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경훈 “소장파, 개혁 조급증과 자기 과신이 문제”

  • 입력 2006년 9월 19일 15시 26분


한나라당 김무성 의원발 ‘보수연합 제3당론’이 파문을 일으키는 가운데 오경훈(42) 한나라당 홍보기획부본부장은 ‘남원정’으로 대표되는 당내 소장파에 대해 19일 “개혁 조급증이 있다”며 “당 개혁 세력은 자신들 밖에 없다는 과신이 문제”라고 쓴 소리를 했다.

오 본부장은 지난 86년 서울대 총학생회장을 거친 후 YS시절 정계에 입문해 16대 국회의원(양천 을)을 지낸 전형적인 386세대.

그는 이날 남경필, 원희룡 등 수요모임 소속 의원들에 대해 “온건파 등 더 큰 세력을 아우를 수 있는 데도 공동보조를 맞추려는 노력이 부족하다”며 “비판에 귀를 기울이지 않고 밀어붙이기만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소장파가 당 개혁을 목표로 추진했던 일들이 실패했지만 이에 대한 겸허한 반성이 없었다고 비판했다.

그는 “2002년 소장파는 이회창 전 총재 단일 체제를 비판하고 집단 지도체제 도입을 추진했다. 당시 소장파 내부의 계파 모임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지적을 무시하고 밀어 붙였다”며 “이후 불과 1년도 안돼 단일성 집단지도체제를 들고 나와 최병렬 전 대표를 지지했고, 대통령 탄핵 후 다시 박근혜 대표를 옹립했다. 그러나 박 대표 체제도 6개월이 채 안 되어 비판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7월 전당대회 이후 소장파 내부에서도 감정의 골이 깊어진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당시 수요모임은 중도성향 의원 모임인 푸른모임과 손을 잡고 ‘미래모임’을 만들었으나, 모임의 단일후보로 나섰던 푸른모임 출신의 권영세 후보가 최고위원 경선에서 낙선했다. 이후 낙선에 대한 책임을 서로 떠넘기면서 미묘한 갈등 기류를 형성해왔다.

그는 “젊은 의원 그룹이 감정적으로 틀어져 안타깝다”며 “소장파 내에서도 충분한 대화와 합의점을 안 찾는다면 당내 어떤 세력과 소통하겠나, 타 정당과는 또한 어떻게 협조 하겠나”라고 반문했다.

그는 김무성 의원의 ‘보수연합 제3당론’과 관련해서 “사석에서 김 의원이 자신의 발언을 설명한 적이 있었다. 취지는 동서화합이 돼야 한다는 것”이라며 “호남에 비례대표 몇 석을 주고, 5.18 참배를 하는 것만으로 될 게 아니고, 호남권 정치 집단과 풀 것은 풀고 합칠 걸 합쳐야 한다고 김 의원이 말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김 의원은 심지어 ‘수요모임 소장파 보다는 옛 민주화 동지와 더 잘 맞는다’고도 했다”며 “저도 앞으로 한국 정당 정치가 나가야 하는 방향은 정치 이념에 따라 새롭게 재편돼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오 본부장은 이날 정치웹진 뉴라이트닷컴(www.new-right.com)과의 인터뷰에서도 “개혁의 담당세력이 소장파 밖에 없다는 과신이 문제”라면서 “(소장파가 주장하는) 대선 후보 국민경선제를 무분별하게 도입하는 것은 판을 깨는 구실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수요모임 소속 남경필 의원은 ‘자기반성이 부족한 소장파’라는 오 본부장의 지적에 대해 “이미 홈 페이지와 언론 인터뷰를 통해 당을 개혁하는 과정에서 저질렀던 실수들에 대해 수차례 인정하고 처절한 반성을 했다”며 “더 이상 길게 해명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최현정 동아닷컴 기자 phoeb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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