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볕정책’, 역설적으로 북파공작원 더 키워”

  • 입력 2006년 8월 26일 20시 09분


“주석궁을 폭파하고 김일성 주석의 목을 탈취하라”

1968년 1월 21일 북한 무장공비의 청와대 기습 사건 이후 창설된 설악개발단 소속 북파공작원들이 38년 만에 대통합을 위해 한 자리에 모였다.

‘특수임무수행자 통합추진위원회’는 1년여의 준비 끝에 26일 오후 2시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내 올림픽프라자 A동에서 ‘대한민국 특수임무수행자 전국통합 창립총회’를 개최했다.

이날 총회에는 1968년 창설 멤버를 비롯해 2002년차 특수임무자 1500여명이 참석했으며, 개회선언, 대회사, 경과보고, 정관채택, 회장선출, 폐회선언 순으로 진행됐다.

정정택 공동의장은 개회사를 통해 “오늘은 우리 설악개발단에 새로운 장이 열리는 역사적인 날이다”며 이번 총회에 큰 의미를 부여했다.

김원섭 공동의장은 대회사를 통해 “전국에 산재해 있는 40여개의 북파공작원 단체들이 대통합을 위해 한자리에 모였다”면서 “강물이 모여 대해가 되듯 우리도 이제 큰 바다가 되기 위한 출발점에 섰다”며 총해 개최 취지를 밝혔다.

이후 총 1116명이 참가한 가운데 치러진 회장선거에서는 유효투표 1108표 중 631표를 얻은 김희수 후보가 477표를 획득한 장영기 후보를 제치고 신임회장으로 선출됐다.

김 신임회장은 “북파공작원들의 대통합을 이뤄내 국가와 국민 앞에 위풍당당한 단체로 우뚝 설 수 있도록 젖 먹던 힘까지 다하겠다”며 강한 포부를 밝혔다.

끝으로 대한민국 특수임무수행자회는 ‘대정부 6대 요구안’을 주창했다. 주요 내용은 ▲특수임무수행자 전원을 국가유공자로 예우해 줄 것 ▲동지들의 경제 환경을 개선할 수 있는 특단의 정책을 수립할 것 ▲현재 시행중인 보상금을 상향 조정하고 조속히 지급할 것 ▲북파공작원에 대한 피해진상조사위원회를 설치할 것 ▲후배들의 급여를 상향조정하는 등 처우를 개선해 줄 것 ▲과거 인권유린에 대해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사과할 것 등이다.

[인터뷰] 이종렬 대한민국특수임무수행자회 위원장

“‘햇볕정책’, 역설적으로 북파공작원 더 키워”

26일 총회장에서 만난 이종렬 위원장은 “온갖 달콤한 말로 유혹해서 이용해 먹고는 ‘보안’ 운운하며 지금까지 아무것도 안 해줬다”며 역대정권의 ‘토사구팽’ 처사를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지금껏 겪은 사회적인 멸시와 냉대는 말도 못한다”며 그동안의 서러움도 토로했다. 다음은 인터뷰 요지.

-앞으로 어떤 활동을 해나갈 계획인가.

“요원들의 생계문제 해결을 위해 요원 전원이 국가유공자로 예우받을 수 있도록 대정부투쟁을 해나갈 것이다. 보상도 법률적으로 통과된 사안인 만큼 빨리 지급이 이뤄져 생활고를 겪는 요원들에게 조금이나마 보탬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 국가 발전에 기여하고 국민에게 봉사하는 단체로 우뚝 설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2004년 1월 ‘특수임무 수행자 보상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이 국회에서 통과됐다. 현재 보상은 어느 정도 이뤄졌나.

“1968년차부터 2002년차 특수임무 수행자들 중 1994년차까지는 이뤄졌다. 전체적으로 볼 때 1/5정도도 이뤄지지 않았다. 국가에서 전원 다 보상해 주기로 했는데 예산이 없다는 둥 심사 과정에 시간이 많이 걸린다는 둥 딴소리만 하고 있다.”

-현재 북파공작원들은 어떻게 생활하고 있나.

“대부분의 요원들이 환상에 시달리며 정신적으로 고통 받고 있다. 요원들은 외부와 차단된 산 속에서 인간병기처럼 혹독한 훈련을 받고 임무를 수행했다. 훈련을 견디지 못해 자살하거나 자해한 요원들이 많다. 그런 요원들을 사회에 내보낼 때는 사회에 적응할 수 있는 과정을 거치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보상을 해줬어야 했는데, 그런 게 전혀 없었다. 사회에 그냥 폐기처분한 거다.”

-요즘도 북파공작원들이 활동하고 있나.

“지금도 활동하고 있고 통일 후에도 활동해야 한다. 특수임무 수행은 남북 관계에만 국한된 게 아니라 이웃나라와도 연관이 있기 때문이다.”

-햇볕정책을 추진한 김대중 정부나 참여정부가 들어선 이후에는 북파공작원의 처우가 개선되거나 활동이 줄어들지 않았나.

“‘햇볕정책’을 추진하면서 그동안 북한을 많이 도와줬는데, 그 혜택이 북한 동포들에게 돌아가지 않고 김일성, 김정일의 배를 불리고 부족했던 군사비용을 충당하거나 무기 만드는데 쓰였다. 그런 만큼 ‘햇볕정책’은 역설적으로 북파공작원의 활동을 더욱 키웠다.”

김승훈 동아닷컴 기자 hu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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