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부터 17일 오전까지 병무청 홈페이지와 참여마당 신문고 홈페이지에는 “예비군 동원훈련 날짜와 월드컵 토고전이 겹쳐 손꼽아 기다리던 축구를 볼 수 없게 됐다”라며 “이번 병무행정에 대단히 실망스럽다”는 예비역들의 글이 봇물처럼 올라왔었다.
대부분 지난 2002년 월드컵 당시에도 현역 군인으로 복무해 경기를 보지 못했다며 동원 일정의 재조정을 요구했다.
스스로를 6월12일부터 2박3일간의 동원소집통지서를 받았다고 소개한 아이디 ‘안경인’은 “제발 월드컵 토고전을 보게 해달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토고전은 한국시간으로 밤 10시에나 시작하는데 군대에서는 등화관제하고 자야할 시간이다”라며 불만을 터뜨렸다.
이어 “4년 전 2002 월드컵 때도 나라를 지키느라 초소에서 야간근무서며 독일 월드컵만을 기다렸다”라며 “부디 예비군 동원 일정을 재검토 해주시길 간절히 바란다”라고 덧붙였다.
아이디 ‘성광환’도 “국가의 안보가 중요하다고 하지만 대한민국 최고의 행사인 월드컵 첫 경기 날에 예비군 훈련이 웬 말이냐”라며 “예비군도 월드컵 축구 경기 때만큼은 대한민국의 함성을 느낄 수 있게 해달라”라고 말했다.
‘공군예비역 병장’은 “벌써 빨간 티셔츠도 사놨는데 이번 병무행정에 실망이 크다”라며 “예비군에게는 가족과 친구들과 다 함께 월드컵을 즐겨야 할 권리는 없는 건가요”라고 되물었다.
하지만 소수의 예비역들은 국방의 의무를 강조하며 “공과 사는 구분해야 한다”라는 의견 글을 올리기도 했다.
‘월드컵’은 “월드컵 때 구경할 것 다하고, 남는 자투리 시간에 훈련을 받겠다는 것이냐”라며 “조국이 있어야 너와 나, 우리가 있다. 토고전을 보지 못한다고 어린애같이 굴지말자”라고 주장했다.
‘한승호’도 “일부 예비역들이 공과 사를 구분 못하고 있다. 언제라도 국가적 위기상황을 가정하여 동원태세를 갖춰야 한다”라고 말했다.
또한 최근 병무청 홈페이지의 자유게시판에는 동원훈련을 연기하는 방법이 잇달아 올라오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병무청은 지난 12일 홈페이지에 “부대 사정상 부득이 우리나라 경기가 열리는 날짜에 훈련을 실시하게 되어 대단히 죄송하다”며 “올해에는 추석연휴 기간이 상당히 길고 전국동시지방선거 기간 중(5.18-5.31)에는 훈련을 실시하지 못하는 등 다른 해에 비하여 훈련 실시여건이 좋지 못한 상황으로 연간 계획된 훈련을 마무리 하는 것도 상당히 어려운 실정”이라는 해명 글을 올리기도 했다.
하지만 예비역들의 비난 여론이 좀처럼 사그러 들지 않아 병무청은 이날 오후 보도자료를 통해 동원훈련일정을 조정하겠다고 발표했다.
병무청은 “이번 월드컵 우리나라의 조별 예선 경기가 있는 날에 동원훈련을 받아야 하는 6월12일과 13일 및 19일에 입영하는 사람들의 훈련일정을 월드컵 경기 시청에 지장이 없도록 조정 하였다”라며 “우리선수들의 선전을 마음껏 응원하시고 변경된 일정에 차질 없이 입영 해달라”라고 말했다.
김수연 동아닷컴 기자 si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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