한국영화감독협회 부이사장인 이 씨는 지난 2001년 결성된 ‘노무현을 사랑하는 문화예술인 모임’의 초창기 준비위원 8인(정지영, 문성근, 이창동, 명계남 등) 가운데 한 명으로 당시 노 후보를 지지하는 활동을 했다.
대책위에 따르면 이씨는 스크린쿼터 축소·철회를 위해 지난 1일 전남 해남의 땅끝마을에서 국토종단을 시작해 지난 19일 서울에 도착했고 이를 마무리하는 의미에서 노 대통령 앞으로 편지를 쓴 것.
대책위는 이날 홈페이지를 통해 편지 전문을 공개했다.
이 씨는 편지에서 “2001년 ‘노문모(노무현을 사랑하는 문화예술인 모임)’ 발기대회에서 노 후보는 ‘대통령이 되시면 스크린쿼터는 안심해도 되겠지요?’라는 질문에 ‘반드시 그러겠다’고 대답했는데, 안타깝게도 지금에 와서는 그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노 대통령은 지켜야 할 중요한 것들은 지켜내실 줄 알았다. 실망이 큰 것은 그만큼 기대가 컸기 때문”이라며 “우리의 사명은 민족의 정통성 및 정체성의 긍지를 드높일 수 있는 문화사업을 발전시키고 자랑스러운 문화유산을 잘 보전해 후대에 전달하는 데에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얼마 전 대통령은 방송에서 ‘우리 영화가 이제는 미국과 당당히 겨룰 만큼 강해졌지 않느냐’는 말씀을 하셨는데 의혹이 생겼다”며 “현대 영화는 제작의 논리가 아닌 배급 및 유통의 논리라는 사실을 모르시고 한 말씀인지 일부러 하신 것인지 궁금하다”고 반문했다.
그는 “영화를 1년에 100여 편씩이나 만들던 중남미의 영화강국 멕시코가 1995년1월1일 미국과 NAFTA를 맺자마자 그 해 제작된 영화가 단 네 편으로 줄었고 단 한 편도 자국영화관에서 상영되지 못했다는 사례는 세상이 다 아는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이씨는 편지 말미에 국토종단 중에 겪었던 일화를 소개하기도 했다.
“전라남도를 지나는 중에 한 식당주인이 ‘전라남도는 이제 미국의 51번째 주가 되어버렸다’는 표현을 하더군요. 설명을 들어보니 ‘노무현을 찍고 실망해서 모두 미국으로 이민을 가서 미국 시민권자들이 많아져서 그렇다’는 웃지 못 할 농담이었습니다. 그토록 믿었고 사랑했던 대통령이기에 더욱 그렇겠지요.”
김수연 동아닷컴 기자 si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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