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낮 12시10분 서울 중구 무교동의 한 음식점에서 기자와 만난 문화관광부 소속 공무원 A씨는 어렵게 입을 열어 문화부의 분위기를 전했다.
그는 유진룡 전 문화관광부 차관의 경질에 관해서 묻는 기자에게 식사시간 내내 “골치 아픈 얘기는 그만하고 즐겁게 밥이나 먹자”며 말을 아끼거나, “자꾸 그런 얘기 하려면 앞으로 보지말자”며 굳은 얼굴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식사가 끝나고 옆 좌석의 사람들이 빠져나가자 마음속에 담아두었던 말을 꺼냈다.
“문화부는 한마디로 씁쓸하고 뒤숭숭한 분위기다. 공무원이 무슨 파리 목숨도 아니고…, 장ㆍ차관은 조직의 상징인데 소신껏 일하다가 맥없이 나가는 것을 보고 기분이 좋겠느냐. 이번에 언론에서 크게 터뜨렸으니 당분간은 (청와대에서) 인사 관련 외압이 없지 않겠느냐고 비꼬아 말하는 사람도 있더라.”
하지만 그는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인사외압은) 또 되풀이될 것”이라고 무기력하게 말하며, 이번 파문을 한 차례 퍼붓고 지나가는 소나기에 비유했다.
그는 “낙하산 인사는 한국적 민주주의의 한계가 아닌가”라며 씁쓸해했다.
“민주주의 꽃이라는 선거를 통해 대통령에 당선된 사람이 (좋은 위치에 있을 때) 자신을 도와주거나 관련된 사람에게 한자리 마련해주려는 건 한국정서상 이해할 수도 있는 것 아니겠느냐”면서도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깜냥이 되는 사람을 추천해야지 무조건 해달라면 그게 되는 것이냐. 그건 나라 망하는 지름길이다.”
그는 참여정부의 인사 청탁 스타일을 ‘싹쓸이’에 비유하기도 했다.
“정권 실세들의 인사 청탁이나 관여는 해도 너무 한다”고 운을 뗀 뒤 “역대 정권에선 굵직한 인사에만 관여를 했는데, 참여정부 들어서는 자잘한 인사까지 모두 관여를 한다. 문광부 산하에는 일반 국민들이 잘 모르는 작은 기관이 많은데 이런 곳까지 싹쓸이로 청탁을 한다.”
유 전 차관의 경질에 대해서 그는 “이번 인사 파동과 관련된 청와대 인물들은 문화부 내에서 ‘퇴물’과 ‘이류’로 불린다. 한마디로 퇴물과 이류가 합작해서 소신 있게 일하는 공무원을 몰아냈다는 게 직원들의 생각”이라고 분개했다.
그는 2002년 대선에서 노무현 후보를 지지했으나 지금은 후회하는 직원들이 많다고도 했다.
“나는 물론 부모까지 설득해서 노무현 후보를 찍었는데 지금은 후회한다. 노 대통령이 취임하면 공직사회의 인사 비리가 없어지리라 생각했는데 오히려 더 심해진 부분이 있다. (참여정부가) 민심도 많이 돌아섰는데, 공직사회의 지지까지 잃으면 앞으로 나라를 어떻게 이끌어갈지 걱정된다.”
김승훈 동아닷컴 기자 hu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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