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 330명, 예산 1조원 규모의 여성가족부와 국가청소년위원회의 통합 부서 ‘여성가족청소년부(가칭)’ 출범을 둘러싸고 갈등이 확산되고 있다.
지난달 행정자치부는 여성가족부와 국가청소년위원회의 통합을 위한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양쪽 모두 조직이 작아 업무추진에 어려움이 있는데다 기능 중복 등으로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9월 국회에서 개편안이 통과되면 이르면 내년 1월 여성과 가족, 청소년 정책을 총괄하는 대형 부처가 탄생하는 셈이다. 재경부, 행자부 등과 더불어 명실상부한 ‘빅5’ 부처이다.
두 부처 간 통합 논의는 여성 단체(한국여성민우회)와 청소년 단체(청소년을위한내일여성센터)를 모두 이끌어 본 최영희 청소년위원회 위원장이 중심이 돼 추진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청소년위원회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5월 한명숙 국무총리, 장하진 여성가족부장관이 동의하면서 급물살을 탄 것으로 전해진다.
한 총리는 여성가족부 장관 출신으로 지난 4월 취임 당시 여성가족부를 2007년 예산 1조원이 넘는 부처로 키우겠다고 말한 바 있다. 청소년위원회는 강하게 부인하고 있으나, 최 위원장에 대해선 여성가족청소년부의 초대 장관 내정설까지 나돌고 있다.
그러나 여성가족부와 국가청소년 위원회의 통합을 향한 여정은 그리 순탄치 만은 않을 전망이다.
우선 청소년 단체와 정부 공무원들이 통합 논의가 ‘밀실’에서 이뤄졌다며 반발하고 있다.
청소년지도자협의회는 지난 7일 비대위를 구성하고 “현재의 통합 추진은 소수의 정치적 판단에 근거한 밀실행정의 전형”이라며 “부처 통합은 행정적인 효율성만으로 접근할 게 아니라 정책 비전에 맞게 이뤄져야 한다”는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각 지역 청소년단체 협의회도 통합을 반대하는 성명서를 발표하고 나섰다.
한국청소년지원협의회 이계덕 씨는 “이대출신 파워, 한명숙, 장하진, 최영희 선후배간 밀실 합의”라며 “청소년 정책에 대한 비전도 없이 단지 조직이 작다가 통합사유가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특히 국가청소년위원회가 ‘청소년 계의 찬성 입장’이라며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일부 오기(誤記)가 있어 불난 곳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되고 말았다. 함병수 청소년지도자협의회장 등 문건에서 찬성론자로 거론된 사람들이 “통합에 찬성한 적이 없다”고 항의하고 나선 것. 11일 현재 해당 부처인 국가청소년위원회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도 비판 글이 올라오고 있다.
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과 행정자치부 노동조합, 국가청소년위원회 공무원직장협의회 등 공무원들도 “통합 논의는 청소년정책을 집행하는 주체들의 정치적 이해관계의 반영”이라며 지난달 반대 성명서를 냈었다.
여성 가족 정책의 전문성 약화를 우려하는 일부 여성계의 우려도 넘어야 할 산이다. 변화순 한국여성개발원 여성정책전략센터 소장은 “여성가족청소년부로 통합되면 여성 관련 업무의 전문성과 정체성이 약해질 수 있다”며 “가족 정책 업무가 정착해야 할 시기인데, 청소년 업무까지 한 덩어리 들어오면 제대로 부처 역량을 발휘하기가 어려워 질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에서 통합 안이 통과될 지도 미지수다. 부처 통합과 같은 사안은 절차상 사전에 국회에 내용을 알려 논의를 거치는 데, 이번에는 국회에 정보가 차단 된 채 언론을 통해 알려지게 된 것. 행정자치위원회 소속 일부 여야 의원들은 “신문을 보고 통합 논의를 처음 알게 됐다”며 ‘괘씸죄’를 적용하겠다고 단단히 벼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가청소년위원회는 오는 13일 ‘청소년 정책의 새로운 도약과 비전’이라는 공청회를 열고 여성가족부와의 통합 문제를 공개 논의한다.
최현정 동아닷컴 기자 phoebe@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