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의사들, “농림부의 美쇠고기 수입재개 잘못됐다”

농림부가 미국 광우병 감염 소의 나이가 최소한 8세 이상이라며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을 재개하기로 한 것과 관련해 수의사 단체가 농림부의 소 나이 판정 방식에 이의를 제기하고 나서 귀추가 주목된다.

▽농림부 “치아 상태로 볼 때 광우병 소 8세 이상”▽

농림부는 26일 발표한 보도자료에서 “지난주 수의과 교수 등 전문가 조사단을 미국 현지에 파견해 조사한 결과, 해당(광우병 감염) 소가 최소한 8세 이상인 것으로 최종 판단했다”며 “지역 농장 암소들과 미국 농업부에서 보관중인 감염소의 치아를 비교했다”고 밝혔다.

농림부는 “소의 치아 마모도와 치아 표면의 무늬가 10세 이상의 소에서 나타나는 수준”이라며 “2004년 12월 가축시장 매매 기록에도 치아 상태를 SS(short and solid)로 표시해 놓았는데, SS는 해당 소의 나이가 8세 이상을 의미한다”고 덧붙였다.

미국 앨라배마 주에서 발생한 이번 광우병 감염 소는 출생기록이 전혀 없고 뿔이 제거된 상태여서 치아감별법이 가장 신뢰할 수 있는 나이 추정 방법이라는 것이 농림부 측의 부가 설명이다.

이에 따라 농림부는 그 동안 중단했던 미국 수출작업장 승인을 위한 현지점검 등 수입 재개를 위한 후속조치를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수의사단체 “광우병 감염 소의 나이 판정 비과학적”▽

하지만 '국민건강을 위한 수의사연대(위원장 홍하일, 이하 수의사 연대)'는 이날 성명서를 내고 “영구치가 다 나온 60개월 이상 된 소는 치아감별만으로는 나이 판정이 어렵다”며 농림부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한 뒤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무기한 연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출생기록이 존재하지 않은 상태에서 다 자란 소의 치열조사방법은 나이를 추정할 수 있는 간접적인 자료가 될 뿐, 직접적인 근거가 되지 못한다는 게 이들의 설명.

수의사 연대는 같은 이유로 미 농무부 식품안전검사국에서도 치열을 이용한 소의 나이 측정을 △15~18개월, △18~24개월, △24~30개월, △30개월 이상 자란 소 등 크게 4가지로 분류하고 있다고 전했다.

수의사 연대는 “감염소의 나이 판정이 어려울 경우 입증 책임은 미국 정부에 있기 마련인데, 농림부가 먼저 나서고 있다”며 “더구나 미국 정부는 감염소의 머리뼈를 한국 정부의 양해를 구하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매장하기까지 했다”고 주장했다.

수의사 연대는 “농림부는 성급하게 결과를 발표하기에 앞서 조사단에 몸담은 전문가들의 실명과 미국 측에서 보내온 광우병 소의 자료를 공개하라”며 “정책실명제와 과학적 판정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절차”라고 주장했다.

한편 한미 양국은 지난 1월 협상에서 미국에서 ‘제한적 동물사료 금지정책’을 도입한 1998년 4월 이후 출생한 소(8세 이하)에서 광우병이 발생하면 수입을 중단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이에 따라 광우병 감염 소의 나이가 8세 이상인지 아닌지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를 결정하는 데 중요한 기준이다.

최현정 동아닷컴 기자 phoeb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