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국민은 한국에 희망이 없다는 것에 절망한다”

  • 입력 2006년 10월 7일 12시 49분


《추석을 맞아 2007년 대선 주자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습니다. 동아닷컴은 추석을 앞두고 대권 레이스에 서서히 발동을 걸고 있는 유력 대선주자들의 ‘릴레이 인터뷰’를 진행하고 대선을 향한 행보와 각오, 정치현안에 대한 의견을 들어봤습니다. 기사는 고건 전 총리, 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 이명박 전 서울시장(가나다순) 순서로 연재합니다.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는 “당분간 모든 언론과 대선 출마 관련 개별 인터뷰를 하지 않겠다”고 고사해 제외됐습니다.

민심대장정을 시작한 지 94일째인 이달 1일 대전에서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를 만났습니다. 그는 다음 민심대장정 예정지인 대구로 이동하려는 중이었습니다. 텁수룩한 수염, 수수한 옷차림…. 세계를 누비던 지사 시절의 면모는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오히려 까만 때가 낀 손톱과 굳은살이 박인 손바닥에서 시골 장돌뱅이의 면모까지 느껴졌습니다. <편집자주>》

손 전 지사는 기자를 만나자마자 ‘고달픈 민심’ 얘기부터 쏟아냈다.

그는 “요즘 국민들은 살기가 힘들고 희망을 못 가진다. 오늘 고생하는 건 아무것도 아니다. 우리가 언제 고생 안 하고 살았나. 그러나 내일 희망이 안 보인다는 것, 이게 힘들다는 말이다”며 한탄했다.

이어 “고달픈 민심은 대부분 그릇된 정치에서 비롯됐다”며 “정치인들이 국민 생활은 돌보지 않고 자기들끼리 싸우고 자기들끼리만 해쳐먹어서 그렇다”고 격하게 지적했다.

손 전 지사는 ‘전시작전권’ ‘한미 FTA’ ‘정계개편’ 등 정치현안에 대한 소신도 피력했다.

그는 ‘전시작전권 환수’와 관련해 “지금 우리가 할 일이 얼마나 많은데 전시작전권 환수로 평지풍파를 일으키고, 그것도 무슨 독립운동이나 하는 것처럼 자주를 주장하는데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며 “국제관계를 국내정치에 이용하려는 얄팍한 술수를 부려서는 안 된다”고 비난했다.

또 ‘한미 FTA’에 대해서는 “농민들이 듣기 좋도록 이야기하면 ‘나도 반대다’하면 되겠지만 그건 내가 할 얘기가 아니다”며 “자유무역은 세계적인 추세이기 때문에 거스를 수는 없지만 FTA가 타결되더라도 농촌, 농업을 보존하고 지킬 수 있는 바탕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최근 불거지고 있는 ‘정계개편’에 대해 손 전 지사는 “우리 농민들, 국민들은 정계개편이나 정치구도가 뭔지도 모르고 관심도 없다”며 “국민 생활을 어떻게 하면 좋게 해주고, 잘 살게 해주고, 편안하게 해줄 수 있느냐, 이것이 정치개혁과 정치의 중심과제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손 전 지사는 민심대장정 이후의 계획에 대해서도 털어놨다.

그는 “민심대장정 이후에는 ‘국민과의 대화’를 구상중”이라며 “그동안 갔던 곳을 다시 방문하거나 업종별로 여러 사람들을 만나려 한다. 지금까지는 보고 듣고 체험했다면 다음에는 궁금한 걸 묻는 형태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손 전 지사는 민심을 어루만질 때는 온화했지만 현 정권의 실정을 비판할 때는 매섭고 날카로웠다. 다음은 인터뷰 요지.

-민심대장정이 시작된 지 94일째다. 손 전 지사가 현장에서 접한 ‘민심’은 한마디로 무엇인가?

“살기 힘들고 희망을 못 가진다는 것이다. 오늘 고생하는 건 아무것도 아니다. 우리가 언제 고생 안 하고 살았나. 그러나 내일 희망이 안 보인다는 것, 이게 힘들다는 말이다. 그 원인 제공은 대부분 정치에 있다. 정치인들이 국민 생활은 돌보지 않고 자기들끼리 싸우고 자기들끼리만 해쳐먹어서 그렇다.”

-바라는 정치란 어떤 것인가.

“우리 정치가 국민 생활과 가까워져야 한다. 근로자나 시민들의 어려움을 직접 겪어야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알 수 있다. 현재의 모습과 문제점을 직접 체험하면서 국민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현장 생활정치’가 차츰차츰 자리잡아가야 한다.”

-파악한 ‘민심’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어떤 역할을 하려고 하는가.

“지금은 무슨 역할을 하겠다고 결론을 내리고 싶지 않다. 무엇을 할 수 있을지 탐색하고 있다. 뭐가 문제인지, 뭐가 문제라고 이야기하는지 듣고 보고 체험하고 있다.”

-민심대장정 이후 지지도도 상승하고 국민들이 진정성을 높이 평가하고 있는 분위기다. 본인 스스로 생각할 때 민심대장정 이전과 이후, 달라진 점이 있나.

“민심대장정에 나서서 일 좀 했다고 변하겠나. 사람이 바뀌면 얼마나 바뀌겠어. 다만 같은 이야기를 반복해서 듣고 다양한 삶과 생활 현장을 직접 보고 하니까 그런 것들이 앞으로 국가적인 과제를 세워나가는데 바탕이 되리라고 생각한다.”

-당내 소장파들은 민심대장정 이후 확실한 대권플랜을 제시해야 한다고 한다. 민심대장정 이후 구상은.

“지금 대권 프로젝트를 이야기할 단계는 아닌 것 같다. 민심대장정을 시작한 본래의 취지를 더욱더 깊이 있게 살려나가는 게 중요하다. 민심대장정 이후에는 ‘국민과의 대화’를 구상중이다. 그동안 갔던 곳을 다시 방문하거나 업종별로 여러 사람들을 만나려 한다. 지금까지는 보고 듣고 체험했다면 다음에는 궁금한 걸 묻는 형태가 될 것이다.”

-소장파들은 손 전 지사가 3강 구도를 이룰 수 있도록 힘을 보태겠다고 나섰다. 내년 대선을 위해 3강구도가 좋다고 보나.

“2강이다 3강이다 하는 정치구도나 정계개편이 중요한 게 아니다. 우리 국민들은 정계개편이나 정치구도가 뭔지도 모르고 관심도 없다. 국민 생활을 어떻게 하면 좋게 해주고, 잘 살게 해주고, 편안하게 해줄 수 있느냐, 이것이 정치개혁과 정치의 중심과제가 돼야 한다.”

-내년 대선에서 한나라당이 승리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나.

“국민들이 잘 살게 해달라며 나라를 맡길 수 있는 당이 되느냐에 달렸다. 그러기 위해서는 한나라당이 국민에게 진실 되게 신뢰를 받는 게 중요하다.”

-‘전시작전권’ 관련 한미동맹 균열을 걱정하는 여론이 높다.

“전시작전권 문제가 이렇게까지 전개된 건 도저히 이해를 못하겠다. 지금 우리가 할 일이 얼마나 많은데, 전시작전권 환수다 뭐다해서 평지풍파를 일으키고, 그것도 무슨 독립운동이나 하는 것처럼 자주를 주장하는데…. 이렇게 얄팍한 술수를 부려서는 안 된다. 국제 관계에서는 철저하게 국익을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삼아서 국익을 중심으로 움직여야 한다. 국제관계를 국내정치에 이용하려고 하기 때문에 잘못이 생긴 거다.”

-한미동맹 위기론까지 대두되고 있다.

“한미동맹은 상당히 위기다. 국제관계는 새로 만들려고 하면 힘들지만 깨려고 하면 아주 쉽게 깨진다. 한미동맹은 우리나라의 커다란 자산이다. 그 자산을 바탕으로 대일외교도 하고 대중외교도 하고 대북관계도 해야 한다. 그래야 질서와 체계를 효과적으로 잡을 수 있다. 한미관계가 깨진 상태에서 한국은 북한에 별거 아니다. 지금은 우리나라가 갖고 있는 외교적인 자산을 잃어버린 상황이라서 앞으로 회복하려면 많은 시간이 소요될 거다.”

-정치권에서 연말 정계개편설이 나오고 있다. 열린우리당에서 손 전 지사를 대권후보로 영입한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내가 좋으면 한나라당으로 들어오면 될 거 아냐. 그리고 지금은 현실 정치나 정계개편에 대해서는 알지도 못하고 관심도 없다.”

-한미 FTA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농민들은 한미 FTA 절대 반대다. 예전에는 여의도 앞에서 농민대회가 있을 때 농민단체나 한총련 소속 사람들이 나와서 하는 줄 알았다. 그런데 민심대장정을 시작하며 농촌에서 시위에 한 번도 안 간 사람이 없다는 걸 알게 됐다. 농민들이 반대하는 건 그만한 이유가 있다. 그러나 자유무역은 세계적인 추세이기 때문에 거스를 수는 없다. FTA가 타결되더라도 농촌, 농업을 보존하고 지킬 수 있는 바탕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 전부 아니면 전무는 나중에 얻을 것도 얻지 못하는 오류를 범하게 된다. 농민들이 듣기 좋게 이야기하려면 ‘나도 반대다’하면 되겠지만 그건 내가 할 얘기가 아니다.”

-경제가 너무 어렵다. 외국에서는 우리나라의 미래가 어둡다고까지 하는데….

“뭐니 뭐니 해도 기업을 중시해야 한다. 기업이 의욕을 갖고 왕성하게 활동할 수 있도록 기업을 존중해야 한다. 기업이 일자리를 만든다는 생각을 확고하게 가져야 한다. 또 시장을 중시하고 시장을 어렵게 여겨야 한다.”

-현 정부의 대북정책을 평가해 달라.

“지금 대북정책이나 있나. 자기들 마음대로 했지. (대북정책) 없다.”

김승훈 동아닷컴 기자 hu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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