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 의원은 6일 동아닷컴과의 전화인터뷰에서 “지금은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증오가 극에 달해 현 정권이 어떤 정책을 내놔도 환영받지 못하는 국가 위기 상황”이라며 “‘한미FTA’를 막무가내로 밀어붙일 경우 안 그래도 취약한 노무현 정부의 지지 기반은 아예 무너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 정부가 ‘한미FTA’를 추진하려는 배경에 대해 “한미동맹 균열 등 외교·안보 분야의 실패를 ‘한미FTA’로 만회하려 한다”며 “이거야말로 국가 이익에 엄청난 해를 끼치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또 “한미FTA를 체결했을 때 한국 경제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에 대해 정부의 어느 누구도 추정치를 자신 있게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며 “막연한 전망을 담보로 결과가 불분명한 것에 목을 걸고 매달리지 말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인터뷰 요지.
-미국 농산물 완전 개방 요구에 협상 결렬의 각오로 맞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한미FTA’를 지지하는 당론과 배치되는 것 아닌가.
“큰 틀에서 국가 이익에 도움이 되니까 체결해야 한다는 당의 입장과 배치되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확실하지 않은데 야당이 앞서가서는 안 된다. 앞서가려면 5년, 10년 내 국가 이익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추정치를 내고, 그것을 근거로 국민 설득에 나서야 한다. 막연하게 도움이 될 거라는 생각으로 밀어붙이면 얼마나 무책임한가.”
-‘한미FTA’의 핵심은 무엇이라고 보나.
“농산물 분야다. 공산품이나 기타 품목 분야는 우리나라나 미국이나 99%가 개방돼 있는 상황에서 관세율을 몇 퍼센트 내리는 정도의 문제다. 그런 만큼 국가 이익의 핵심은 농산물 시장을 어떻게 개방하느냐에 달려 있다. 미국이 계속 ‘모든 분야에 대해 예외 없이 10년 내 개방하라’고 나오면 우리는 협상을 못하겠다는 자세로 나가야 한다. 한미FTA 타결을 내년 3월로 정해놓고 협상을 하게 되면 아무것도 얻지 못하고 일방적으로 당하고 만다.”
-현 정권의 ‘FTA’ 협상 전략에 대해 막연한 전망을 담보로 시간에 쫓겨 협상을 하고 있다고 비판하는데.
“한미FTA를 체결했을 때 한국 경제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에 대한 추정치가 전혀 없다. 자동차나 섬유 등 공산품은 얼마나 수출이 되는지, 정부의 어느 누구도 추정치를 자신 있게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농산물 피해는 2조8천억 원이고, 관련 산업까지 합하면 8조원에 이른다. 손해는 추정치가 나와 있는데 이득에 대해서는 전혀 없다. 결과가 불분명한 것에 목을 걸고 할 필요는 없다.”
-그렇다면 현 정권이 ‘한미FTA’를 서둘러 체결하려는 것은 다른 속내가 있기 때문이라고 보는가.
“외교·안보 분야에서 한미동맹이 흔들리고 있다. 盧 정권은 그런 외교·안보 실패를 ‘한미FTA’로 만회하려고 한다. 이거야말로 국가 이익에 엄청난 해를 끼치는 행위다. 또 FTA를 체결한 다른 나라들도 1년 이내에 서둘러 체결하지 않았다. 보통 2~3년 걸렸다. 지금 盧 정부는 실적에 눈이 어두워 무리하게 추진하고 있다.”
-한미FTA 협상이 타결되면 국내에 어떤 파장이 미칠 것이라고 생각하나.
“국론분열이 안 되겠나. 한국 경제에 초래될 득실 관계를 떠나 정치적으로 이슈가 돼 시끄러워질 것이다. 안 그래도 취약한 노무현 정부의 기반은 아예 무너질 것이다. 지금은 盧 대통령에 대한 증오가 극에 달해 현 정권이 어떤 정책을 내놔도 환영 받지 못하는 국가 위기 상황이다. 그런 만큼 갈등의 골이 지금보다 더 깊어질 것이다.”
김승훈 동아닷컴 기자 hu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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