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정조를 닮았다”고 말해 ‘아부’ 의혹을 받는가 하면 “아산 현충사는 박정희 기념관과 같은 곳”이라고 했다가 공개 사과하고, 지난해 6월에는 평양에서 열린 6·15통일대축전에 참석해 북한 노래를 불러 논란을 일으켰던 유홍준(사진) 문화재청장이 다시금 곤혹스러운 처지에 빠졌다.
유 청장의 이름이 산불로 불타 1년 6개월여 만에 복원된 보물 제479호 강원 양양군 낙산사 동종의 내부에 새겨진 것으로 드러나 비난 여론이 들끓고 있는 것.
언론 보도가 나간 지 하루만인 18일 각 포털 사이트와 문화재청 홈페이지에는 수백 건씩 누리꾼들의 비판 글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복원 문화재에 자기 이름 써 넣다니, 초딩(초등학생)도 아니고 참 우습다(아이디 oujdat)”는 코멘트는 차라리 애교로 봐줄만하다.
“이름 석자 새긴다고 역사가 기억하겠나, 쇳물에 몸을 던졌어야지(misbest)” ,“종 떼어내고 유 청장을 매달아라(jakeup)”와 같은 ‘심하다 싶을 정도’의 비난 글도 줄을 이었다.
유 청장이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라는 베스트셀러를 쓴 학자이기에 실망감이 더욱 커졌다는 글도 많았다.
“당신의 책에서 비판한 내용을 어찌 그리 똑같이 답습하나. 이순신이나 전봉준 등 군사정권 특유의 영웅 성역화 등 많을 걸 비판하지 않았나. 앞으로 우리 역사를 사랑했던 유 교수만 기억하고, 유 청장은 지워버리겠다.(rafalemk2)”
“앞으로 몇천년 후손에 남겨질 국보급 유물에 그 잘난 문화재청장 벼슬을 하고 있는 자신의 이름을 넣다니, 박통의 글씨를 광복60주년 기념으로 떼어내자던 그 사람이 맞는가(leohys)”
“복원에 수고한 자들의 이름은 동종 옆에 안내판을 설치하는 것으로도 충분하다. 동종 안에 제 이름 석자 새겨두고 무슨 부처님의 은덕을 바랐는지는 모르겠지만, 동종이 울릴 때 마다 동해바다는 서럽게 파도 칠 것.(sini4321sp)”
또한 “그 종 당장 집으로 가져가시고, 자비 털어 새 종을 만들어 원위치 시켜 놓으라(국민의 세금)”라는 글도 있었다. 비난 여론은 수그러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앞서 17일 낙산사측은 동종 내부에서 유 청장의 이름이 발견됐다는 사실을 공개하고, 국민세금으로 복원된 동종에 문화재청장의 이름을 새기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지적했다. 이에 문화재청은 통상 기록을 남기는 차원에서의 관행이라며 유 청장의 이름을 빼고 복원기를 다시 새겨 넣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각 언론은 음각된 내용을 부분적으로 지울 경우 종소리에 나쁜 영향을 줄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최현정 동아닷컴 기자 phoeb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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