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의 한일 외무차관급 긴급협상에서 양국은 ‘6월까지 일본의 배타적 경제수역(EEZ)내 수로 측량 중지와 한국의 해저 지명 등록 연기’에 합의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22일 ‘원칙을 지켜낸 외교적 협상의 결과’라고 평가했고, 정부정책 홍보사이트인 국정브리핑은 22일 ‘단호한 정부의 의지에 일본이 결국 물러섰다’는 제목의 글과 23일 격앙된 일본 네티즌들의 반응을 전하며 “독도교섭 결과는 일본에게 유리했다”는 내용의 중국 ‘경화시보’ 기사를 반박하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하지만 민주노동당 노회찬 의원은 24일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청와대의 ‘자화자찬’은 사태를 예의 주시해온 국민들의 근심을 더욱 깊게 했다”고 비난했다.
노 의원은 “청와대는 해저지명등록 ‘포기’가 아니라 ‘연기’라고 말하고 싶겠지만 그것은 마찬가지다”라며 “7월 이후 한국정부가 해저지명등록을 다시 시도하면 일본 측량선도 다시 진입을 시도할 것이고, 이번처럼 또다시 해저지명등록을 연기하는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결국 독도를 실효적으로 지배하고 있으면서도 독도수역의 해저지명을 일본의 방해로 등록하지 못하는 상태가 지속될 수 있다”며 “일본정부는 목적한 바를 100% 달성했고 한국정부는 일본정부의 목적 달성을 어쩔 수 없이 용인했다. 굳이 승패를 따질 필요도 없는 결말”이라고 평가했다.
한나라당 심재철 의원도 이날 보도자료와 동아닷컴과의 전화통화에서 “이번 일본의 대한민국 주권에 대한 도발은 정부의 외교실패다. 겸허하게 인정하고 반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심 의원은 “일본은 ‘해저지명등재 유보’라는 실리를 챙겼지만 한국은 당연한 국가권리를 유보하는 손실을 입었다”며 “정부는 독도를 기점으로 EEZ 경계획정을 하겠다고 국민 앞에 천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외교통상부 홈페이지에도 지난 22일부터 이날 오후 3시까지 300여 개의 항의 글이 줄을 이었다.
아이디 ‘김진배’는 ‘단호한 정부의 의지에 일본이 결국 물러섰다’는 국정브리핑의 글을 빗대어 “국민은 외교부가 ‘단호히’ 독도를 포기하고 ‘단호히’ 여론을 호도하고 있는 것을 보았다”고 주장했고, ‘이상훈’은 “일본과의 협상에서 이겼다는 것이냐. 국민을 바보로 알고 있다”고 비난했다.
▼ 독도본부 “日 침략행위 응징 못한 치욕” ▼
민간단체인 독도본부는 “한국정부가 지명제출 시기를 양보하지 말았어야 했다”고 주장했다.
독도본부는 23일 성명서를 발표하고 “독도 가까운 바다에 대해 우리 이름을 붙일 기회를 사실상 완전히 상실 할 수도 있는 매우 안타까운 결과를 빚었다”라며 “이는 우리 바다에 대한 일본의 침략행위를 응징하지 못한 치욕”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부는 제출 시기만 늦췄다고 발표했지만, 이는 우리의 당연한 권리 실현을 스스로 포기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어 매우 안타깝다”며 “일본의 독도 침탈은 다시 되풀이 될 것이다. 계속 양보만 거듭해 온 우리의 대응은 또 한번의 양보가 보태져서 앞으로의 대응은 더욱 어려워 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수연 동아닷컴 기자 si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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