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서울 종로구 계동 신축 교사 대강당에서 열린 ‘한국디지털大 2005학년도 후기 졸업식’에서 최고령 졸업생 김석준(金錫俊ㆍ68ㆍ경기도 안산) 씨는 “일흔을 바라보는 나이가 돼서야 꿈에 그리던 대학 졸업장을 따게 됐다”며 그 동안의 소회를 밝혔다.
김 씨는 ‘시작이 반이다’는 졸업소감문을 통해 “육군 소령으로 예편한 뒤 공기업에 입사했고, 그곳을 정년퇴임한 후에는 일반 기업체에서 감리업무를 담당했다”며 “군에서부터 그를 괴롭혔던 ‘학벌 콤플렉스’는 사회에 나온 이후에는 그를 절망케 했다”고 술회했다.
그는 “생계를 책임진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회사를 그만두고 무작정 대학에 다닐 수는 없었다”며 “해마다 느는 건 안타까움과 나이뿐이었다”고 덧붙였다.
그런 그에게 기회가 찾아왔다. 대학에 다니지 않고 온라인에서 대학과정을 마칠 수 있는 한국디지털대가 2001년에 문을 연 것이다. 김 씨는 ‘01학번’으로 입학했고, 한 평생 배우며 사는 것을 유산으로 물려주고 싶어 평생교육학과를 전공으로 택했다.
김 씨는 “당시 감리업무를 맡고 있었는데 직업 특성상 지방 출장도 잦고 지방에서 생활하는 경우도 있었다”며 “일반 대학이었다면 휴학을 하거나 중도에 포기해야 했겠지만 디지털대는 온라인에서 배우는 것이라서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배움에의 길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칠순을 바라보는 나이에 ‘컴퓨터의 벽’을 넘기란 여간 어려운 게 아니었다. 김 씨는 “컴퓨터에 익숙하지가 않아 처음에는 온라인 수업에 적응을 할 수 없었고, 리포트를 내는 게 가장 힘들었다”며 “독수리 타법으로 낑낑대며 리포트를 작성해 제출했는데, 리포트가 한편씩 늘 때마다 성취감을 느끼게 되면서 ‘하면 된다’는 자신감이 생겼다”고 털어놨다.
김 씨가 고령의 나이에 대학 졸업장을 거머쥘 수 있었던 데에는 그의 끈기와 부지런함을 빼놓을 수 없다. 그는 지난 4년 내내 주경야독(晝耕夜讀)했다. 김 씨는 “낮에는 회사에서 일하고 보통 새벽 3~4시경에 일어나 2~3시간씩 공부했다”고 회고했다.
김 씨의 ‘학문에 대한 공복(空腹)’은 아직 채워지지 않았다. 그는 목숨이 붙어 있는 한 “계속 배울 것”이라며 “향후 생기게 될 디지털대 대학원이나 다른 외국 대학원에서 영문학을 전공해 석사학위를 받고 싶다. 생이 다하는 그날까지 배우고 싶은 게 마지막 꿈”이라며 배움에 대한 강한 열정을 내비쳤다.
이날 디지털대는 김 씨 이외에 해외동포, 주부, 사업가, 교사, 목사, 경찰 등 다양한 이력의 졸업생 276명에게 학사학위를 수여했다. 2001년 개교한 대학은 그동안 모두 1668명의 졸업생을 배출했다.
김승훈 동아닷컴 기자 hu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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