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흥행만큼 영화를 둘러싼 논란도 끊이지 않고 있다.
영화는 경의선 철도 복원 문제를 두고 한국과 일본이 대립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강한 민족주의를 내세워 일본에 대한 적개심을 일방적으로 표출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몇몇 영화평론가들은 영화의 ‘상업적 민족주의’에 대해 우려를 표시하기도 했다.
일본의 언론들은 “허구에 기초한 반일영화”, “반일을 이용한 비즈니스”, “일본은 이해할 수 없는 내용”이라며 일본 내 반한 분위기를 전했다.
이같은 논란은 인터넷으로 고스란히 이어졌다. 영화 관련 사이트나 포털 사이트 게시판에는 영화의 ‘정치색’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영화를 본 누리꾼들은 “‘한반도’는 현 정권의 정책이나 정치이념 등을 너무 노골적으로 홍보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반면 또 다른 누리꾼들은 “영화를 그냥 영화로만 봐야지 확대해석하는 것은 곤란하다”며 대립각을 세웠다.
영화를 비판하는 누리꾼들의 주장은 크게 네 가지다.
첫째는 노무현 정권의 정치 코드를 그대로 스크린으로 옮겼다. 영화가 현 정권이 추구하는 정치논리와 반미ㆍ반일의 대외정책 등을 홍보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ID ‘CHIKYUNGHO’는 “국정홍보처에서 제작한 영화가 아닌가 할 정도로 현 정권의 역사바로세우기나 반일ㆍ반미 코드를 의도적으로 부각시켰다”며 “정치선동영화라면 차라리 공짜로 보여줬어야 했다”고 비판했다. 또 ‘지유’는 “국방부 홍보영화를 영화관에서 보다니 놀라울 따름”이라고 평했고, ‘The Rebirth’은 “요즘 왜 그렇게 뉴스에서 한반도를 홍보해주나 했더니, 무지 잘 만든 대국민 정신교육용 영화이기 때문”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둘째는 보수 및 원로는 거악(巨惡)이다. 영화에서 권용환 국무총리(문성근 역)는 보수와 원로 등의 논리를 대변하는 악(惡)의 인물이고, 대통령(안성기 역)은 노 대통령과 현 정권을 상징하는 선(善)의 인물로 나온다.
ID ‘조창일’은 “보수 세력과 진보 세력을 양분해 대립시키고 있는데, 정치적인 의도를 아주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며 극단적인 논리와 상황 설정을 비판했다. ‘훈이’도 “영화는 통일을 원하지 않는 세력은 모두 ‘반민족’으로 몰아세우고 있다. 대통령을 비롯한 통일세력은 열린우리당, 반통일세력은 한나라당으로 표현한 듯하다”며 “현 정치상황을 이용해 뭔가를 주장하려는 듯한 (열린우리)당 홍보영화 같다”고 혹평했다.
셋째는 기득권 세력을 극악의 상징으로 그렸다. 영화에서 대한민국의 기득권 세력들은 겉으로는 나라를 위하는 척하지만 실제는 자신의 잇속만을 챙기는 속물로 등장한다.
ID ‘에릭’은 “이 나라의 보수들의 ‘이름을 일본식으로 바꿨어야 했다’는 발언은 국민의 편을 가르는 현 정부와 무엇이 다른가”라며 “창씨개명이 옳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을 텐데 이런 단세포적인 설정을 한 제작진의 지능이 의심스럽다”고 비판했다.
넷째는 김대중-노무현을 잇는 좌파정권의 등장과 그들이 이끌어갈 미래의 대한민국 상황을 암시하고 있다.
ID ‘holdlcm’은 “청와대에 김대중 전 대통령 사진과 노 대통령 사진만 걸려 있다. 영화 속 대통령은 노 대통령 다음의 대통령이다”며 “영화는 2007년 이후의 한국 사회를 그리고 있다”고 말했다. 또 ‘쫑코’는 “영화는 국민통합에 반하는 왜곡된 좌파문화를 전파하려고 한다”며 “2007년 대선에서 좌파 정권이 재집권할 수 있도록 대중문화가 앞장서서 좌파에 대한 국민 거부감을 희석시키려는 의도가 다분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영화는 그냥 영화일 뿐이다. 감동을 주는 예술작품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하는 누리꾼들도 있다.
ID ‘샤방한데군’은 “‘한반도’는 분명히 영화고, 그 중에서도 괜찮은 영화”라며 “몇 번의 울컥하는 감동 때문에 눈물이 고였다”고 말했다. 또 ‘제임스류’는 “영화는 영화일 뿐”이며 “통쾌한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했다”고 호평했다.
이 같은 논란에 대해 영화의 홍보를 담당하고 있는 이노기획 관계자는 “제작진은 그런(정치적) 의도로 만든 게 아니기 때문에 굳이 답변할 이유가 없다”며 “영화를 본 관객 중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사람이 더 많다. 전체 의견이 아닌 소수 의견일 뿐이다”고 일축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영화 속 국무총리는 극악의 상징으로, 대통령은 무조건 옳은 인물로 그린 게 아니다”며 “어떤 입장이 옳고 그른지는 관객이 판단할 문제”라고 말했다.
김승훈 동아닷컴 기자 hu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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