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츠야 "한일 대학생 술·밥·아르바이트 문화 너무 달라요"

  • 입력 2006년 7월 19일 16시 18분


안녕하세요. 일본인 한국유학생 도키요시 타츠야(26)입니다.

이번에는 두 번째 순서로 한일 대학생의 식생활, 술 문화, 아르바이트 등 교외생활을 비교 소개하겠습니다.

<교외 생활>

대학생활은 학내에서만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여러 측면에서 한일 대학생활의 차이가 엿보인다.

<식생활>

한일 대학생의 식생활을 보면 교내식당을 이용하는 등 값이 싼 것으로 한 끼를 때우는 것에는 큰 차이는 없다. 그러나 한국에서 일본인 유학생들이 고생하는 것이 있다. 그것은 바로 혼자 밥 먹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2004년 7월 한국의 고려대 어학당에 다니기 시작한 첫 날, 혼자 들어간 학교 앞 식당에서 느낀 어색함은 지금도 잊을 수 없다. 학교 밖의 식당에서 뿐만 아니라 학생식당에서도 그렇다. 식당에서 혼자 먹고 있는 것을 친구에게 들키면 “너는 왜 밥을 혼자 먹느냐?” 라는 말을 듣게 된다. 그 말을 하는 친구들의 표정에는 ‘불쌍하다. 이해가 안 된다. 한심하다.’ 등 온갖 부정적인 의미가 숨겨져 있는 듯 했다. 하지만 일본에서는 혼자 식사하는 것이 무척 자연스럽다.

일본의 가난한 대학생들은 식당 밥으로는 영양분 섭취가 어려워 생활에 지장을 초래할 정도다. 학생식당을 포함해서 일반 식당에서는 고기 등 메인 음식에 비해 반찬이 부족하거나 흑은 따로 돈을 내고 주문해야 할 경우가 많다. 그러므로 가난한 유학생이 값싼 외식만으로 건강을 유지하는 것은 어렵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밥과 반찬을 함께 주고 반찬을 많이 먹는다고 따로 돈을 받지 않기 때문에 영양섭취가 어느 정도 가능하다.

대학생활을 하다보면 한밤중이나 새벽 등 불규칙한 시간대에 먹는 것을 찾을 때가 종종 있다. 한국에서는 다양한 배달 제도가 고픈 배를 채워 준다. 자장면, 짬뽕 등 중국요리부터 덮밥, 족발, 치킨, 찌개까지 뭣이든 다 배달해 준다. 그러나 일본에서는 배달해 주는 집이 많지 않다. 일본에 유학을 다녀 온 한국 학생 중에는 “일본에는 통닭집이 별로 없어 유학생활 내내 생맥주와 통닭이 너무 그리웠다”는 사람이 많다. 대신에 여기저기 있는 24시간 라면집, ‘규돈’(불고기 덮밥) 집에 혼자 가거나, 또한 한국 편의점보다 품목이 다양한 편의점에 가서 인스턴트식품을 먹는다.

<술 문화>

술 문화는 한일간에 가장 차이가 크게 나는 대학문화 중 하나다. 먼저 학생들이 모이는 방식부터 다르다. 일본에 유학을 다녀온 뒤 건대입구에 일식 술집 ‘시아와세(일어로 ‘행복’이란 뜻)‘를 차린 최경훈 사장은 “한국에서는 2~3명으로 시작해 점점 친구를 불러 많은 학생들이 모여 먹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일본에서는 1~2주 전부터 약속을 잡아 모이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또한 주량, 빈도 등에서도 한일 학생은 큰 차이를 보인다. 단적으로 말하면 한국 학생은 술을 많이 먹고 일본 학생은 많이 안 먹는다. 한국에서는 술을 먹고 입가심으로 안주를 먹지만, 일본에서는 안주를 즐기고 더불어서 술을 먹는 식이다. 덕분에 필자는 일본 대학생활 4년 동안에 소위 ‘필름이 끊긴’ 적이 2번 밖에 없었지만, 한국에 오고 나서는 매달 1~2번씩 꼭 끊긴다. 물론 예외도 있다. 자신도 야구선수 출신인 최 사장은 “일본 사람들은 술 잘 안 먹는 것으로 인식했었는데, 운동하는 사람들은 놀라운 정도로 잘 먹더라고요”라고 했다.

술을 먹는 빈도가 높지 않는 이유는 술값 문제 때문이기도 하다.

한일간에 물가 차이는 차츰 좁혀져 최근에는 역전됐다는 이야기도 나오지만 여전히 한국이 저렴하다는 느낌을 가질 수 있는 순간이 바로 술을 먹을 때다. 일본에서는 한 번 모임이 있으면 학생끼리 먹어도 기본적으로 1명 당 3000엔(한화 3만원) 이상 날아간다. 후배에게 술을 사 준다는 것도 그 만큼 어려운 일이고 자연스럽게 ‘더치페이’ 같은 방식으로 먹게 된다.

작년 겨울방학에 일본에 갔을 때 놀라운 장면을 목격했다. 친구를 따라서 어떤 동아리 모임에 참가했는데, 회계를 맡은 사람이 안주를 주문할 때마다 휴대폰의 계산기 기능을 이용해 1명 당 얼마나 부담되는지 나눠 계산하고 있었다. 이것은 좀 극단적인 사례지만, 그 만큼 일본에서는 술값이 부담스럽다는 뜻이다.

“일본인은 개인주의적”이라는 얘기가 널리 알려져 있다. 그러나 거기에는 오해의 소지도 있다. 한국 사람은 “상대방에게 잘 해 주는 것”을 중요하게 여기지만, 일본 사람은 “상대방에게 불편함을 주지 않는 것”을 우선으로 생각한다는 차이가 있다. 소주면 소주, 맥주면 맥주로 다 같이 같은 술을 같은 양으로 즐기는 한국과, 각자가 먹고 싶은 종류의 술을 먹고 싶은 만큼 먹는 일본을 비교하면서 그런 생각이 든다.

<아르바이트>

학비, 생활비를 마련하는 방법에 있어서도 한일 대학생은 큰 차이가 난다.

먼저 아르바이트 직종부터 다르다. 단기적으로 공사 현장, 이사 보조 등 육체노동을 하는 것은 한일 남학생들의 공통점이지만, 장기직종을 보면 아르바이트의 내용이 많이 달라진다. 한국에서 인기 있는 아르바이트는 뭐니 뭐니 해도 과외다. 짧은 시간에 많은 돈을 벌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본에서는 한국에 비해 식당웨이터 등 일반 아르바이트와 과외 간의 월급 격차가 심하지 않다. 때문에 이동에 시간이 걸리고 일 자체의 재미가 떨어지는 과외를 꺼리는 학생들이 많다.

한국 대학생의 또 다른 특색으로 ‘근로 학생’이 있다. 학교 과사무실에서 일을 하고 근로 장학금을 받는다는 제도가 일본에서는 드물다. 물론 일본에서도 학생식당에서 설거지하는 등 교내 아르바이트가 있지만, 학비 지원을 목적으로 한 일들이 없기 때문에 대부분 학생들은 학교 밖으로 나가서 일을 하게 된다.

이런 구조적인 문제뿐만 아니라 사회적 관념도 아르바이트 문화 차이의 원인이 되지 않나 싶다. 기본적으로 일본에서는 아르바이트를 ‘사회 경험’으로 중요하게 본다. 내 경험으로도 대학 4년 동안 식당웨이터, 육체노동, 과외, 텔레마케터 등 다양한 아르바이트를 했다. 이런 경험은 사회인으로써 앞으로 살아가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대학의 첫 아르바이트로 학생식당에서 일했을 때 내가 맡은 일만 하고, 시간이 남아도 따로 아무 일도 안 하면서 지냈던 일을 생각하면 창피하기 짝이 없다. 회사에서 사원을 선발할 때 ‘사회 경험’으로서 대학 때 어떤 아르바이트를 했는지 알아보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한국의 경우에는 사정이 좀 다르다. 학점, 영어시험 점수 등이 취직과 직결되는 구조 안에서 아르바이트는 공부에 ‘방해물’이 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한일 대학생활을 비교해 봤다. 그러나 여기에 쓴 것들이 진짜인지 아닌지 사실 나도 잘 모르겠다. 그냥 생각나는 것을 써봤다. 나도 한국에 와서 이제까지 한국 사람들이 펼치는 수많은 ‘일본론’ ‘한일 비교론’을 들으면서, “꼭 그렇지는 않은데…”, “그것은 일부 사람들 이야기인데…”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

유학경험이 있는 사람들이 한결같이 하는 말이 있다. “사람마다 생각이 너무 다르다”는 것이다. 맞는 말이라는 생각이 든다.

내 생각에는 사회가 날마다 달라져 그 변화를 따라가서 사회 전체를 이해할 것은 매우 어렵다. 매일 새로운 발견이 있고 고정됐던 관념은 깨지는 것이다. 그냥 남은 유학생활을 즐겁게 보내고 열심히 공부하면 된다. 타츠야도 앞으로 반년 정도 남은 한국의 유학생활을 재미있고 유익하게 보내려고 노력하고 있다.

도키요시 타츠야 동아닷컴 인턴기자 tatsuyatokiyoshi@hotmail.com

정리 = 조창현 동아닷컴 기자 cc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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