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처럼 ‘공무원 열풍’이 뜨거운 가운데 추석 연휴가 한창인 4일, 서울 동작구 노량진동 고시학원가의 풍경을 담아봤다.
아침 8시. 서울시 공무원 채용 시험이 끝난 탓인지 노량진 학원가의 아침은 다른 때보다 한가했다. 간편한 차림에 백 팩을 메고 역과 버스정류장, 골목 고시텔에서 나타난 수험생들은 삼삼오오 짝을 지어 학원이나 독서실로 향했다.
노량진에는 주로 7ㆍ9급 행정공무원, 법원ㆍ검찰ㆍ경찰직 공무원, 임용고시, 공인중개사 시험 준비 학원들이 있다. 공무원 시험 정식 강좌는 아니지만 임용 때 가산점을 주는 컴퓨터 관련 자격증 강좌도 인기다. 수험 관련 강좌는 과목당 적게는 4~5만원에서 많게는 10여만 원 씩 한다. 여러 과목을 2~3개월 묶어서 듣는 30만 원 가량의 종합반 패키지도 간간히 나온다.
A학원 관계자는 “노량진에는 약 15개의 공무원 시험 전문학원이 있으며 나름대로 노하우를 가지고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며 “이번 연휴에는 2~4일 특강을 하고 5~6일은 쉬며 7~8일은 학원에 따라 자습실을 운영한다. 대부분 본격적인 개강일은 10일”이라고 말했다.
학원마다 다르지만 추석 연휴 특강이 시작되는 시간은 대개 오전 9시다. 4일 오전 8시40분 A학원의 한 강의실에 부지런한 수험생 몇 명이 강의실에 자리를 잡고 앉아있다. 책상 위에 수험서만 달랑 놓아두고 어디론가 사라진 수험생도 있다. 평소 같았으면 이렇게 자리를 잡아 두는 학생들은 학원 측에서 책을 수거해 버리기도 하지만 추석 연휴 특강이라 그런지 내버려 둔다. 강의 시간이 다가오자 80여명 정원의 강의실이 금방 가득 찬다. 10년 째 고시학원만 전담으로 뛰는 박사급 베테랑 강사의 막힘없는 강의가 시작됐다. 수험생들의 눈빛에서 뜨거운 열기와 진지함이 묻어난다.
4개월 째 경찰시험을 준비했다는 김기동(27ㆍ가명) 씨는 “지방경찰청에 따라 차이가 나지만 보통 경쟁률이 50대 1이 넘는다”며 “지난 주말에 고향에 잠깐 다녀오고 공부하기 위해 학원에 나왔다. 이번 추석은 고시원에서 보낼 생각”이라고 말했다.
공부하다 식사를 하기 위해 밖으로 나왔다는 안지민(26ㆍ여) 씨는 “서울시 시험이 끝나 꽤 많은 학생들이 고향으로 간 것 같다”며 “자습실에 10명 정도만 나와 있다”고 말했다. 밥 대신 떡볶이, 튀김으로 간단하게 배를 채운 그는 다시 공부하기 위해 부지런히 발을 옮겼다.
학원가에서 동생과 함께 음식 노점상을 하는 김은미(51ㆍ가명) 씨는 “추석 연휴라서 평소보다 장사가 안 되지만 그래도 공부하는 수험생들이 많아 나왔다”며 “오늘까지만 장사하고 나머지 연휴는 집에서 아이들과 쉴 생각”이라고 말했다. 손님이 없다고 엄살이지만 벌써 튀김을 몇 통이나 튀긴다. 오후까지 한 통 더 튀겨야 장사를 할 수 있다고 하는 걸로 봐선 적잖은 수험생들이 다녀갈 것으로 보인다.
오후 1시경 마지막 강의가 끝나자 수험생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일부는 책을 싸들고 독서실이나 학원 자습실로 향하고 또 다른 일부는 귀향길인지 노량진 역으로 향한다. 집에 가서 공부하겠다는 일부 학생들은 강의 내용을 녹음한 mp3도 챙겨간다.
혼자 공부하기엔 인터넷 동영상 강의도 인기 아이템. 인터넷 강국답게 인터넷 강좌가 마련된 경우도 많다. 몇몇 대학 고시반은 EBS 공무원 수험 강좌를 녹화해 자습실 별로 틀어주기도 한다.
대학 고시반으로 간다는 김정은(22ㆍ대학생) 씨는 “요즘 같은 취업난에 신분이 보장되고 남녀 차별이 없는 공무원에 모두들 매력을 느끼고 있다”며 “앞으로도 공무원 되기 열풍은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곤 인터뷰 시간도 아까웠는지 이내 총총 걸음으로 버스정류장으로 뛰어갔다. 노량진 학원가는 추석의 들뜬 풍경이 살짝 비켜간 모습이었다.
최현정 동아닷컴 기자 phoeb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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