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영(朴基榮·47) 전 대통령정보과학기술보좌관(현 순천대 생물학과 교수)을 만나기 위해 전남 순천행 기차에 몸을 실었다. 창밖으로 보이는 호남의 들판은 눈부신 황금빛을 발하고 있었다. 1년 전 초등학생용 ‘황우석 전기’ 출간을 위해 그를 만났을 때는 가벼운 마음이었지만, 지금은 무겁기만 하다. 그는 전 국민을 혼란에 빠트린 황우석 사태의 중심에 있던 사람이다.
박 전 보좌관은 9월25일 오후 1시, 그의 연구실에서 만나기로 돼 있다. 가을날씨치고는 너무 더웠다. 그의 연구실은 자연과학대학1호관 2층. 지난해 청와대에서 그를 만났을 때는 ‘화려한 외모’가 눈에 띄었으나, 지금은 수수했다.
그는 인터뷰에서 “김선종 연구원의 섞어심기가 없었다면 줄기세포는 이미 만들어졌을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다음은 박 전 보좌관과의 일문일답 요지.
-우선 배아줄기세포의 오염에 대해 묻겠습니다. 박 교수가 청와대 보좌관 시절인 2005년 1월, 황 교수로부터 배아줄기세포 6개가 곰팡이에 오염됐다는 사실을 보고받으셨죠?
“황 교수님께서 구두로 ‘줄기세포가 오염됐다’는 사실만 제게 알려줬어요. 보고의 형식은 아니었고, 저와의 친분 때문에 알려주신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줄기세포가 오염됐다는 사실은 심각하게 받아들였어야 하지 않습니까.
“실험실에서 오염 사고는 간간이 일어납니다. 줄기세포를 다시 만드는 게 힘들기는 하겠지만, 처음부터 다시 시작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황 교수님께 ‘살릴 수 있는 한 살려보십시오’라고 말씀드렸어요.”
-황 교수는 뭐라고 했습니까.
“항생제로 치료할 수 있다. 최대한 살리는 방향으로 해보겠다고 말씀하셨어요.”
-PD수첩의 보도 내용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요.
“글쎄…. 참 말하기 어렵네요. 전반적인 평가는 시간이 지나야 내릴 수 있을 것 같아요. 지금은 황우석 교수님이 법적인 판단을 받고 있는 중이잖아요. 이런 게 다 끝난 후라야 판단을 내릴 수 있을 것 같아요. ‘옳다’ ‘그르다’ 그런 판단을 의미하는 건 아닙니다.”
-지난해 1월 배아줄기세포가 오염됐고, 복구에도 실패했는데도 황 교수는 2개월 뒤 사이언스지에 논문을 신청했고, 5월에는 논문을 게재했습니다. 무엇을 토대로 논문을 작성했을까요.
“짧은 기간에 다시 만들었구나 하고 생각했어요. 다시 만든 줄기세포를 최종 확인하는 데까지 3~4개월 걸리지만 어느 정도 가능성을 확인하는 데까지는 2개월을 잡기 때문이죠. 황 교수님도 4월에 ‘논문의 내용은 이런 거다’라고 했고요.”
-8월13일 보건복지부는 황 교수에 대해 냉정한 평가를 내렸습니다. 무려 2000여 개의 난자를 사용하고도 단 한 개의 체세포복제배아 유래 줄기세포주를 확립하지 못했다고 말이죠.
“애석한 부분은 말이죠…. 줄기세포가, 음…. 연구를 계속했다고 하면…. 그러니까 줄기세포가 바뀌지 않고 계속 연구를 했다고 하면 만들 수도 있었죠. 줄기세포가 안 만들어지면 왜 안 만들어지는지 그 부분을 집중적으로 연구할 거 아니겠어요. 그러니까 섞어심기, 즉 줄기세포가 외부에서 유입됐기 때문에 황 교수님은 그걸 줄기세포로 생각했겠죠. 나아가 줄기세포를 만드는 시스템이 확립된 거라고 판단했겠죠. 만약 줄기세포가 안 만들어졌으면 줄기세포가 만들어지는 시스템을 확립하는 연구를 했겠죠.”
-김선종 연구원의 섞어심기가 황 교수 사태를 초래했다고 보는 건가요.
“그게 핵심입니다. 줄기세포 재료가 있어야 연구를 하고 논문을 쓰는 거죠. 줄기세포 실체가 없으면 아예 논문을 못 썼을 거 아니에요. 줄기세포가 나왔으니까 그 다음 진도를 나간 거죠.”
-황 교수는 5월26일 법무법인 ‘서린’의 개업식에서 “연구를 재개하고 싶다”고 처음으로 밝힌 후, 7월14일에는 수암생명공학연구원의 설립허가를 받아 서울 구로동에 연구실을 마련했습니다. 연구 재개는 어떻게 보시나요.
“이제는 어느 누구도 문제 제기를 하지 않도록 좋은 연구 성과를 내기를 바라죠. 배반포까지 만들어내는 건 세계적으로 독보적인 기술이잖아요. 배아줄기세포 연구는 하지 못하더라도 동물복제나 동물 줄기세포 분야는 계속 연구하셔서 좋은 결과 냈으면 해요.”
**기사 전문은 시사월간지 신동아 11월호에 실려 있습니다.☞**
김승훈 동아닷컴 기자 hu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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