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익명을 요구한 복수의 외교통상부 관계자에 따르면 정부는 사할린 동포의 영주 귀국을 위해 지난해부터 일본 정부와 협상을 벌이고 있으며 최근 구체적인 의견을 교환했다.
한 관계자는 “사할린 동포의 수용시설을 국내에 마련하기 위해 일본 정부에 비용을 요청했다”며 “당초엔 임대아파트를 건립하는 것도 생각했으나, 부지확보가 어려워 이미 지어진 공공임대주택에 입주하는 방향으로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관계자는 “현재 사할린에 생존해있는 동포 1세대(45년 이전출생자) 4000여명 가운데 3000여명이 귀국을 원하고 있다”며 “이들이 모두 귀국해 정착할 수 있도록 지난해부터 일본과 협상을 벌이고 있고 최근에 구체적인 내용이 오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동포들이 귀국 후 필요한 여러 가지 사안에 대해서도 관계부처 간 협의를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상세한 일정이나 협의 내용에 대해서는 함구했다.
일본 정부는 사할린 동포 문제에 대해 시급하게 처리해야할 문제라는 입장을 보였다.
사할린 동포 문제를 담당하고 있는 일본 외무성 북동아과 관계자는 이날 동아닷컴과의 전화인터뷰에서 “한국 정부로부터 사할린 이주민의 영주 귀국에 대한 지원요청을 받았다”고 확인했다.
그는 “최근 북한 미사일과 독도 문제 등 주변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 협의가 늦어지고 있지만, 일본 정부도 시급히 처리해야 한 문제라고 생각한다”며 “원활하게 협의가 잘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1938~45년까지 약 15만명의 한인이 사할린의 끌려가 석탄과 목재 등 일본의 군수물자 생산에 동원됐다. 종전 후 10만명 (이중 징용자)은 일본으로 넘어갔고, 4만 5000명은 귀국하지 못한채 무국적자로 사할린에 남겨졌다.
정부는 지난 90년부터 이들에 대한 영주 귀국 사업을 벌여 지난달까지 1640명을 귀국시켰으나, 아직 사할린에는 3000여명의 동포들이 조국으로 돌아갈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국내 수용시설이 부족해 먼저 귀국한 동포의 사망으로 시설에 자리가 빌 경우 ‘순번’을 기다리던 새로운 동포를 귀국시켜 빈자리를 채우는 형식이라 전원 귀국은 요원한 상황이다.
모두 60세 이상인 동포 1세대는 현재도 사흘에 1명, 해마다 130여 명씩 죽어가고 있다. 양국 정부가 영주 귀국 추진을 서둘러야하는 이유다.
영주 귀국한 동포는 경기 안산시 고향마을 500가구와 100명 수용 규모의 요양소 등에서 분산 거주하고 있다.
한편 사할린 한인단체 대표 5명은 지난해 초 외교통상부를 방문해 ‘사할린 동포 영주 귀국 사업과 보상금 지급’에 한국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달라고 요청했다.
이들은 “한국 정부가 앞장서서 사할린에 남은 한인 4만3000명의 보상금으로 1인당 5000달러, 강제노동을 하던 한인들의 임금 가운데 강제로 저금된 1억8600만엔을 물가상승률을 적용해 일본한테서 돌려받게 해달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또 당시 일본 정부에 사할린 동포들의 영주 귀국을 위한 수용시설을 늘려달라고 촉구했다.
조창현 동아닷컴 기자 cc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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