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4일째 직원노조가 파업 중인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장기화되는 대학 노조 파업으로 애꿎은 학생들만 피해를 보고 있다.
이런 가운데 단체협약의 효력이 소멸하는 15일. ‘파업을 반대하는 외대인 모임’ 소속 학생들은 이날을 ‘검은 옷을 입는 날’로 정하고 도서관 앞에서 파업 반대 시위를 벌였다.
모임의 김현아(22·신문방송과4) 대표는 성명서를 통해 “노조원들은 학생들을 위한 최소한의 업무마저 중지시켰다”며 “학생의 권리를 무시하고 자신들의 무리한 요구 조건만을 내세운 외대 노조의 비상식적 쟁의 행위는 하루속히 종결돼야 하며, 응분의 대가 역시 치러야 한다”고 주장했다.
성명서 낭독 후 학생들은 신(新)본관 뒤에 있는 노조원들의 천막과 집기를 일부 철거하기도 했다.
외대 총학생회는 파업으로 인한 학생들의 피해에 대해 직원노조를 대상으로 위자료 청구소송을 진행할 계획이다.
총학생회 옹일환(29.영어과 4) 부회장은 “지난 14일 이 같은 사실을 발표하고 서명운동에 돌입해 하루 만에 학생 1000명의 서명을 받았다”며 “청구 위자료 액수는 1인당 최대 100만원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총학 경비로 도서관 등지에 아르바이트 학생들을 투입된 것과 관련해 노조 측에서 불법대체근로 의혹을 제기하는 것에 대해서도 ‘무시’한다는 입장이다.
옹 부회장은 “법원에 벌금을 낸다 해도 계속 운영할 것”이라며 “적반하장이 아닌가, 공장이 파업을 하면 대체 제품이라도 구입하겠지만 이건 달리 방도가 없다. 자기들이 해야 할 일을 학생들이 하는 것인데, 이마저도 비난한다면 그건 양심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 같은 학생들의 움직임에 대해 노조는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못했다.
직원노조는 이날 성명서를 발표하고 “학생회의 배상 요구는 2003년 수많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자살로 몰고 간 악랄한 손해배상 가압류를 보는 듯하다”며 “학생들은 검은 옷을 입고 시위를 벌일 게 아니라 박철 총장에게 해결을 촉구하라”고 주장했다.
김은주 노조 선전국장은 “파업을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에 총학과의 관계도 개선의 여지가 없다”며 “9월 15일자로 기존 협약은 해지되지만 파업권이 없어지지는 않는다. 정당한 파업권을 계속 행사하겠다. 이미 장기화된 파업이 아닌가”라고 말했다.
노조는 현재 △노조 가입 범위 제한 철폐 △직원 인사 및 징계위원회 의사정족수 조정 불가 △2009년까지 비정규직 직원의 단계적 정규직화 보장 △파면 해고 정직 중징계를 당한 24명의 복직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학교 측은 단체협약 효력 소멸에 따른 실질적인 후속 대책 실시한다는 입장이다. 이날까지 업무에 복귀하는 노조원은 선처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추가 징계 조치를 내부적으로 진행하고 10월부터 공식적인 징계 절차에 돌입할 예정이다.
최현정 동아닷컴 기자 phoeb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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